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화. 평화 회담 (1)
한편, 변경은 운이 좋았다. 정전패를 내건 지 칠 일이 지나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증 대장군이 자기의 고집대로 강행하려고 결단을 내렸을 때 비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는 서진 장군들에게 비가 멈춘 뒤 전쟁을 하자고 주청할 수 있는 구실을 주었으니 증 대 장군이 어찌할 수 있었겠는가.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니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하지만 한번 시작된 비는 장장 사흘을 내렸다.
지대가 낮은 곳에 주둔하고 있었던 서진 병영은 빗물이 산골짜기에서 솟구치는 바람에 하마터면 수몰되어 버릴 뻔했으니 전쟁은커녕 서진 장병들은 비를 무릅쓰고 십 리 길을 철수해야 했다.
그러나 재수 없게도 장병들이 떠나자마자 산사태가 일어나 앞길을 막아버려서 길을 파내지 않는 이상 대군들은 건너갈 수가 없었다.
비가 멈춘 후, 장병들은 무너진 흙더미를 파냈다. 난공불락의 협소한 곳이 흙더미로 막혀버려서 몇백 명의 장병들만 흙을 파내고 다른 장병들은 지켜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벌떼처럼 우르르 몰려들어 파내봤자 오히려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몇백 명씩 돌아가면서 흙을 퍼냈다.
한편, 영 나라 대막사 안에선 할 일 없었던 초앙이 장군들과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는데 한 장군이 초앙에게 읍하며 말했다.
“열셋째 공자의 이번 계책은 정말이지 최고였습니다. 비 내리고 천둥 치는 틈을 타 산을 폭파시켜서 서진의 공격 경로를 막아버리시다니 말입니다. 그 지역은 돌이 많아서 치우기가 어려울 겁니다. 파서 길을 낼 수밖에 없을 테니 사흘에서 닷새 정도는 진격할 생각을 못할 겁니다.”
구운 고기에 양념은 바르던 초앙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좋은 계책이라 할 수 없다. 어쩔 수가 없어서 한 일이니 말이다.”
그쪽 요새가 폭파당했다고 병서에 적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그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누가 산을 폭발시킬 생각을 해냈으려나?
할아버지?
설마 할머니는 아니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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