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대구국의 빛 (2)
“…….”
엽아가 들고 있던 도화산을 떨어뜨리자 바람에 날려 호수 위로 빠지면서 꽃잎 끝이 비취색의 물결에 부서졌다.
“뭘 그리 놀라지? 내가 모르는 줄 알았나? 당신이 알아둘 것이 있는데, 그 사람은 나를 붙잡기 위해서 내가 알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다 말해주었어요. 어렵게 만났는데 나도 당신과 오연륵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고 있네요. 분명 당신의 왕은 신용을 지키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축하한다고 말해줘야 하는 건가요?”
그날 밤에 호위 둘이 엽아 낭자를 불렀지만, 그녀는 오연륵을 따라갔었다.
“하지만 대구국은 기마 민족이라 남녀 대다수는 열렬히 사랑을 쫓기 마련이라지요. 혼인하지 않은 젊은 남녀가 의기투합해서 같이 놀러 가는 건 오히려 미담에 속하겠죠.”
“아씨…….”
엽아는 속으로 탄식했다.
‘어째서? 왜 이 사람과 말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게 된 것일까?’
“당신도 대구국 사람입니다.”
엽아의 말에 묵자는 순간 멍해졌다가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빗줄기를 따라 그녀의 웃음소리가 가볍게 수면에 흩어졌다.
“내가 대구국 사람이라고?”
묵자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야말로…… 그야말로 내 속을 다 뒤집는 가소로운 말이구나!’
“난 예전엔 대구국 사람이었지만 나중에는 옥릉 사람이었고, 지금은 대주국 사람이에요. 대구국은 먼저 나를 이용했고, 나중엔 쫓아냈으며, 결국은 날 죽이려고 했습니다. 대구국이 옥릉을 멸망시켰고 내 아버지와 오빠를 죽였으니, 불구대천의 원수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오히려 나를 대구국 사람이라고 하는 겁니까?”
묵자의 낯빛이 점점 차가워지며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엽아, 일이 이 지경이 되었고 당신은 내 마음을 돌려보려 했겠지만, 나는 정말로 당신과 할 말이 없어요.”
“왕께서는…….”
엽아는 단념하지 않았다.
“적어도 왕은 당신에게만큼은 진심이었어요.”
묵자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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