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화. 운명의 장난
뭐한다고 쓸데없이 시 어멈은 부르고 난리란 말인가?
이마를 짚던 훤친왕은 실수로 얼굴에 난 상처를 건드리는 바람에 아파서 얼굴을 찡그렸다. 세자비가 얼굴에 든 멍 자국 없애는 약을 아직 주지 않았다.
한편 시 어멈은 훤친왕이 찾는다는 훤친왕세자의 말에 불안해져 가슴이 마구 방망이질을 해댔다. 왕야께서 왜 갑자기 찾으시는 거지? 약을 바르는 일 같은 거라면 세자비마마도 계시고 호위무사들도 있으니 그녀가 거들 필요가 전혀 없었다.
훤친왕세자가 훤친왕을 골려주고 화를 돋우기 위해서 그녀를 부른 거란 걸 시 어멈이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그한테 대신 어마마마를 불러다 달라고 할 생각을 하다니 꿈도 야무졌다.
시 어멈이 방 안으로 들어가자 훤친왕이 대영침에 기대어 있는 게 보였다. 상처투성인 얼굴에선 아무런 표정도 볼 수 없었다. 시 어멈은 앞으로 다가가 몸을 굽히며 물었다.
“노비를 찾으셨사옵니까?”
훤친왕은 찾은 적이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들이 그가 명령하지도 않은 말을 거짓으로 전달했다고 말하자니 아버지로서 위엄이 안 서는 것 같았다. 체면을 스스로 깎아 먹는 짓을 할 필욘 없지 않은가.
사실 시 어멈한테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시 어멈은 왕비가 왕부로 시집온 후로 지금까지 최소한 십여 년을 왕비 곁에서 시중을 들은 사람이었다. 왕비의 과거를 알고 싶다고 말한다면 시 어멈도 말해주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그리하여 훤친왕은 조심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시 어멈에게 물었다.
“왕비가 혼인 전 아이를 낳은 일을 자네도 알고 있었나?”
시 어멈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소인이 세자야를 받았습니다.”
왕비마마는 소왕부에서 가장 귀한 군주셨다. 당시 소왕비마마께서 임신한 상태셨긴 했으나 아직 낳지 않았기에 소왕부에 자식이라곤 아직 시집가지 않은 딸 왕비마마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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