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황당한 꿈
흘끗 봤을 뿐인데, 정미는 곧바로 그 책을 던져버렸다. 가슴은 북처럼 쿵쿵 뛰었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아가씨―”
밖에서 환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지 마!”
정미는 책 내용에 깜짝 놀라 혼이 나가 있었기에 이성적으로 말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몸이 한 발짝 일찍 반응했고, 침상에서 뛰쳐나온 정미는 바닥의 책 위로 달려들어 양손으로 꼭 쥐었다.
환안은 말을 잘 듣는 시종이었기에 정미의 말에 곧장 방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물었다.
“아가씨, 뭐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는데요?”
“아, 베개야. 맞아, 베개였어! 방금 악몽을 꿔서, 실수로 베개를 차버렸지 뭐야.”
정미가 허둥대며 대답했다.
“아가씨께 별일 없으면 다행이에요.”
정미는 다시 침상으로 돌아가 당부했다.
“환안, 일찍 자렴. 무슨 일이 있으면 널 부를 테니.”
“예.”
환안의 대답 후, 바깥에서는 더 이상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촛불이 흔들려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를 반복하며 정미의 새빨개진 얼굴을 비췄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미는 책을 꼭 쥐고 있던 손을 천천히 놓았다.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이 책은 정말 이상해. 안에 그려진 사람들은 어찌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있지 않은 거지?’
정미는 부끄러우면서도 놀라웠고 강적을 만났다는 듯 책을 빤히 노려보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촛불에서 불꽃이 튀었을 때,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안 돼, 그런 지옥 같은 참상도 다 버텼는데 이런 책 하나 보지 못할까 봐?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 일부러 사 왔는데, 정확히 알아봐야 하지 않겠어?’
정미는 결심을 내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떨리는 손으로 약간 찢어진 책을 조금씩 열어보았다.
첫 그림이 눈에 들어오자 정미는 또 책을 떨어트릴 뻔했으나 가까스로 참으며 억지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한 장, 그리고 또 한 장씩 넘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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