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화. 성자의 출현과 사법자 신희 (4)
당염원이 맑은 눈동자로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말을 이었다.
“백려에게 너희와 혼계(魂契)를 맺게 해.”
“네?”
엽씨 자매가 의아한 듯 반문했다.
당염원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면 백려는 너희의 것이 돼. 너희가 죽으면 백려도 죽는 거야.”
“하하하.”
귓가에 듣기 좋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허공에 있던 신희가 손에 들고 있던 서책을 덮고 낄낄대고 웃으며 말했다.
“경홍선자, 선참후계(先斬後啓)를 하시려는 거로군요. 백려가 자매와 혼계를 맺으면 설월호족도 자매를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요. 일단 두 사람이 무사할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다음에 이어질 일도 쉽게 풀리겠죠. 백려든, 아니면 경홍선자 당신이든 설월호족과 협상할 때 가장 꺼려지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거고요.”
허영의 반대편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엽씨 자매는 깜짝 놀랐다. 아까 자신들이 신희의 이름을 부르는 걸 이자도 들었을 것이다.
당염원이 신희를 힐끔 쳐다보더니 무언가를 깨달은 듯 말했다.
“그렇기도 하겠네.”
신희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설마 경홍선자께선 처음부터 그런 계산을 하신 게 아니었던 건가요?”
당염원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어쨌든 난 헛된 공은 들이지 않거든.”
이렇게 하기로 결정한 이상 당염원은 끝까지 갈 거였다. 그렇게 해서 백려와 홍려를 완전히 그녀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신희는 그녀의 짧은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신희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엽씨 자매가 있는 쪽으로 전해졌다.
“경홍선자의 말씀을 잘 들었지? 설월호족 백려, 어떻게 할 거야? 네가 알아야 할 건 무단으로 수선자와 혼계를 맺는 것 역시 법을 위반하는 일이라는 거야. 그럼 죄 하나가 더해지는 거지. 혈린사족의 홍려와 마찬가지로 말이야.”
“흥!”
백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명해 줄 필요 없어.”
“백려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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