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화. 경험과 수련
“……아니, 전 단지 그래야지 더 말이 되는 거 같은 상황이라서 그런 거지요.”
“부왕께 맞받아칠 기회를 드릴 거면 내가 뭐하러 부왕을 때렸겠느냐?”
적뿐만 아니라 나도 손해 볼 짓을 하는 건 너무 어리석은 일 아니겠는가?
훤친왕세자의 반문에 심모는 하도 어이가 없어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저 속으로 훤친왕의 처지를 묵념할 뿐이었다.
그보다 도대체 훤친왕이 무슨 일로 훤친왕세자에게 약점을 잡힌 건지가 더 궁금했다.
하지만 훤친왕세자는 아무 대답 없이 그냥 심모의 손을 잡고 임묵헌으로 향하였다.
무슨 명예로운 일도 아니고, 심모가 낮에 그와 왕야가 많이 닮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심모에게 이 사실을 말해줄 수 있었겠는가. 그는 절대 목욕하는 걸 훔쳐보는 일 따윈 하지 않았다.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대놓고 보면 봤지!
‘그래, 돌아가서 같이 목욕을 해야겠군.’
원래 훤친왕세자는 자신이 없는 사이에 훤친왕비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내일 일찍 일어나서 훤친왕이 무슨 일로 아침 일찍부터 훤친왕비를 찾아간 건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밤에 침상에서 뒹굴다 곯아떨어져 늦잠을 자는 바람에 그 일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일어나자마자 서둘러 형무원으로 달려간 훤친왕세자는 마침 형무원을 나서고 있는 훤친왕을 보았다.
어젯밤과는 다르게 훤친왕의 얼굴에 나 있던 손바닥 자국도, 눈에 멍든 자국도, 황제한테 얻어맞아 멍든 자국도 모두 사라진 걸 보고 훤친왕세자는 놀라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약을 썼길래 상처 자국이 하나도 안 보이지?
어젯밤 심모도 훤친왕 얼굴에 난 멍 자국들은 가장 좋은 약을 써도 이틀 정도 있어야 없어진다고 했는데, 심모가 만든 약보다 효과가 더 좋은 약이 있단 건가?
순간 훤친왕세자의 눈빛이 번뜩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한 것이었다.
역용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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