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9화. 감사 인사
침소로 돌아온 심모는 미리 써 놓은 편지를 꺼내서 보충할 곳이 없나 살펴보았다. 이따가 염낭에 집어넣고 나면 되돌릴 기회가 없었으므로.
몇 번을 살펴본 심모는 빠진 것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편지를 염낭에 집어넣었다. 그리곤 대동주도 넣은 다음 홍옥(紅玉)도 몇 개 쑤셔 넣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돈이 부족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효심의 표시였다.
염낭 입구를 오므리자 숨 쉬는 사이에 염낭이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잿더미를 쥐고 있을 때 바깥에서 동릉이 주렴을 열고 들어와 아뢰었다.
“세자비마마, 소인 알아왔습니다.”
그러자 자소가 물었다.
“벌을 받았대?”
동릉이 동정 어린 시선으로 말했다.
“벌을 안 받았을 리가 없지요. 송학원에 가서 알아보았더니, 그 계집종 손버릇이 안 좋아서 오 어멈의 물건을 훔치다 노왕비마마께 산채로 맞아 죽었다고 송학원 계집종이 말해주었습니다.”
놀란 자소가 입을 벌린 채 더듬거리며 물었다.
“노왕비마마께서 불교도가 아니셨나?”
계집종 하나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때려죽이다니 너무 잔인했다.
심모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투전승불(鬪戰勝佛, 손오공이 석가여래로부터 받는 이름)을 믿나 보지.”
* * *
이튿날, 심모는 아침밥을 먹은 후 송학원으로 가서 노왕비께 문안 인사를 드렸다.
이틀 전 훤친왕비가 화를 낸 까닭 때문인지 심모가 들어오는 걸 보고 고 측비가 괴상 야릇하게 웃으며 말했다.
“세자비가 노왕비마마께 문안 인사를 드리러 다 오다니, 오는 길에 무슨 사고라도 났으면 왕비마마께서 송학원을 뒤집어 놓으시지 않겠나?”
고 측비가 뭐라고 하든 노왕비는 그저 차를 들고 홀짝거리며 마실 뿐 말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노왕비가 그냥 내버려 두는 있다는 건 심모도 모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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