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화. 이럴 줄 알았다면
입구에 다다랐을 때, 정철은 멈춰 섰다. 흐느끼는 소리가 더욱 또렷이 들려왔다.
정철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문발을 걷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침상 위엔 아무도 없었다. 정철은 가슴이 철렁하여 바깥방에서 들어오는 빛을 통해 다른 곳을 살펴봤고, 곧 정미가 가련한 모습으로 구석에 머리를 무릎에 파묻고 쭈그려 앉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철은 성큼성큼 다가가 손을 뻗어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슴이 아프면서도 왠지 힘이 빠졌다.
“왜 여기 앉아 있어? 얼른 일어나. 바닥이 차.”
정미가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들었다.
“눈을 감으면 너무 무서워서―”
정철이 한숨을 푹 쉰 뒤 말했다.
“가자.”
“응?”
정미는 멍해졌다.
정철은 부끄러우면서도 화가 났다. 여동생에게 화가 나는 건지, 자신에게 화가 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밖에서 자자고!”
말을 마치자마자 귀 끝이 뜨거워진 정철은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
정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오므리며 몰래 웃었다.
‘이럴 줄 알았어. 오라버니는 날 좋아해. 내가 괴로워하는 걸 그냥 둘 리 없지! 그나저나 우는 척은 정말 힘들구나. 방 안이 어둡고, 오라버니가 쑥스러워해서 자세히 보지 않아서 다행이지.’
정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방에서 나왔고, 고개를 숙인 채 침상 옆에 서서 애교스럽게 말했다.
“오라버니―”
정철은 온몸이 굳은 채 침상에 앉아 딱딱하게 말했다.
“이번 한 번만이야. 다음은 없어!”
“응.”
정미는 그 어느 때보다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혹시나 정철의 마음이 변할까 봐 얼른 침상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러자 정철이 벌떡 일어났다. 정미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정철의 귀 끝이 다시 뜨거워졌다.
“안방에서 자자, 여기선 못 자겠어.”
여기 있는 침상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한 사람이 눕기엔 충분했지만, 두 사람이 누우면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닿을 만한 크기였다. 그건 너무 껄끄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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