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화. 함정
태후는 어쩌다 오해가 생긴 건지, 누가 연관되었는지는 당연히 조금도 말하지 않은 채, 놀란 눈빛의 정미를 보며 이어서 말했다.
“심궁엔 여인이 많고 그만큼 원한과 원망도 깊지요. 이런 일이 처음인 것도 아닙니다. 황상께선 일국의 황제로서 당연히 이를 용인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그간의 정을 봐서 황후를 처형하진 않고 유폐한 뒤 다신 만나보지 않았지요.”
“그래서 발병하신 겁니까?”
태후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엔 발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관저전에 유금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정신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지요. 현미 도장께선 이해할 수 없겠지만, 누구도 찾지 않는 궁전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그 누가 멀쩡히 지낼 수 있겠습니까. 특히 그 사람이 황후라면요. 그런 오해를 받고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으니…….”
“태후마마께선 누군가 황후마마께 억울한 누명을 씌웠다 믿으시는 겁니까?”
태후의 입꼬리가 딱딱하게 굳었다.
“당연하지요. 황후는 애가의 친조카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 풍씨 집안의 여식은 절대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럼 황상께선―”
태후가 따뜻한 표정으로 정미를 쳐다봤다.
“현미 도장, 그대는 아직 어리니 남녀지간의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겁니다. 황상과 황후의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이 일이 일어났을 때, 보잘것없는 후궁의 일보다도 훨씬 격노하셨지요. 황후를 유폐한 뒤, 시간이 지나 그 결정을 조금은 의심했을지 몰라도 황제의 존엄이 있으니 돌이킬 순 없을 겁니다.”
태후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이 만나지 않은지도 벌써 20년이 넘었군요.”
“그렇군요.”
정미는 황후에게 깊은 동정심이 일었다.
“걱정 마세요, 태후마마. 전심전력으로 황후마마를 치료하겠습니다. 우선 지금 단계의 치료는 일단락되었으니, 앞으로 황후마마의 병세를 잘 유지하다가 봄이 되면 조제한 약을 들고 다시 궁으로 와 다음 단계의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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