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4화. 그녀가 나서다
선평후는 얇은 옷을 입고 막사 밖으로 나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전방에서 급보가 왔는데 상황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민족…….”
신양 공주는 여기까지밖에 듣지 못했다. 그 뒤의 말은 아마도 선평후가 손짓을 해서 호위무사가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었을 것이다. 그래서 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선평후가 다시 막사 안으로 들어와 옷을 입었다.
신양 공주는 마음을 졸이며 일어서서 물었다.
“전쟁에 나가요?”
“전방에 다녀와야 하오.”
선평후는 허리띠를 차고 걸어둔 갑옷으로 갈아입었다. 그의 동작은 날렵하면서도 깔끔했고, 동작 하나하나에 용맹한 살기가 묻어있었다.
그는 신양 공주 앞에서 늘 풍류스럽고 소탈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 그녀는 처음으로 출정하는 그를 보게 되었다.
아내인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갑옷을 입혀줘야 하나? 배웅해줘야 하나?
신양 공주는 걸려 있는 차가운 투구를 보면서 손가락이 움찔했다.
선평후가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다급하게 손을 이불 속으로 넣었다.
“불 켜세요.”
“보여.”
선평후는 차가운 투구를 머리에 얹었다.
막사 밖에서 기병들이 모이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긴급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가지런하게 차려입은 선평후가 장검을 들고는 신양 공주에게 말했다.
“옥근을 불러올 테니 병영에서 나가지 마시오.”
말을 마친 그는 신속하게 막사 밖으로 나갔다.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당부의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신양 공주는 단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 막사 천에서 사락사락 소리가 났고, 그가 떠나면서 이불 속의 온기도 급격하게 차가워졌다. 막사는 순식간에 얼음 동굴처럼 변했다.
“출발!”
날카롭고 위엄있는 선평후의 목소리가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울려 퍼졌다. 오백 기병은 흩날리는 눈바람을 맞으며 소나라 동경의 마지막 방어선인 동임관을 향해 달렸다.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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