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4화. 집미부오(執迷不悟) (1)
“빙화옥(冰火牢)이 너희에게 너무 편했던 모양이로구나. 아직도 시시덕거릴 정신이 있나 보지?”
그때 갑자기 무령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서가 몸을 돌려 감방 밖에 있는 무령을 쳐다보았다.
“무령, 본궁의 분부를 잊은 것인가?”
가볍고 느린 어조에서는 싸늘함과 노여움, 압박감과 위엄이 느껴졌다.
잠시 멍해졌던 무령이 눈을 깜빡이다가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분부요?”
갑자기 변한 영서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기백이 성자와 아주 비슷하기는 했지만 영서는 여전히 여인의 몸을 하고 있었다. 방금 막 사릉무사를 만나고 온 무령은 이제 주저하지도 않고 사릉무사의 편을 들었다.
영서는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던 분노는 이미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너는 본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구나.”
무령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성자도 참, 농담도 지나치시네요. 저보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천환이 성자인 것처럼 대하라고 했던 게 바로 성자 본인 아니세요?”
그녀의 무성의한 대답 안에 담긴 비웃음을 알아챈 영서가 소매 속에 감춰진 손을 꽉 쥐었다.
무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성자, 일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억울하시더라도 여기 잠깐 계세요. 성자처럼 고귀한 분이 이곳에 계시니 당연히 빙화옥 안의 얼음과 불도 다시 켜지지는 않겠지요. 여봐라!”
“무령 대인.”
검은 장포로 온몸을 감싼 두 명의 사내가 나타났다.
무령은 지저분한 빙화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을 깨끗이 청소하고 침상과 책상, 걸상을 가져와 저들을 잘 모시거라. 푸대접은 용납하지 않겠다.”
“네.”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무령이 영서를 향해 미소 지었다.
“성자, 그럼 이곳 생활을 즐기시길.”
감옥 생활을 즐기라고?
이 말은 아무리 들어도 지나치게 무성의했다.
영서의 얼굴이 얼음처럼 굳었다.
이런 모욕은 그의 일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Apoya a tus autores y traductores favoritos en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