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화. 전인(前因)
정미는 무거운 표정으로 침상에 돌아가 앉은 뒤, 침상 머리맡에 기대 생각에 잠겼다.
‘빼지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아. 나한테 들러붙은 건 아니겠지? 그럼, 아혜는?’
정미의 생각을 느낀 건지, 아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괜한 힘쓰지 마. 부서질 팔찌였으면 지금까지 남아있었겠어?」
“아혜!”
짧은 충격이 지나간 후, 정미는 빠르게 차분함을 되찾고 물었다.
“팔찌 안에 있어?”
정미는 아혜가 지금 자신의 몸속이 아닌, 팔찌 안에서 말을 걸고 있음을 분명히 구별해낼 수 있었다.
한참 후, 아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 남매에게 그런 재주가 있을 줄은 정말 몰랐네! 말해줘. 네 둘째 오라버니는 어떻게 내가 네가 아닌 걸 알아챈 거지?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고?
살아있는 몸이 나를 보호하고 있었으니, 평범한 흑구의 피는 내게 그리 효과가 없었을 텐데. 양년(陽年)·양월(陽月)·양일(陽日)·양시(陽時)에 태어난 순양(純陽) 흑구가 아니라면 말이지.
그런 흑구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해도, 나 정도 능력이면 기껏해야 그 몸 안에서 잠들 뿐 이렇게 쫓겨나진 않았을 텐데. 만약 이 팔찌가 지켜주지 않았다면 이미 혼이 흩어졌을지도 몰라.」
차갑고 거친 아혜의 목소리는 목숨을 앗으려는 악귀 같았다. 아주 듣기 싫은 소리였지만, 정미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난 내 오라버니가 어떻게 너를 알아차렸는지 알 거 같아.”
‘영혼도 되어보고, 다른 고혼이 내 몸을 차지하는 것도 지켜봤는데, 고작 팔찌 안의 아혜에게 놀라 겁먹을 순 없지. 설사 겁먹었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티 내선 안 돼!’
「뭐? 어떻게 알았는데? 얼른 말해―」
아혜가 재촉했다.
그러나 정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말 안 해줄 거야. 알려줬다가 혹시나 다음에 네가 또 내 몸을 차지하게 되면, 꾀를 써서 빠져나갈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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