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4화. 해산
정원의 문은 수리를 마쳤고, 고강이 신양 공주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신양 공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한 후 조심히 돌아가라고 했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하늘에서 눈이 흩날리기 시작했고, 거위 털 같은 눈이 소리 없이 떨어졌다.
이 세상은 슬픔마저 고요한 모습이었고, 정원은 극도로 조용했다.
신양 공주가 눈을 밟으며 걸으니 신발 밑에서 뿌드득뿌드득 소리가 났다.
쿵!
무거운 물건이 정원 문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인들은 전부 뒤뜰에서 일하고 있어 문을 열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붉은색 정원 문을 당겨서 열었다.
흩날리는 눈꽃 사이에서 갑자기 바람 소리가 들리더니 커다란 눈이 그녀의 얼굴을 덮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다시 입구를 봤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정원 문을 닫으려다가 걸음을 멈추고, 문턱을 지나 서쪽 거리를 내다보았으나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때, 등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멍하니 몸을 돌렸다.
하얗게 내리는 눈꽃 사이에서 훤칠한 키에 지친듯한 남자가 팔짱을 낀 채 등 뒤의 차가운 벽에 느긋하게 몸을 기대고 있었다. 길쭉한 두 다리는 멋스럽게 눈밭을 밟고 있었다.
몸에는 온통 말라붙은 핏자국이 가득했고 얼굴은 하얗게 질렸으며 숨소리는 허약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준수한 얼굴은 하얀 눈에 반사된 빛을 등지고 있었으며, 핏기없는 입술에는 속박받지 않는 담백한 미소가 어렸다.
“진풍만, 우는 모습이 정말…… 못생긴 것 같소.”
눈에 반사된 빛이 차가운 겨울밤을 밝게 비추었고, 집집에 켜진 등불이 그의 등 뒤를 밝혔다. 눈바람이 부는 사이사이로 따뜻한 재회의 기운이 맴도는 듯했다.
신양 공주는 넋이 나간 채 그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선평후가 낮게 웃으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
“왜? 이 후야를 보니 너무 좋아서 말도 안 나오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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