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뻔한 사실 (2)
상대가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이유는 순전히 대범한 척하는 여인의 본성일 뿐, 다른 까닭은 없었다.
묵자는 매일 억눌려 살아서 거리낌 없이 행동할 기회가 적었으니, 남장을 하여 제 본성을 드러낼 기회가 오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려 애썼다.
묵자는 어떤 사람일까? 솔직히 말하면, 그녀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시대의 사람들과는 사고방식부터가 다르다는 것이다.
‘벗이야 뭐, 안 하고 말지.’
묵자는 속으로 실소했다. 자신이 여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은 불쾌하다며 팔천 리 밖으로 줄행랑을 칠 게 뻔했다.
생각에 잠긴 채 술잔을 어루만지는 묵자는 남들이 보기에 술을 마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아요. 베풀어주신 호의는 마음만 받겠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시죠.”
알게 모르게, 그녀의 말투는 하위 계층의 사내종과 거리가 있었다.
두 손으로 술잔을 들고 상대와 건배하려던 중안은, 그녀의 거절에 난처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예의 바른 묵자의 말에 기분이 불쾌하진 않은 듯, 혼자 술을 들이켰다.
“오늘 세 분이 저를 찾아온 까닭이 무엇이죠?”
묵자는 어색함을 느낄 틈도 없이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둘째는 환심이라곤 조금도 사지 못할 듯한 묵자의 웃음을 바라보았다. 입꼬리를 잔뜩 끌어올리고 이곳저곳을 보며 고개를 가만히 두지 못하는 걸 보니, 까닭 모를 흥분감에 젖은 듯했다.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눈에 훤할 정도였다.
“알면서 왜 묻나? 네 벗이 일찍이 말해주었을 텐데?”
커다란 종소리처럼 맑고 무게 있는 목소리는 둘째 옆에 앉은 우람한 사내의 것이었다. 키가 크고 시커먼 피부를 지닌 그는 나이가 중안과 비슷해 보였지만, 성격은 훨씬 못나 보였다.
“농담도 잘하시네요.”
묵자가 옆에 앉아있던 잠환의 둘째 아들을 보며 겸손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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