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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1화. 처와 첩 (3)

671화. 처와 첩 (3)

행궁에서 보내는 생활은 황도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여유로웠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소혁이 공무를 수행해야 하는 몸이라는 점이었다. 아무리 소혁이 할 일 없이 빈둥댄다고 해도 어쨌거나 공무를 수행하는 시늉은 해야 했기에, 이틀에 한 번씩 행궁에서 오성병마사까지 다녀와야 했다.

그리고 불쌍하고 불운하게도, 부지휘관 봉수현은 소혁이 떠넘긴 모든 일을 도맡아야 했다. 그러나 봉수현은 오히려 유쾌하게 웃으면서, 큰형님을 위해서라면 죽을 때까지 온 힘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다며 충심을 드러냈다.

소혁이 없는 밤이면, 남궁월은 마음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 어느새 이 정도로 소혁에게 기대고 있던 것이다.

태후가 쾌차한 이후로, 남궁월도 더 이상 수시로 장추궁으로 뛰어갈 일이 없어졌다. 그리고 소혁도 행궁에 오기만 하면 온종일 남궁월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응란행궁은 경치가 무척 아름다웠다. 그래서 두 사람은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저곳 거닐며 놀았고, 자유롭고 편안한 나날을 보내곤 했다.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8월 15일이 되었다.

중추절을 맞이하여 황제도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래서 황자와 공주, 왕공 대신, 백월 사신 몇몇을 불러 함께 나들이 겸 달구경을 하러 나섰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응란행궁 안에는 크고 작은 화원들이 열 몇 곳이나 있었다. 그중 명월원(明月園)은 이름이 상서롭게 느껴져서, 황제는 나들이할 곳으로 명월원을 택했다.

고요했던 명월원에 황제를 선두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오늘은 달빛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달은 마치 거대한 은쟁반처럼 밤하늘에 걸려 있었고, 지상에 흩뿌려진 밝고 맑은 달빛은 얇고 가벼운 천처럼 우아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모두들 자갈이 깔린 작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화원에 있는 꽃과 죽림, 연못, 태호석(太湖石) 등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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