92화. 무양심
머리는 산발이고 퉁퉁 부은 볼은 핏줄이 터져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강청의 상태는 심각해보였다.
초 씨는 강청을 품에 꼭 껴안으며 물었다.
“청아야 얼굴이 왜 이 모양인 것이냐.”
강청은 초 씨의 품 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강청의 눈물로 초 씨의 앞섶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어머니, 소녀가 계속 후부에 남아 있는다면 필시 죽게 될 것입니다.”
그 말에 이 노야도 입을 열었다.
“후 부인, 청아 얼굴의 상처는 어찌 된 일입니까?”
강청을 때린 것은 그저 화풀이였을 뿐이었다. 아직 아들의 일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장흥후 부인은 제대로 된 변명도 하지 못했다.
침묵하는 후 부인을 보고 이 노야가 벌컥 화를 내었다.
“설마 청아 스스로 제 뺨을 때렸다고 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퉁퉁 부어오른 강청의 볼엔 깊게 긁힌 자국도 여럿 있었다. 보나마나 날카로운 손톱에 긁힌 자국이었다.
“세자에게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저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아내의 본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장흥후 부인의 목소리엔 서늘한 한기가 배어 있었다.
하지만 초 씨도 참을 성격이 아니었다. 그녀가 후 부인의 말에 매섭게 따지고 들었다.
“후 부인도 세자의 어머니 아닙니까. 어미가 되어서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는 것도 모르고 있지 않았습니까?”
“다, 당신!”
늘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위치에 있던 장흥후 부인은 작은 모욕이라도 참을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초 씨는 속으로 통쾌한 웃음을 날렸다.
사돈을 맺은 그날부터 이 여자는 늘 턱을 치켜들고 자신들을 아래로 깔보지 않았던가. 마치 그녀의 딸과 가문이 그들보다 한참 모자라는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오늘, 장흥후부의 명예는 모두 실추되었다. 어사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과연 장흥후의 지위를 지킬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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