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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í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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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 유모지의 소설, 산해검협전

125화. 유모지의 소설, 산해검협전

“모지, 자네 지금 뭘 보나?”

‘모지? 내 전 약혼남, 유씨 가문의 바보 같은 둘째 공자?’

지온의 귀가 쫑긋 섰다.

역시나 유모지의 음성이 뒤이어 들려왔다.

“아무, 아무것도 아니네.”

누가 봐도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러자 유모지에게 말을 걸었던 이가 그를 잡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긴, 내가 이미 봤다네. 어서 꺼내보시게!”

“정말 아무것도 아니네!”

유모지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척을 하고 있었다.

“알겠네, 알겠어. 주기 싫으면 말게! 내가 뭐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며 그는 유모지를 붙들었던 손을 풀어주며 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유모지가 경계를 늦춘 사이, 돌아서는 듯 하던 그가 유모지의 손에 들린 원고를 순식간에 잡아채곤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이게 뭐라고 그리 숨기나? 어디 보세. 뭘 썼는지 내 좀 읽어봐야겠네! 산해검협전(山海劍俠傳)? 소설인가? 이보게들, 와서 이것 좀 보시게나! 유모지 공자께서 소설을 쓰셨네!”

그가 크게 소리치며 떠벌리자, 유모지의 소설을 보겠다고 주변에 있던 동창들이 달려드는 통에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크게 당황한 유모지가 다시 원고를 잡아채려 손을 뻗었다.

“어서 돌려주게!”

“소설을 썼거들랑 다 같이 봐야지, 숨기긴 왜 숨긴단 말인가! 이보게들, 어서 와 모지가 쓴 작품을 감상하세!”

금세 서생들이 유모지를 둘러싸더니 너도나도 한 장씩 손에 든 채 서로 돌려가며 읽기 시작했다.

“모지, 향시가 8월인데 자네는 소설을 쓰는 것인가? 참으로 한가하이!”

누군가 혀를 차며 무안을 주는 가운데 다른 서생이 과장되게 유모지가 쓴 글을 읽었다.

“밝은 빛줄기 하나가 하늘로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빛줄기 주변을 둘러싼 산들이 진동하며, 해수(海水)마저 뒤집혀 역류를 일으키는 게 아닌가! 단 일검의 힘이 이리도 두려울 수가…… 하하하! 자네 대체 이런 문체는 어디서 배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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