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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화 나보다 중요한 일



696화 나보다 중요한 일

한목은 상심 가득한 표정을 하고는 문지기에게 말했다.

“임계 공자를 대신 만날 순 없겠나?”

“소인이 한번 여쭈어보겠습니다.”

문지기가 곧장 안으로 향했다.

“한 공자는 부친의 일로 소왕야와 소왕비마마를 만나러 온 것인가?”

영강후가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부친께서 저리 원인도 모른 채 돌아가셨으니 저대로 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소왕야께서 모든 사건을 맡으시곤 조금 전 경성으로 돌아 오셨다기에 직접 찾아왔지요. 제가 서두르지 않으면 이 뜨거운 여름날 온전치 못한 시신으로 장례를 치를 순 없지 않겠습니까?”

한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훌륭한 조정 관원께서 돌아가시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대인만큼 좋으신 분이 몇 없건만…….”

영강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에게도 원한을 사실 분이 아닌데 대체 어떤 놈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한목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소왕야는 자유분방해보여도 결코 불의를 보고는 못 넘어가는 사내대장부시니 반드시 진상을 찾아 한 대인의 한을 풀어줄 것이네.”

영강후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를 건네자, 한목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한목이 다시 영강후에게 물었다.

“영강후 대인께선 어쩐 일로 소왕야를 찾아오신 겁니까?”

“소왕비에게 연람의 상처를 좀 봐 달라 청하러 왔건만 이리 쓰러졌다고 하니 더 이상 폐를 끼쳐서는 아니 되겠어.”

영강후가 한숨을 내쉬었다.

“소왕비마마의 의술이 참으로 뛰어납니까?”

한목이 물었다.

“그럼! 저승 문 앞까지 가 있던 우리 부인을 소왕비가 살려냈네.”

영강후가 말했다.

“어머니께선 아버지가 변을 당하신 뒤로 식사도 거르시고 기력도 잃어 몸이 많이 상하셨습니다. 태의께서 약을 지어주셨는데도 듣질 않네요.”

한목이 한숨을 내쉬었다.

“소왕비가 다 나으면 그때 봐 달라 청해보게나.”

영강후의 말에 한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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