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5화. 가장 완벽한 선택
마지막으로 그 이름을 들은 지 오래되었지만, 그와 관련한 기억은 여전히 생생했다. 머리가 물속 깊이 짓눌려 한참을 허우적대다가 드디어 그 무서운 손에서 벗어난 듯 생각이 순식간에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그자와, 결투를, 펼쳤어.”
그 결투는 헌원기 일생에서 가장 넋을 뒤흔든 싸움이었다.
시천은 고작 열서너 살 정도 되는 소년이었으나 헌원려보다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헌원기도 나중에는 시천이 자초독에 중독되었고, 독성이 그의 잠재력을 촉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독성으로 인한 폭발력을 제외하고도 천부적 자질이 유일무이할 정도로 뛰어난 존재였다.
헌원기는 첫 번째 암영지주 말고는 시천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내가, 졌어.”
“그렇다면, 둘이 교전을 치른 게 확실하다는 말인데, 졌는데 어떻게 도망 나온 거예요?”
시천의 임무는 암영지주를 죽이는 것이었고, 그때의 암영지주는 헌원기였다.
그동안 변방에서 접한 정보를 취합해봤을 때, 당시 검로의 목적은 암영 조직 전체를 무너트리는 것이었으며 암영이 보호하는 국사전과 헌원가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천 자신이 심하게 다치지 않은 이상 헌원기를 놓아줄 이유가 없었다.
“스스로, 멈췄어.”
“왜요?”
고교가 흠칫 놀랐다.
헌원기는 기계적이면서도 느릿느릿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몰라.”
헌원기가 큰 부상을 입고 쓰러졌을 때, 시천의 검은 이미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놀란 얼굴로 시천을 쳐다보았으나 눈에 핏물이 고여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시천의 표정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시천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고, 그의 살기가 조금씩 조금씩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시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
“가버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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