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1화. 흑심 소육랑
소육랑은 소주가 누구냐고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막천설에게 차를 한잔 따라주었다.
“그럼 왜 죽은 척했어요?”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요.”
막천설의 감정이 바닥에 닿은 듯했다.
주전자를 내려놓으려던 소육랑의 손이 허공에 멈추었고,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다시 주전자를 들고 자신의 찻잔을 채웠다.
“누굴 죽여요?”
“이 의원의 주인이요.”
막천설의 목소리는 겨우 들릴 정도로 작았다.
소육랑이 주먹을 꽉 쥐는 바람에 탁자 위에 찻물이 두 방울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티 내지 않고 찻잔으로 떨어진 물방울을 덮었고, 목소리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접근한 건가요?”
“네.”
막천설이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크게 다쳤는데 당신이 죽으면 어쩌려고 그랬소?”
소육랑이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다.
막천설은 소육랑이 자신이 두르고 있는 붕대를 보고 다친 것을 알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소육랑은 그날 저녁 막천설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크게 다치지 않았으면 어떻게 그녀의 믿음을 샀겠어요?”
소육랑은 주전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당장이라도 눈앞의 여자를 죽여버리고 싶은 살기를 억누른 채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미 믿음을 산 것 같은데 왜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막천설은 침묵을 지켰다.
“죽이겠다는 생각이 바뀌었소?”
“모르겠어요.”
소육랑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듣자 하니 그쪽 소주의 수단이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명을 거역했다가 벌을 받을까 두렵지 않소?”
막천설은 갈등에 휩싸인 채 한숨을 내뱉었다.
“몰라요. 제 일은 됐고, 당신 얘기 좀 해봐요. 그래서 지금 신분은 뭔데요?”
“한림원의 시독, 형부의 서령.”
“이름이 뭐예요?”
“소육랑.”
“아.”
막천설은 대충 답을 했다. 이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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