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4화. 그가 아니면 혼인하지 않겠어요 (1)
금연은 대장공주를 따라가지 않고 뒤돌아 다시 정효양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정효양은 미인이 들고 있던 술잔을 가져와 한입에 마시곤 비틀비틀 일어나 천천히 걸어왔다. 그는 그렇게 헤실헤실 웃으며 금연을 내려다봤다.
“참으로 좋은 군주이시군요. 그렇지, 폐하께서 날 처벌하시는 게 내 다리가 분질러지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은 길이지.”
이내 정효양은 금연의 손을 살포시 잡고 손등에 쪽, 입을 맞췄다.
“좋아…….”
나른히 중얼거리던 그가 가볍게 딸꾹질을 시작했다.
가벼운 딸꾹질 소리에 묻혀 뭐가 좋다는 건지는 정확히 들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금연은 정효양이 함부로 손을 가져가 입맞춤을 해도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냥 무표정하고 담담한 얼굴이었다.
“술 취하셨어요?”
정효양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군주 정혼자는 어마어마한 술고래입니다. 이 몇 잔에 취할 리가.”
“취하지 않으셨다니 다행이네요. 따라오세요.”
금연이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정효양이 살짝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디를?”
“황궁이요.”
“날 폐하께 데려가 처벌받게 하겠단 겁니까?”
정효양이 나른한 눈빛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처벌해주시길 바라시는 거 아니었나요? 그 소원 이루게 해드려야죠.”
정효양은 한동안 가만히 자신을 차갑게 노려보는 금연을 내려다보다, 홀연 엷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살포시 끌어안았다.
“듣자 하니 황제폐하를 연모하신다고 하던데.”
금연의 귓가에 정효양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녀는 바로 정효양의 품을 벗어나려했지만 목석처럼 단단한 그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금연은 정효양의 품에서 살짝 한숨을 쉬며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
“연모했었어요.”
“지금은?”
“더 이상 연모하지 않을 수 있어요. 노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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