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4화. 결승 (3)
곧이어 파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은 채찍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런데 파의의 예상과 달리 부운안은 언제 생각을 바꾼 건지 은 채찍을 당기는 게 아니라 휘둘렀다. 이윽고 은 채찍은 파의가 타고 있던 백마를 세차게 내리쳤다.
백마가 고개를 들고 고통 섞인 울음소리를 내며 높이 두 앞다리를 들자, 말발굽이 공중으로 올라갔다. 다행히도 기마술이 뛰어난 파의는 한 손으로 말고삐를 단단히 쥔 채, 한 손으로 말의 목을 끌어안은 덕분에 낙마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파의와 나란히 있던 부운안은 전광석화처럼 앞으로 달려 나갔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격차는 말 한 마리 크기만큼 벌어지고 말았다.
고수끼리의 대결에서는 털끝만큼의 실수도 큰 차이를 낳곤 했다.
승부는 이미 정해졌다.
이때, 장막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기립해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박수 소리는 오랫동안 끊이질 않았다.
파의는 재빨리 말을 안정시키고 계속해서 앞으로 달렸지만, 점점 속도가 느려졌고 가슴속에서는 파도가 세차게 일어났다.
‘내가 지다니!’
파의는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이를 악물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늘 침착함을 보이던 아름다운 얼굴이 처음으로 동요하고 있었다.
파의는 자신이 이길 가능성이 9할 정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중도에 갑자기 부운안이라는 여인이 등장해 차질이 생기고야 말았다.
파의의 눈에 달갑지 않아 하는 빛이 번뜩였다. 그러나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분을 삭여야 했다.
결승점을 통과한 부운안은 그대로 황제가 있는 장막 앞에서 말을 멈춘 뒤에야 날렵하게 말에서 뛰어내렸다.
남궁흔, 부운학 등 친우들이 얼른 부운안 주위를 둘러쌌고, 부운학만 잔소리를 했다.
“육낭! 놀라 죽는 줄 알았잖아!”
부운안은 턱을 치켜들고 거만한 표정으로 파의를 쳐다봤다. 전의에 불타는 부운안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네가 음흉한 술수를 썼어도, 내 앞에서는 어림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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