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화. 난처하게 하다
지난번 심균이 조당(朝堂)에서 원 대인의 의견에 반대하며 무안을 줬을 때 원 대인이 집에 돌아와 진씨에게 난리를 쳤고, 그 바람에 진씨가 심가에 방문해 사죄하는 일이 있었다.
그 후로 원 대인은 몇 번이나 심균에게 친한 척하며 들이댔지만 심균은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불만이 쌓인 원 대인은 진씨에게도 곱게 대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부터 원 대인은 잠도 이낭 처소에서 자기 시작했다. 원 대인의 총애에 득의양양해진 이낭이 기어올라 진씨가 몇 마디 꾸짖었는데 원 대인이 이낭을 감싸고 도는 바람에 진씨는 기함을 했다.
그런데 어제 원 대인이 또 이낭 처소에서 잠을 자자 오늘 아침 진씨를 시중들러 온 이낭의 태도가 태만해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진씨는 이낭의 따귀를 몇 대 때려주었는데 웬일인지 원 대인은 속으론 마음이 아플지언정 겉으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원 대인이 심가를 생각해서 참은 것이란 걸 진씨라고 왜 모르겠는가. 이게 바로 진씨가 오늘 백옥영롱탑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축하 인사를 건네려고 찾아온 이유였다. 그녀는 심가라는 뒷배가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 심균이 원 대인을 불러들이면 앞으로 원가에 진씨가 설 자리가 있겠는가?
그리하여 진씨는 울며불며 무릎을 꿇은 채로 노부인에게 기어가서는 원가에 알리지 못하게 대신 말씀 좀 잘해달라고 애걸했다. 진씨는 한 번도 이렇게 슬프게 울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자 심균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심가에서 호수에 몸을 던져 하마터면 죽을 뻔하였는데 어떻게 이런 큰일을 안 알릴 수가 있단 말이냐? 넌 원 대인을 속일 수 있겠지만 난 그렇게 못 하겠다. 만약 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우리 심가는 감당 못 한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투로 말하는 심균에게선 전혀 동요함을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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