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화. 백 배
한편, 훤친왕이 도대체 무슨 일로 모두를 불러들인 건지 알지 못했던 고 측비는 방으로 들어가선 안색이 좋지 않은 훤친왕을 보고는 일부러 더 부드럽게 물었다.
“왕야, 왜 그러십니까? 누가 왕야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한 것입니까?”
말을 하던 고 측비의 시선이 훤친왕비에게 와 닿았다. 훤친왕비가 훤친왕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확신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훤친왕이 훤친왕비 때문에 화가 났다고 하더라도 셋째 나리댁과 넷째 나리댁까지 부를 필요까지는 없지 않은가. 부부간의 문제를 다른 사람들이 다 알게 하다니, 창피하지도 않은가?
훤친왕이 가볍게 흥 콧방귀를 뀌곤 고 측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장부와 곳간 열쇠를 내놓으시오.”
순간 고 측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훤친왕이 그녀의 안살림 권한을 박탈하기 위해서 부른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부릅뜬 두 눈이 붉어지더니 고 측비는 억울하다는 듯 고집스럽게 말했다.
“왕부로 시집오고 18년 동안 저 최선을 다해 일했어요. 근데 왕야께선 왕비마마와 화해하시겠다고 제 안살림 권한을 뺏어가시려 하다니요.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왕부에 절 두기 싫으시다면 차라리 휴서를 써주시고 숭조후부로 돌려보내세요!”
고 측비는 아주 당당하게 따져 물었다. 매사 조심한다고 했는데 어째서 왕야께 잘못을 발각당했단 말인가?
그렇다 해도 훤친왕은 그녀를 내칠 수 없었다. 그녀가 그를 위해 아들딸을 낳아주기도 했고, 또 왕부엔 휴처(休妻, 이혼)를 한 선례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는 거요?”
훤친왕이 고 측비를 쳐다보며 말하자 고 측비는 등을 반듯하게 세운 채 확고하게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러자 훤친왕이 헛웃음을 지으며 셋째 부인과 넷째 부인에게 물었다.
“셋째네와 넷째네 모두 생활비를 지급받았는가?”
무슨 일인지는 몰랐지만 셋째 부인과 넷째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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