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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í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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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화. 길거리에서 열린 판결

190화. 길거리에서 열린 판결

한등의 구호에 주변 사람들도 함께 한등의 구호를 외쳤다.

“대인, 공당을 옮기셔서 공명정대함을 드러내십시오!”

‘서생 놈들!’

몇 마디 말이 오간 뒤에야 부윤은 자신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엔 자신이 없는 것이냔 말로 시작해놓고, 다음엔 공명정대란 사탕 같은 말로 부탁을 하고 있지 않은가? 저들끼리 피리 불고 비파까지 다 켰는데, 자신이 무슨 말을 더 한단 말인가?

“나리.”

그때, 부윤의 보좌진 중 하나인 고문이 다가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여기서 더 거절하시면 저들의 화를 살 수 있습니다.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잘못하면 상부에까지 소식이 들어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더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부윤은 어쩔 수 없이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겠군. 여러분들이 그리 분명하게 약조를 했으니 이번엔 본관도 모두가 원하는 대로 따라드리겠소. 그러나 공당의 질서를 어지르지 않겠다는 그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희가 나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혹시라도 누가 질서를 어지럽힌다면, 제가 먼저 부윤 나리 앞에 서겠습니다!”

“저 역시 그리하겠습니다!”

“나리, 마음 놓으십시오!”

이윽고 수하들이 공당의 상과 의자를 가지고 나오자 부윤이 올라가 앉으며 말했다.

“용의자를 대령하라!”

드디어 부아 밖으로 나오게 된 지장과 일행들은 역시나 밖에 모인 수많은 인파를 보고 매우 놀랐다.

“지장!”

대희가 지장을 향해 소리쳤다.

“우리는 자네들의 무고함을 증언하기 위해 이곳에 왔네! 자네들이 진정 악의를 품고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것이라면, 오늘 부윤 어르신께서 어떤 판결을 내리시든 우리는 두말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자네들이 억울한 죄를 뒤집어쓴 것이라면, 우리는 관직에 나가 공명(功名)을 세울 기회를 잃게 될지라도 반드시 상고(上告)하여 신원(伸冤)할 것이다!”

“옳소!”

한등이 카랑카랑,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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