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얼굴을 붉히다 (2)
집 문을 나설 때만 해도 눈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 가다 보니 눈꽃이 날리기 시작했다.
고교는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경성은 눈이 일찍 내리네요.”
“올해는 일찍도 아니오. 시월 말에 내릴 때도 있었소.”
“아.”
고교가 물었다.
“경성에서 오래 살았나요?”
서로의 비밀을 잘 묻지 않는 두 사람이 이런 주제로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음.”
소육랑이 가볍게 답했다.
소육랑이 별로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 고교도 더는 묻지 않았다. 너무 갑작스럽게 꺼낸 말이라 깊게 묻지 않는 편이 나았다.
그녀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경성은 정말 좋네요.”
“경성이 그렇게 좋소?”
“네.”
고교가 계속해서 말했다.
“시끌벅적하잖아요.”
고교는 시끄러운 곳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으나, 가끔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곳에 있다 보면 살아 있는 기분이 들곤 했다.
바람이 멈춘 듯 눈꽃이 조용하게 흩날렸다.
그러자 읍에서 살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도 이렇게 눈이 내리는 밤이었다.
그들은 계화고를 사러 나와 점포의 앞에서 따끈따끈한 탕원을 먹었다.
살림이 어려웠던 때라 고교는 하포단 하나도 사 먹기 아까워 주인에게 하나만 달라고 했었다.
사실 고교가 하포단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으나, 그 진실을 알 리 없는 소육랑은 아직까지도 감동하고 있었다.
그때 고교가 잘못하여 다급하게 걸어가고 있는 젊은 남자와 부딪쳤다.
“어이, 길 좀 보고 다녀요.”
넘어질 뻔한 남자는 고교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네.”
고교는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기에 자신이 잘못한 일은 사과를 했다.
그러자 젊은 남자도 더 말을 하지 않고는 중얼거리며 가버렸다.
장안 거리는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라 자칫하면 사람들과 부딪히기 쉬웠다.
소육랑이 고교를 한 번 바라보고는 무슨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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