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화. 맹독
심모가 고 측비를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 정도 동주라고 하셨습니까? 측비마마께선 역시 손이 크시군요. 전 아까운데 말이죠. 폐하께서 제 서방님을 아끼셨던 것처럼 초앙 공자도 아끼신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예전에 서방님께서 사고를 치시면 대부분 폐하께서 뒤처리를 해주셨으니 제가 어찌 폐하보다 먼저 일을 처리하겠습니까?”
그러자 셋째 부인이 입을 열었다.
“이전에 폐하께서 세자를 도와주신 건 세자가 왕야의 양자였기 때문이었네. 하나 지금은 그때랑 다르지 않나. 왕부의 집안일로 어찌 폐하께 폐를 끼친단 말인가?”
셋째 부인을 한 번 쳐다본 심모는 그녀의 말에 설득된 듯이 말을 이었다.
“셋째 숙모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그 부분을 놓쳤네요. 이번 일은 확실히 폐하께 심려를 끼쳐드리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안 그랬다가는 폐하께서 또 부왕을 때리실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심모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고 측비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 안채의 일은 모두 측비마마께서 관리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초앙 공자는 왕야의 아들이시니, 초앙 공자가 저지른 일 때문에 사죄 선물을 드려야 한다면 안채 재정에서 지출이 될 부분이지, 저와 왕비마마의 혼수에서 충당해 사죄를 드리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측비마마께서 기왕 이 일에 관여하셨으니 사죄 선물까지 함께 준비해주시는 게 맞지 않겠는지요?”
상의하는 말투로 온화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심모의 눈빛은 매우 도발적이었다. 마치 사죄 선물을 준비해주면 자신과 훤친왕비가 공가에 방문하겠다고, 입만 나불대고 사죄 선물을 준비할 능력은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심모가 대놓고 도발을 하자 화가 난 고 측비가 주먹을 꽉 말아쥐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세자비 말이 맞네. 내가 왕부 안살림을 맡고 있으니 사죄 선물도 마땅히 함께 준비해줘야지.”
말을 마친 고 측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사죄 선물을 준비하러 가는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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