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화. 시간 벌기
옥합을 잡고 있는 열넷째 공주의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조금 전, 자신이 어떻게 이 상황을 지나왔는지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온몸의 힘을 다 써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해냈어, 내가 정말 해냈어…….’
열넷째 공주는 갑자기 현기증이 몰려와 손에 쥐고 있던 옥합을 놓치고 말았다.
궁녀 한 명이 민첩하게 옥합을 낚아챘다.
“마마…….”
“공주가 휴식할 수 있도록 옆방으로 모시거라.”
황후가 궁녀에게 분부했다.
“어마마마, 아천도 듣고 싶사옵니다.”
열넷째 공주가 간절한 눈빛으로 황후를 바라봤다.
황후가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경명제를 바라봤다.
“그리 하거라.”
경명제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곱째가 말했던 것처럼 열넷째 공주는 더 이상 지켜주기만 해야 하는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만일 열넷째 공주에게 진 미인의 죽음에 대해 미리 털어놓지 않았다면, 이 아이는 악한 마음을 먹은 누군가에 의해 장기판의 말로 사용되고 버려졌을 지도 모른다.
타 마마에게 이용당해 황후를 해할 수도 있었겠지……. 그리 되었다면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지나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경명제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열넷째가 이처럼 완벽하게 역할을 해준 것도 상상 밖의 일이었다. 그리 태연한 얼굴로 상대방이 자신의 응큼한 꼬리를 드러내도록 연기하다니…….
그리고 동시에 이 모든 것을 제안한 욱근의 얼굴이 떠올랐다. 경명제는 그동안 자신이 욱근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오늘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어마마마, 황후마마, 황후라는 호칭 변화 역시, 욱근이 제안했던 것이었다.
‘참으로 비상하구나…….’
“타 마마, 자네는 오묘족 출신으로 십오 년 전에 궁에 들어와 온갖 사건을 일으켰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
경명제가 타 마마를 날카로운 눈으로 응시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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