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화. 유시혁의 여자
멀지 않은 곳 민희와 시혁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민희는 오늘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어, 여전히 세련돼보였지만 다소 초췌한 얼굴이었다.
이내 민희가 아무렇지 않은 척 시혁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혁아, 저번 일은 미안했어. 내가 감정 조절이 잘 안 되어서……. 그렇게 말도 없이 없어지는 게 아니었는데.
그리고 네 말이 무슨 뜻인지도 다 알아들었어. 너는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남자 중에 나랑 생각이 가장 잘 맞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처음부터 너와 결혼해서 남은 생을 함께 보낼 거라고 생각했지. 근데 남은 인생은 너무 길어서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더라.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네 선택을 존중해.”
민희는 이렇게 말하고 시원스레 웃었다.
“우리 계속 친구인 거지?”
민희는 앞으로의 전진을 위해, 지금처럼 잠시 뒤로 물러나는 게 가장 알맞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민희는 일부러 시혁을 찾지도 않았다.
지금 자신이 이렇게 말했으니 시혁이 거절할 리도 없었다.
시혁은 민희를 한 번 쳐다보고는 평소처럼 도도하고 차가운 얼굴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미안해. 난 내 애인한테 그 어떤 불필요한 오해도 사고 싶지 않아. 앞으로는 서로 왕래 안 했으면 좋겠다.”
시혁의 말을 듣는 순간, 웃고 있던 민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민희의 예측과는 영 다른 반응이었다. 그녀는 시혁이 이렇게 냉정하게 대답할 줄 전혀 몰랐고, 심지어 시혁은 민희의 체면을 조금도 생각해주지 않았다.
민희는 상처받은 얼굴을 한 채 시혁을 응시했다. 이내 민희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시혁아, 우리가 알게 된 지 20년이 넘었어. 너한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건 이해하지만, 내가 이미 포기하겠다고 말했는데 지금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 때문에 우리의 우정도 없애야 하는 거야?”
“영서 씨는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가 아니라, 내 미래의 부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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