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전설의 시작 (1)
냉완아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더니, 눈동자가 봄기운이 담긴 듯 물빛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사릉고홍을 불렀다.
“황, 황상…….”
그러자 왼쪽에 있던 시녀가 하찮고 난감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황상께 아뢰오니, 조금 전 이 여인이 비밀통로를 통해 경홍궁 침전에 침입하여 황상의 침상 밑에 숨으려다가 설진 대감에게 발각되었습니다. 이에 저희 두 사람이 이 여인을 이곳에 억류하고 황상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던 참입니다.”
당염원은 한눈에 냉완아가 약물에 중독된 흔적을 찾아냈다. 그러곤 다시 자신과 사릉고홍이 가려고 했던 침전으로 시선을 돌렸다. 당염원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냉완아를 마주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약을 먹었구나.”
냉완아 몸속의 춘약(春藥)은 줄곧 그녀의 원력에 의해 철저히 숨겨지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사릉고홍을 만나게 되면서 정신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원력 통제가 느슨해지고 말았다. 이에 지금껏 억제되어 있던 춘약의 약효가 자연히 냉완아의 온몸을 더욱 맹렬하게 침식했다. 그녀는 머리가 뜨거워진 나머지 당염원이 한 말도 똑똑히 듣지 못했다. 그저 봄기운이 가득한 눈빛으로 사릉고홍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다. 하지만 두 명의 시녀에게 붙잡혀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자, 계속 몸을 버둥거렸다.
지금 그녀의 옷차림에 동작, 표정까지. 보통의 사내라면 이미 더는 참지 못하고 덤벼들었을 것이다.
당염원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겨 눈앞에 있는 냉완아의 눈동자를 흐리멍덩하게 만든 뒤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를 데려가서 해독시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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