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화. 신부 맞이
한편, 이보다 더 득의만면할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기쁜 얼굴로 심부를 향해 말을 타고 걸어오고 있던 훤친왕세자는 폭죽이 타다탁탁 터지면서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그대로 들이마시는 바람에 콜록콜록 기침을 해댔다.
자욱한 연기가 흩어지고 나니 심가 대문 앞에 인간 장벽이 두껍게 빙 둘러쳐져 있는 게 보였다. 책을 들고 있는 사람들, 무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비장한 모습으로 둘러서 있는 광경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말을 끌고 오던 진목은 이 광경을 보고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심모 아가씨께서 일전에 심가 큰공자께 너무 심하게 장난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째 더 심하게 준비를 했다는 말인가?
그야말로 인내심을 제대로 시험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열여덟 가지 무기로 차례대로 무예를 겨루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 같았다.
붉은 명주로 만든 큰 화구(花球)를 가슴에 매달고 말 위에 앉은 채 사람들을 바라보던 훤친왕세자가 요야한 두 눈에 웃음기를 띠며 말했다.
“지금 나와 차례로 대련을 하겠다는 말인가? 근데 어쩌나, 이 몸이 재주가 미천하여 열여덟 가지 무기를 대강 익힌 정도인데.”
“…….”
저런 식으로 겸손을 떠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아무리 좋은 날이라고 하지만 저렇게까지 뻔뻔스러울 순 없는 거였다. 훤친왕세자가 겨우 한마디 했을 뿐이었는데 심랑지는 왠지 감당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훅 끼쳐왔다.
심랑지가 서원 동학들과 함께 문 앞에서 신랑을 시험한다는 건 심모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심모가 몇 번을 물어도 심랑지는 어떻게 훤친왕세자를 시험할 건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물었을 때 심랑지는 오히려 심모에게 이렇게 자세히 묻는 이유가 혹시라도 미리 준비할 수 있게 훤친왕세자에게 말해주려는 게 아니냐며 반문했었다. 그리하여 심모는 심랑지에게 흰자가 보일 정도로 두 눈을 까뒤집어 보여주곤 그 후로는 두 번 다시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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