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화. 유모지의 소설, 산해검협전
“모지, 자네 지금 뭘 보나?”
‘모지? 내 전 약혼남, 유씨 가문의 바보 같은 둘째 공자?’
지온의 귀가 쫑긋 섰다.
역시나 유모지의 음성이 뒤이어 들려왔다.
“아무, 아무것도 아니네.”
누가 봐도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러자 유모지에게 말을 걸었던 이가 그를 잡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긴, 내가 이미 봤다네. 어서 꺼내보시게!”
“정말 아무것도 아니네!”
유모지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척을 하고 있었다.
“알겠네, 알겠어. 주기 싫으면 말게! 내가 뭐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며 그는 유모지를 붙들었던 손을 풀어주며 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유모지가 경계를 늦춘 사이, 돌아서는 듯 하던 그가 유모지의 손에 들린 원고를 순식간에 잡아채곤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이게 뭐라고 그리 숨기나? 어디 보세. 뭘 썼는지 내 좀 읽어봐야겠네! 산해검협전(山海劍俠傳)? 소설인가? 이보게들, 와서 이것 좀 보시게나! 유모지 공자께서 소설을 쓰셨네!”
그가 크게 소리치며 떠벌리자, 유모지의 소설을 보겠다고 주변에 있던 동창들이 달려드는 통에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크게 당황한 유모지가 다시 원고를 잡아채려 손을 뻗었다.
“어서 돌려주게!”
“소설을 썼거들랑 다 같이 봐야지, 숨기긴 왜 숨긴단 말인가! 이보게들, 어서 와 모지가 쓴 작품을 감상하세!”
금세 서생들이 유모지를 둘러싸더니 너도나도 한 장씩 손에 든 채 서로 돌려가며 읽기 시작했다.
“모지, 향시가 8월인데 자네는 소설을 쓰는 것인가? 참으로 한가하이!”
누군가 혀를 차며 무안을 주는 가운데 다른 서생이 과장되게 유모지가 쓴 글을 읽었다.
“밝은 빛줄기 하나가 하늘로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빛줄기 주변을 둘러싼 산들이 진동하며, 해수(海水)마저 뒤집혀 역류를 일으키는 게 아닌가! 단 일검의 힘이 이리도 두려울 수가…… 하하하! 자네 대체 이런 문체는 어디서 배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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