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4화. 에필로그 (下)
정자에 있는 사람이 대황자일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 한 다른 사람들 또한 기겁하여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일제히 몸을 굽히며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네 말인즉슨, 만약 이곳에 있는 것이 내가 아니었다면, 누구든 영준표 네 말에 따라야만 했다?”
대황자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아닙니다…….”
영준표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냐?”
그때, 사람들의 뒤쪽에서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점잖고도 의젓한 중년 사내가 다가왔다.
이에 영준표의 눈이 일순 번쩍였다.
“아버님.”
영조운은 달갑지 않은 눈으로 아들을 쓱 쳐다본 뒤, 대황자에게 시선을 돌리고 손을 모아 인사를 올렸다.
“대황자.”
“안원후, 마침 잘 왔다. 공자는 안원후에게 맡기도록 하지.”
대황자가 영조운에게 말했다.
“제 못난 아들놈이 어리석기 그지없어, 소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영조운은 탄식하며 말했고, 그의 눈이 이내 대황자의 옆에서 줄곧 침묵하고 있는 재원을 향했다. 그녀의 생김새가 기억 속 깊은 곳에 있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자, 그는 당황했다.
“이 공자는…….”
재원은 그저 얼굴의 윤곽과 눈매만 살짝 변장한 상태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완과 닮은 느낌이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영조운의 시선을 피했다.
이에 대황자가 웃으며 답했다.
“이자는 내 친구로, 조 씨이다.”
영조운은 낯빛이 살짝 일변해서는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가 다급히 물었다.
“조언옥과 어떤 관계입니까?”
재원은 그의 반응에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대황자의 뒤에 숨었다.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아버지를 알 줄이야. 재원은 화들짝 놀라서 모르는 사람이라고 대충 얼버무린 뒤 서둘러 작별을 고하고 자리를 떠났다.
* * *
줄곧 대작했던 사내가 대황자라는 걸 안 뒤, 재원은 더는 금화원에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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