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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화. 먹고 강해지는 거다요!

185화. 먹고 강해지는 거다요!

"연못 안으로도 멸망의 사도가 들어오다니······."

세준이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아직 연못 안에서 나오지 않은 테오와 꾸엥이지만, 둘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둘은 멸망의 사도를 사냥할 수 있고 테오의 꼬리에서 자고 있는 이오나도 있었다.

진짜 위험하면 이오나도 나설 것이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그대는 괜찮냐고 묻습니다.]

에일린이 세준의 상태를 물었다.

"나? 나는 괜찮지. 테오랑 꾸엥이가 처리했어."

멸망의 사도 때문이라고 생각한 세준이 에일린을 안심시켰다.

[탑의 관리자가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갑자기 탑 99층에 멸망의 사도가 침투했다고 해서 그대를 걱정했다고 말합니다.]

차원의 바다를 통해 탑에 들어온 멸망의 사도들은 자신들의 기운을 위장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탑에 들어오자마자 탑의 시스템에 걸렸고 에일린도 멸망의 사도가 침투했다는 것을 인지했다.

테오와 꾸엥이가 조금만 늦게 처치했어도 에일린이 직접 나서 멸망의 사도를 처치했을 것이다.

덕분에 차원의 바다를 통해 멸망의 사도가 들어오면 에일린이 먼저 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행이다.'

세준이 에일린의 말에 안도했다. 만약 터널을 통해 들어온 멸망의 사도가 연못 밖으로 나오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은 연약한(?) 불꽃이. 세준이 알아차렸을 때는 늦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에일린과 얘기를 마치고 밭일을 한 지 1시간 정도 됐을 때

[체력의 옥수수가 농사꾼의 발소리에 감사하며 힘을 보탭니다.]

[체력 스탯의 잠재력이 100에서 101로 상승합니다.]

세준의 체력 잠재력이 1 늘어났다.

"좋았어."

세준이 뿌듯한 표정으로 다시 밭일에 집중했다.

그때

첨벙.

"박 회장, 우리 왔다냥!"

꾸엥!

[꾸엥이가 참치 잡았다요!]

연못에서 테오와 꾸엥이가 나왔다. 테오는 빈손이었고 꾸엥이는 두 앞발에 거대한 참치를 한 마리씩 들고 나타났다. 딱 봐도 꾸엥이의 승리였다.

"꾸엥이가 이겼네?"

"아니다냥! 나도 참치를 잡았다냥!"

테오가 세준의 말에 발끈하며 자신의 봇짐에서 거대한 참치를 꺼내기 시작했다. 꾸엥이와 똑같은 두 마리였다. 크기도 비슷했다.

둘이 싸우지 않도록 불꽃이가 비슷한 크기의 참치 4마리를 연못 안으로 들여보낸 덕분이었다.

"그리고 여기 코인도 얻었다냥!"

테오가 녹색 코인 4개와 회색 코인 5개를 세준에게 건넸다.

"이렇게 많아?!"

세준이 9개의 코인을 받으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꾸엥!

[꾸엥이 코인이 1개 더 많다요! 그러니까 꾸엥이가 이긴 거다요!]

회색 코인이 1개 더 많았기에 꾸엥이가 자신의 승리를 주장했다.

"아니다냥! 나에게는 이게 있다냥! 승리는 나 테 부회장의 것이다냥!"

테오가 봇짐에서 세준의 몸 크기만 한 얇고 길쭉한 물건 하나를 꺼냈다.

꾸엥?

[그건 그냥 돌 아니다요?]

꾸엥이가 테오가 챙겨온 돌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큰형아는 왜 먹지도 못하는 돌을 가져왔다요?

"푸후훗. 이건 평범한 돌이 아니다냥! 내 앞발이 끌렸다냥!"

테오가 자신 있게 외쳤다. 앞발이 끌렸고 박 회장 만족도도 8~9점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

"이건?!"

테오가 자신한 것처럼 세준은 테오가 가져온 돌을 보자마자 흥분했다.

[심해의 거대 바위굴]

돌이 아니라 굴이었다.

"테 부회장, 발톱 꺼내."

세준이 테오의 앞발을 잡으며 말했다.

"푸후훗. 알겠다냥!"

빳칭!

세준의 반응을 보며 자신이 대단한 걸 가져왔다고 직감한 테오가 우쭐해하며 자신의 용발톱을 꺼냈다.

서걱.서걱.

세준이 조심스럽게 굴 껍데기를 자르자 안에서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서걱.서걱.

세준은 무시하고 계속 굴을 잘랐다.

그렇게 굴껍데기를 절반 정도 자르자

"꾸엥아, 이것 좀 벌려줘."

꾸엥!

[알겠다요!]

테오가 가져온 게 먹을 거라는 걸 깨달은 꾸엥이가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쩌억.

꾸엥이가 가볍게 굴의 입을 벌리자 굴의 뽀얀 속살이 나타났다. 거대한 속살이었다.

서걱.

세준이 우윳빛이 나는 굴을 조금 잘라 입에 넣자 입 안에 바다의 풍미가 가득 찼다.

"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세준이 바다의 여운을 느끼고 있을 때

쾅!쾅!

꾸엥!

[아빠 꾸엥이도 먹어보고 싶다요!]

세준이 자신은 안 주자 마음이 급해진 꾸엥이가 발을 구르며 자신도 있음을 어필했다.

"알았어. 자. 여기."

세준이 이번에는 바위굴을 손바닥 정도 크기로 크게 잘라 꾸엥이의 입에 넣어줬다.

오물.오물.

꾸엥!꾸엥!

[푸른 바다가 보인다요! 맛있다요!]

맛잘알 꾸엥이는 단숨에 바다의 맛을 알아차렸다.

"테 부회장도 먹을래?"

"싫다냥!"

꾸엥이와는 반대로 단호하게 거부하는 테오. 역시 생선애호가다웠다.

꾸엥!

[꾸엥이는 먹는다요!]

어느새 입에 있는 굴을 삼킨 꾸엥이가 아기새처럼 입을 벌리며 재빨리 대답했다.

"그래. 나 한입, 꾸엥이 한입."

세준이 거대 바위굴을 자신 입에는 일반 굴 사이즈로, 꾸엥이의 입에는 손바닥 크기로 잘라 넣었다.

그렇게 세준과 꾸엥이가 사이좋게 한입씩 먹으며 굴을 절반 정도 먹었을 때

꾸엥!

[아빠 이거 먹어야 한다요!]

거대 바위굴의 속살에서 꾸엥이가 호두만 한 아이보리색 구슬을 꺼내 세준에게 건넸다.

"뭐야? 진주야?"

세준이 꾸엥이가 건넨 구슬을 들어 살펴봤다.

[심해의 바위굴 내단]

차원의 바다 깊은 심해에서 3000년 이상 산 바위굴의 내단입니다.

섭취 시 힘이 50 상승하고 재능 : 단단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쓴맛이 강하게 납니다.

사용 제한 : Lv. 50 이상, 체력 50 이상

등급 : A

"오!"

내단의 옵션에 세준이 감탄했다. 힘이 50이나 상승하고 재능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꾸엥이가 왜 세준에게 순순히 내단을 넘겼는지 알 수 있었다.

"쓴맛이 강하게 난다고?"

꾸엥!꾸엥!

[꾸엥이는 쓴맛 싫다요! 쓴맛을 좋아하는 아빠가 먹고 강해지는 거다요!]

꾸엥이가 엄지를 들며 세준을 응원했다. 쓴 커피를 마시는 세준을 보며 쓴맛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꾸엥이였다.

'그래.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나도 최약체 탈출할 거야!

"끄응."

세준이 굳은 결심을 하며 심해의 거대 바위굴 내단을 입에 넣었다.

물컹.

입에 들어오자마자 내단이 흐물흐물하게 변했다.

"으읍!!!"

동시에 입안 가득 퍼지는 쓴맛.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강렬한 쓴맛이 세준의 뇌리를 묵직하게 강타했다.

세준이 내단을 삼킨 자신을 원망하며 내단을 뱉어내려 했지만

꿀꺽.

내단은 세준의 목을 타고 저절로 삼켜졌다.

[심해의 거대한 바위굴 내단을 섭취했습니다.]

[힘이 50 상승합니다.]

[재능 : 단단함을 개화했습니다.]

"으워어어!"

세준이 괴성을 지르며 서둘러 밭에 있는 방울토마토들을 입에 넣어 입 안에 남은 쓴맛을 없앴다.

"으······ 끔찍했다."

20개 정도의 방울토마토를 먹은 세준이 조금 전 겪었던 쓴맛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그리고 고생 끝에 얻은 자신의 성과를 확인했다.

[힘 85]

[재능 : 단단함]

-몸이 단단해져 일정 수준 이하의 공격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체력이 높아질수록 무시할 수 있는 데미지가 높아집니다.

"흐흐흐."

성과는 만족스러웠다. 바람 속성 재능은 아니지만, 어쨌든 재능 개화에 성공한 세준이었다.

"그럼 우리 갈게."

[네! 주인님! 저녁 맛있게 드세요!]

저녁을 하러 가는 세준을 향해 불꽃이가 이파리를 열심히 흔들었다.

그렇게 불꽃이 혼자만 남은 동굴 안.

[휴우. 다음에는 영양도 좋고 맛도 좋은 걸로 찾아야겠어요!]

불꽃이가 세준의 능력을 올리면서 세준의 입맛까지 만족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세준은 일어나자마자

냠.

[에일린의 건강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음식을 모두 먹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78조각 남았습니다.]

요즘 배춧국 때문에 먹지 않았던 에일린의 주먹 고기 조각부터 먹었다.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먹으면 하루에 2개까지 소화가 가능하다. 곧 고기가 뱃속에서 퍼지며 배가 불러왔다.

스윽.

식사를 해결한 침실 벽에 날짜를 표시하며 조난 327일 차 아침을 시작한 세준이 밖으로 나왔다.

집 밖으로 나오자

께엑!

멀리서 버섯개미 한 마리가 세준을 불렀다. 영약을 가져가라고 부르는 소리였다.

휙.휙.

세준이 조용히 버섯개미에게 집 뒤편을 가리켰다.

그리고

께엑!

집 뒤에서 접선이 이루어졌다.

[상급 영약 : 송이버섯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250을 획득했습니다.]

수확하자마자 송이버섯 향이 확 퍼져 나왔다.

'이건 포기하자.'

배가 불러 먹을 수도 없고 향이 너무 강해 숨겨도 100% 꾸엥이에게 걸린다. 괜히 숨기다 들키면 아빠로서의 위엄만 없어진다. 세준은 송이버섯을 통째로 꾸엥이에게 주기로 했다.

"고마워. 다음에도 부탁해."

세준이 영약을 가져온 버섯개미를 칭찬하고 보낼 때

꾸엥?꾸엥!

[아빠 어디 있다요? 꾸엥이 배고프다요!]

멀리서 세준을 찾는 꾸엥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빠 여기 있어!"

세준이 대답하자

다다다다.

세준의 목소리를 쫓아 경쾌한 발소리를 내며 꾸엥이가 달려왔다.

꾸엥!

[아빠다요!]

폴짝!

꾸엥이가 세준을 향해 몸을 날렸다.

사뿐.

세준이 가볍게 꾸엥이를 받았다. 힘이 강해진 덕분에 이제 정말 꾸엥이가 새털같이 느껴졌다. 물론 꾸엥이의 노력이 더 컸지만.

킁킁.

꾸엥!꾸엥?!

[아빠 몸에서 맛있는 냄새 난다요! 아빠 혼자 맛있는 거 먹었다요?!]

세준의 몸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자 대번에 세준을 의심하며 꾸엥이가 세준의 입 주변 냄새를 맡았다. 점점 포악한 맹슈 모드로 변하려는 꾸엥이.

하지만

꾸엥?

의외로 입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짜잔! 아빠가 꾸엥이 주려고 안 먹었지. 자 이거 먹고 기다리고 있어."

세준이 허리에 숨겨뒀던 송이버섯을 꺼내 꾸엥이에게 줬다.

꾸엥!꾸엥!

[아빠 최고다요! 꾸엥이 잘 기다린다요!]

쩝쩝.

세준의 품에 안긴 꾸엥이가 힘차게 대답하고는 송이버섯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취사장으로 가 어제 만든 참치어죽을 데워 동물들에게 아침을 주고 세준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저벅.저벅.

어제처럼 마일러의 괭이를 챙겨 들고 밭에 농작물을 심었다.

[마력이 담긴 땅에 마력의 방울토마토 씨앗 500개를 심었습니다.]

[마력의 방울토마토 씨앗들이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어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마력의 방울토마토 씨앗의 성장 속도가 2배 빨라집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755만 4673번 남았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어제는 당근이었고 오늘은 방울토마토라는 것.

그렇게 방울토마토를 심고 있을 때

(세준 님! 저 조금 있으면 지구에 갈 것 같아요!)

세준의 등에 매달려 있던 황금박쥐가 서둘러 외쳤다.

"오! 진짜?"

(네! 뭘 가져올까요?)

"라면! 무조건 라면 많이 가져와!"

세준이 라면에 한이 맺힌 것처럼 외쳤다. 저번에 꾸엥이에게 뺏겨 겨우 국물맛 만 본 이후로 그 장면이 가끔 꿈에 나타날 정도로 한이 맺혔다.

차라리 맛을 안 봤으면 모르겠지만, 맛을 본 덕분에 세준은 더 안달이 난 상태였다.

(네! 저만 믿으세요!)

황금박쥐가 자신 있게 대답하며 지구로 넘어갔다.

186화. 청첩장을 받다.

186화. 청첩장을 받다.

한라 빌딩의 모니터실. 사람들이 수십 대의 화면으로 CCTV 영상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때

삑.삑.

동작 센서가 작동했다는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디야?!"

"3층 315호 청소용품 창고입니다!"

모니터실 관리자의 물음에 부하 직원이 서둘러 대답했다.

"3층 315호에서 황금박쥐 출현 확인했습니다!"

이어서 3층의 CCTV를 살피던 직원이 CCTV 영상에서 황금박쥐의 모습을 확인하며 외쳤다.

"모니터실이다. 3층에서 황금박쥐의 출현을 확인했다. 3층의 안내 요원은 서둘러 3층 315호 청소용품 창고로 이동해 황금박쥐와 접촉하라."

잠시 후

"황금박쥐 님, 맞으십니까?"

(네. 근데 누구세요?)

라면을 찾기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황금박쥐가 안내요원과 마주쳤다.

"저희가 황금박쥐 님이 필요한 물건이 있는 곳으로 안내할 겁니다. 필요한 물건이 뭡니까?"

(저는 라면이 필요해요.)

"혹시 라면 종류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세준 님이 그냥 무조건 라면을 많이 가져오라고 하셨어요.)

"되도록 많이 말입니까? 알았습니다. 저희를 따라오시죠. 라면 창고로 안내하겠습니다. 제 어깨에 앉으시죠."

(네!)

황금박쥐가 남자의 어깨에 앉자

"이동하면서 이것 좀 드시죠."

남자가 황금박쥐가 나타났을 때를 위해 준비해둔 과일 도시락을 열어 안에 있는 포도 하나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쭙쭙.

황금박쥐가 포도를 먹으며 라면 창고로 이동했다. 현재 한라 빌딩에 입주해 있던 사무실들은 전부 나간 상태로 지금은 황금박쥐만을 위한 물류센터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렇게 라면 창고에 도착한 황금박쥐는 라면 창고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라면을 챙겼다.

(뱃뱃. 감사합니다. 그럼 갈게요.)

파닥!파닥!

두 발로 라면 100개를 움켜쥔 황금박쥐가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탑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툭.

"어?!"

5개씩 묶어 연결한 20개의 라면 뭉치 중 1개를 뺀 나머지 19개 라면 뭉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결국 황금박쥐가 가져간 라면은 5개가 전부였다.

***

"흐흐흐. 라면을 몇 개나 가져오려나?"

세준이 지구로 간 황금박쥐를 기다리며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아무리 못해도 라면을 2개는 가져와 줘야 꾸엥이랑 자신이 1개씩 나누어 먹을 수 있다.

최대한 많이 가져오라고 말은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렇게 밖의 물건을 공수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운이니까.

처음 황금박쥐가 지구에 왔다 갔다 할 때만 해도 세준은 욕심을 내며 황금박쥐에게 아공간 주머니를 마련해 지구의 물품을 대량으로 가져오게 하려 했다.

하지만 이오나가 그런 세준을 말렸다. 차원을 이동하는 건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되도록 변수가 없는 게 좋다고.

특히 공간 계열 마법인 아공간 마법 같은 경우 차원 이동을 하는 중간에 간섭을 일으켜 황금박쥐가 다른 장소로 이동하거나 최악의 경우 차원의 틈에 갇혀버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때

파닥.파닥.

(뱃뱃! 세준 님, 저 왔어요!)

황금박쥐가 돌아왔다.

(제가 라면 엄청 많이 가져왔어요!)

황금박쥐가 세준을 향해 흥분한 목소리로 외치다가

(어?!)

생각보다 몸이 가볍자 서둘러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달랑 라면 뭉치 1개만 들고 있는 걸 확인했다.

(배앵······ 라면을 엄청 많이 챙겼는데······ 세준 님, 죄송해요.)

황금박쥐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세준에게 날아왔다.

하지만

"오! 황금박쥐 대단해! 라면을 5개나 챙겨오다니!"

세준은 황금박쥐가 가져온 라면을 보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꾸엥이랑 1개씩 나눠만 먹을 수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황금박쥐가 라면을 5개나 가져온 것이다.

거기다 종류도 다양했다. 일반 국물라면 3종류, 짜장라면 1개, 지옥닭라면. 최고의 성과였다.

"잘했어. 황금박쥐!"

(뱃뱃. 저 잘했나요?)

"그럼! 자 이리 와 봐!"

세준이 자신의 손바닥을 펼치며 말했다.

(네!)

"이거 먹어."

세준이 손바닥 위에 올라온 황금박쥐에게 하얀색 방울토마토를 건넸다. 영약급 방울토마토였다.

(잘 먹겠습니다!)

쭙쭙.

황금박쥐가 방울토마토를 안고 열심히 즙을 빨아 먹기 시작했다.

'역시 세준 님, 과일이 제일 맛있어!'

조금 전까지 과일 접대를 받고 온 황금박쥐지만, 지구에서 먹은 과일은 이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흐흐흐. 이따 저녁에 먹어야지."

에일린의 건강 주먹 고기 조각을 소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황금박쥐 덕분에 라면을 5개나 챙긴 세준은 빨리 배를 꺼트리기 위해 열심히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그리고

[마력의 방울토마토가 농사꾼의 발소리에 감사하며 힘을 보탭니다.]

[마력 스탯의 잠재력이 105에서 106으로 상승합니다.]

방울토마토밭을 열심히 돌아다닌 덕분에 마력 잠재력도 1 상승했다.

세준이 열심히 일을 하는 사이

꾸엥!꾸엥!

[맛있겠다요! 꾸엥이도 꾸엥이 할머니 만나서 꾸엥이 할머니 요리 먹고 싶다요!]

꾸엥이는 그리움의 청동 거울로 할머니가 요리하는 것을 지켜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엉겁결에 할머니가 된 것도 모자라 쿡방까지 찍는 김미경이었다.

우적.우적.

그렇게 쿡방을 보며 간식 주머니에서 생고구마를 꺼내 먹던 꾸엥이.

꾸엥?

[근데 흑토끼 형아는 뭐 한다요?]

갑자기 흑토끼가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청동 거울에 마력을 불어 넣으며 흑토끼를 떠올렸다.

그러자 청동 거울에 보이는 흑토끼. 흑토끼는 뾱망치를 등에 메고 웃음을 참으며 누군가의 등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꾸엥?

[어디서 많이 보던 등이다요?]

근데 그 등이 상당히 익숙했다.

그때

뺘악!!!

"으악! 깜짝이야!"

세준이 일하는 곳에서 흑토끼의 포효 소리와 함께 세준의 비명이 들렸다. 탑 99층에 도착하자마자 세준에게 장난을 친 흑토끼였다.

***

"야! 놀랐잖아!"

갑자기 뒤에서 소리를 지르며 나타난 흑토끼를 보며 세준이 화를 낼 때

뺘악!

[삼촌, 보고 싶었어요!]

폴짝!

부비부비.

세준의 어깨에 잽싸게 올라가 세준의 얼굴에 자신의 볼을 부비는 흑토끼. 이렇게 애교를 부리면 반칙이잖아.

"잘 지냈어?"

세준이 흑토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흑토끼의 애교에 화는 사그라든 지 오래였다.

뺙!뺙!

[네! 오늘은 이것 때문에 왔어요!]

척.

흑토끼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어?! 이건?"

앞으로 한 달 후 탑 55층에서 레드리본 왕국이 새로 세워졌다는 것을 알리는 건국식과 함께 흑토끼와 쀼쀼의 결혼식에 초대한다는 청첩장이었다.

"흑토끼 축하하고 고생했어!"

뺙!뺙!

[맞아요! 나 엄청 고생했어요!]

세준의 칭찬에 흑토끼가 바로 세준의 볼에 다시 머리를 비비며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탑 55층에서는 지위가 있으니 이러기 힘들었을 것이다.

세준이 그런 흑토끼를 쓰다듬고 있을 때

뺙?

[삼촌은 못 오죠······?]

흑토끼가 혹시나 하는 눈빛으로 세준을 보며 물었다. 실망하지 않기 위해 부정형으로 말했지만, 눈빛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미안······ 흑토끼도 알잖아."

세준은 흑토끼의 기대에 부응해줄 수 없었다. 탑 55층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웨이포인트가 등록돼 있거나 탑 55층의 땅문서가 필요했지만, 세준은 둘 다 해당하지 않았다.

흑토끼가 간단하게 땅문서를 발행해주면 좋겠지만, 땅문서 아이템은 일반적인 용도의 땅문서와 달랐다. 땅문서 아이템은 탑이 만들어 내는 것으로 용족도 관여하지 못한다고 했다.

뺙······

[괜찮아요······.]

흑토끼가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때

"흑토끼, 언제 온 것이냥?!"

세준의 무릎에서 자다 일어난 테오가 흑토끼를 발견하고는 아는 체를 했다.

뺙!뺙!

[방금 왔어! 나 한 달 후에 결혼해!]

"축하한다냥! 내가 결혼식 때 좋은 선물을 주겠다냥!"

그렇게 테오와 흑토끼가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꾸엥!

[작은 형아다요!]

꾸엥이가 흑토끼를 부르며 달려왔다.

***

검은 탑 2층.

"이제 2층은 그냥 올라가면 되네?"

"이게 가겔 덕분이지."

이제 막 티켓으로 각성한 헌터들이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경험치 농장을 보며 말했다.

가겔의 경험치 농장은 점점 규모를 넓히며 탑 2층을 전부 장악했고 탑 2층에 있던 스켈레톤들은 오염된 방울토마토의 영양분으로 변하며 완전히 씨가 말랐다.

덕분에 헌터들은 몬스터들과의 싸움 없이 편하게 탑 3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렇게 경험치 농장을 구경하며 헌터들이 탑 2층의 웨이포인트에 도착해 붉은 크리스탈에 손을 대자

[탑 2층을 클리어했습니다.]

간단하게 층이 클리어됐다.

[탑 2층 클리어 보상으로 경험치 5000, 1탑코인, 풋내기의 검을 획득했습니다.]

거기다 탑 2층 클리어 보상까지. 층 클리어 보상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세준이 봤다면 억울해할 상황이었다.

[탑 2층의 웨이포인트가 저장됐습니다.]

[탑 3층으로 이동합니다.]

그렇게 탑 3층에 도착한 헌터들.

"오! 여기도 경험치 농장이 생기고 있네?

헌터들이 땅에 심어진 오염된 방울토마토들을 발견했다. 탑 3층의 일부에도 경험치 농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

"보물창고 안의 보물은 흑토끼 네가 써."

세준이 레드리본 왕국 보물창고에 있는 물건들을 꺼낼 수 있는 보물창고의 수호 토끼 조각상을 흑토끼에게 결혼 선물로 건네면서 말했다.

처음 이걸 얻었을 때부터 세준은 이 보물들을 흑토끼가 쀼쀼와 결혼하면 넘길 생각이었다.

'이 정도 보물이면 우리 흑토끼가 꿀릴 일은 없지!'

흑토끼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였다.

"이제 다시 일해야지. 흑토끼, 너는 이것 좀 먹고 있어."

세준이 영약급 방울토마토 5개를 건넸다. 앞으로 왕이 될 흑토끼.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뺙!

[잘 먹을게요!]

그렇게 흑토끼에게 몸보신을 시키고

저벅.저벅.

세준이 다시 방울토마토밭에서 일할 때

쭙쭙.

뺙?

[이게 뭐지?]

방울토마토를 먹으면서 보물 창고의 물건을 살펴보던 흑토끼가 문서 하나를 꺼내 무심결에 펼쳤다.

그리고

슈욱.

흑토끼가 사라졌다.

꾸엥?

[작은 형아 어디 갔다요?]

흑토끼의 방울토마토를 노리고 있던 꾸엥이가 당황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꾸엥!

[아빠 작은 형아가 없어졌다요!]

꾸엥이가 급하게 세준을 불렀다.

"뭐?! 흑토끼가 왜?"

꾸엥!꾸엥!

[모르겠다요! 아빠처럼 말린 문서를 펼치더니 사라졌다요!]

"뭐?! 말린 문서?"

꾸엥이의 말에 세준은 보물창고에 넣어뒀던 땅문서가 떠올랐다.

그리고

"헉!"

기겁했다. 보물창고에 넣어둔 땅문서는 하얀탑과 푸른탑의 땅문서.

"그걸 왜 열어?!"

땅문서를 펼쳐 탑 77층으로 혼자 이동해 탑 99층을 발칵 뒤집었던 세준이 할 말은 아니었다. 그 삼촌에 그 조카였다.

"꾸엥이는 일단 청동 거울로 흑토끼가 무사한지 보고 있어! 나는 용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볼게! 에일린!"

세준이 꾸엥이에게 말하고는 에일린을 부르며 카이저와 켈리온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하얀탑으로 갔다면 그래도 켈리온이나 아작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서둘러 청동 거울로 흑토끼의 상태를 확인했다. 주변이 새하얗고 반짝이는 바위들로 덮여 있어 흑토끼의 모습이 너무 잘 들어왔다. 다행히 흑토끼에게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그때 흑토끼가 등에 메고 있던 자신의 뾱망치를 꺼내며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187화. 소금 광산이라고?!

187화. 소금 광산이라고?!

보물창고에 있던 문서를 펼치던 중 갑자기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한 흑토끼.

뺙?

흑토끼가 자신이 있는 곳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땅과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눈처럼 새하얬다.

그렇게 흑토끼가 주변을 살펴보고 있을 때

쿠웅.

땅에서 느껴지는 강한 진동.

척.

어느새 자신의 전용 무기 뾱망치를 꺼낸 흑토끼가 귀를 쫑긋 세우고 발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쿠궁.

쿠구궁.

진동이 점점 강해지며 땅속에서 뭔가가 흑토끼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왔다. 흑토끼는 침착하게 소리를 들으며 진동을 일으키는 상대의 움직임과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땅을 파며 지상으로 올라오는 거대하고 길쭉한 몸체를 가진 적.

뺙!

다가오는 적은 하나가 아니었다.

그리고

쿠구구궁.

진동이 바로 발밑에서 느껴지는 순간

뺙!

폴짝!

흑토끼가 땅을 박차며 강하게 하늘로 뛰어올랐다.

콰광!

구어어어!

방금까지 흑토끼가 있던 땅을 부수며 몸이 새하얀 돌로 이루어진 뱀 3마리가 거대한 입을 벌리며 솟구쳤다.

하늘에 떠 있는 흑토끼가 다시 땅으로 떨어지며 돌뱀들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 때

뺙!

뾱!뾱!뾱!

흑토끼가 하강하는 중력의 힘에 자신의 힘을 실어 다가오는 돌뱀의 머리 중 하나를 강타하며 그 반동을 이용해 다른 돌뱀의 머리로 날아갔다.

쩌저적.

공격을 받은 첫 번째 돌뱀의 머리에 금이 가며 부서지는 사이

뺙!

뾱!뾱!뾱!

흑토끼는 좀 전과 같은 방식으로 두 번째 돌뱀의 머리를 부수며 그 반동을 이용해 마지막 남은 돌뱀의 머리를 부수고 바닥에 가볍게 착지했다.

쿠구궁.쿠궁.

방금 소리를 듣고 더 많은 적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

"카이저 님! 켈리온 님!"

[탑의 관리자가 흑토끼는 하얀 탑으로 이동했으니 그대는 안심하라고 말합니다.]

카이저와 켈리온을 부르며 달리는 세준에게 에일린이 말했다. 탑의 관리자에게는 출입구를 사용하지 않고 출입한 존재에 대한 알람이 나타났다.

"하얀탑이라고? 휴우."

에일린의 말에 세준이 안도했다. 하얀탑이라면 안심이었다. 하얀탑의 땅문서는 탑 43층의 것.

예전에 카이저에게 다른 탑의 수준에 대해 물어봤을 때 검은 탑보다 수준이 조금 낮다고 했으니 흑토끼가 위험할 일은 없었다.

거기다 하얀탑의 관리자는 켈리온. 켈리온의 도움을 받으면 흑토끼를 쉽게 데려올 수 있다.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힘들어.

켈리온이 세준의 요청을 단번에 거절했다.

"왜요?"

-문제가 한둘이 아냐. 일단 흑토끼가 내 기운을 버틸 수 없어.

"아작스가 옮기면요?"

-그게 두 번째 문제야. 용들은 영향을 받지 않지만, 다른 존재들은 탑 밖에 나오는 순간 멸망의 힘에 영향을 받아.

"영향을 받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죽거나 멸망에 잠식돼 괴물이 되겠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흑토끼를 데려올 방법은 세 가지 정도 있다. 흑토끼에게 검은탑의 땅문서를 전달하거나, 지구에 하얀탑이 나타나 흑토끼가 하얀탑에서 나와 검은탑으로 들어가거나, 린드겐을 이용해 통로를 만드는 것.

-사실상 첫 번째 방법뿐이군.

켈리온의 말에 카이저가 단언했다. 탑이 나타난 곳에 다른 탑이 나타나는 경우는 탑이 생긴 이후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린드겐이 탑 밖으로 통로를 만들 수 있다고는 하지만, 탑과 탑을 연결하는 건 불가능했다.

-땅문서를 구해오면 내가 아작스를 시켜 전달해주지.

그렇게 용들과의 대화가 끝나고

"테 부회장, 들었지?"

세준이 테오에게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땅문서를 구해올 수 있는 존재는 테오뿐이었다. 새신랑을 결혼식 전에 복귀시켜야 했다.

하지만

"무슨 소리냥? 아무것도 못 들었다냥······."

지금까지 자다 일어난 테오가 졸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테 부회장, 잘 들어······."

세준이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테 부회장, 믿을 건 너뿐이야."

"알겠다냥! 박 회장은 나만 믿으라냥!"

세준의 전폭적인 신뢰에 테오가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박 회장의 기대에 부응하고, 큰형으로서 곧 결혼을 앞둔 동생을 구한다냥!

'푸후훗. 박 회장의 기대를 받는 나! 너무 멋지다냥!'

"그럼 갔다오겠다냥!"

테오가 스스로의 모습에 취한 상태로 탑 77층으로 향했다. 타루가 얘기했던 새로운 유실물 창고에 방문할 때가 됐다.

***

"꾸엥아, 흑토끼는 어때?"

꾸엥!

[작은 형아가 나쁜 놈들 혼내주고 있다요!]

"그래?"

예상대로 탑 43층이라 걱정할 건 없었다. 세준이 흑토끼의 상황을 정확히 알기 위해 꾸엥이가 든 청동 거울 안을 봤다. 청동 거울 안에는 흑토끼가 거대한 돌뱀들을 상대로 무쌍을 찍고 있었다.

'식량은 보물창고에 충분히 있으니 테오가 땅문서를 구해올 때까지 문제는 없겠어.'

세준이 안도할 때

"저게 대장인가 보네?"

다른 돌뱀들 보다 훨씬 거대한 돌뱀 하나가 땅에서 나타났다. 그런 대장 돌뱀의 이마에는 거대한 자색 수정이 박혀 있었다.

"영약을 먹인 보람이 있네."

세준이 깔끔하게 보스 레이드를 끝낸 흑토끼를 보며 흐뭇한 목소리로 말했다. 적의 대장은 흑토끼가 휘두르는 뾱망치질 2번에 허무하게 쓰러졌다.

하지만

"응?"

쓰러지는 대장 돌뱀의 이마에 있는 자색 수정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저게 뭐야?!"

빛이 사라지자 거대한 수정으로 이루어진 거인이 나타났다.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 흑토끼도 적이 만만치 않음을 느꼈는지 자세를 고쳐 잡으며 세준이 준 용아병-투구를 착용했다.

"설마 저거 멸망의 사도는 아니겠지?"

용아병-투구에 카이저의 비늘까지 있기에 세준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아작스에게 탑 43층으로 내려가 흑토끼를 보호하라고 지시 내릴 준비를 했다.

그사이 흑토기가 자신의 뾱망치를 들어 하늘로 뻗자 하늘이 어두워지며 거대한 초승달이 나타났다.

그리고

"어? 저게 뭐야?!"

초승달에서 떡메를 들고 유유히 내려오는 11마리의 투명한 토끼들. 흑토끼가 정식 떡장인이 되면서 얻은 선대 떡장인들의 혼을 소환해 같이 떡메질을 하는 스킬 : 떡으로 만들어주마!였다.

11마리의 토끼들이 순서대로 거대한 수정거인을 향해 떡메질을 하기 시작했다. 한 대 한 대 떡메를 맞을 때마다 크게 휘청거리는 수정거인.

그렇게 11번째 마지막 선대 떡장인까지 떡메질을 마치자 흑토끼가 막타를 날렸고 수정거인이 쓰러지며 가루가 됐다.

그리고 반짝이며 떨어지는 자색 코인 3개. 그걸로 알 수 있었다. 상대가 멸망의 사도였음을.

"휴우. 다행이다."

세준은 안도했다. 하지만 동시에 배신감이 들었다.

'흑토끼 너마저······.'

또 하나가 자신을 스쳐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이미 한참 전에 앞서갔지만, 이제야 인정하는 세준이었다.

"부럽다. 누구는 저런 스킬도 있고."

세준이 흑토끼의 사기적인 스킬을 부러워했다. 자신은 스킬도 없이 탑 99층의 몬스터를 마음대로 부리고, 부를 수 있는 용이 2마리나 되면서. 물론 용을 불러도 용의 기운을 버틸 수 없다는 게 함정.

그때

[파수꾼 흑토끼가 광산을 점령하고 있던 락솔트 스네이크 무리를 물리치고 하얀탑 43층 소금 광산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얀탑 43층 소금 광산 땅문서의 권한이 검은탑 농부 박세준에게 인계됩니다.]

[땅문서의 스킬 : 광산 정보 Lv. Max가 활성화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땅문서가 세준의 손 위로 나타났다. 파수꾼이 권리를 획득한 땅문서는 탑농부가 갖게 되는 모양이었다.

"이렇게도 되는 거였어?"

세준이 땅문서의 주인이 되기 위해 굳이 직접 땅문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근데 소금 광산이라고?!"

세준이 흥분한 표정으로 땅문서를 살폈다.

[하얀탑 43층 소금 광산 땅문서]

하얀탑 43층에 있는 광산의 주인임을 증명하는 땅문서입니다.

소유자 : 검은탑의 탑농부 박세준

등급 : S

스킬 : [광산 정보 Lv. Max]

[광산 정보 Lv. Max]

크기 : 1만 평

매장량 : 소금 1000만t

일꾼 : 1명(탑농부 박세준의 파수꾼 흑토끼)

특이 사항 : 노천 광산입니다.

"노천 광산?"

그럼 주변에 보이던 하얀 게 다 소금? 그것도 1000만t이나?!

"흐흐흐."

세준은 헤벌쭉 웃음이 나왔다. 이제 앞으로 소금을 아낄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젓갈도 담글 수 있고 배추도 절일 수 있다. 김치를 만들기 위한 중요 재료 중 하나가 갖춰줬다.

"흑토끼한테 보물창고에 소금을 담으라고 전해줘."

세준이 서둘러 토끼 하나를 탑 55층으로 보내 지금 상황과 세준의 말을 적은 종이를 보물 창고에 넣어 전달했고 흑토끼가 주변의 몬스터들을 뾱망치로 설득(?)해서 보물창고에 소금을 담았다.

***

녹색탑 99층.

"할머니, 진짜예요?! 검은 탑의 탑농부를 데려올 수 있다는 게?"

녹색 머리카락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미녀가 흥분한 목소리로 같은 머리색을 가진 40대의 여성에게 묻자

"그래. 가능할 것 같구나. 그것도 더 좋은 방법으로······."

브라키오가 자신의 손녀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이미 회의가 끝난 지 거의 한 달이 지났지만, 용들은 천성이 느긋해 이제야 오필리아에게 알려주는 브라키오였다.

"어떻게요?!"

"글세 그건 지금부터 생각해야지."

다른 탑의 탑농부를 데려올 생각만 했던 브라키오. 하지만 다른 용들과 창조신의 비석 조각의 정보를 교환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창조신님의 안배에서 탑농부의 역할이 그렇게 컸다니······.'

[이계(二誡) - 탑농부는 다른 탑의 탑농부들을 거느릴 수 있다.]

그런 깨달음 안에서 이계는 생각하기에 따라 강한 탑농부가 모든 탑을 지배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른 탑의 탑농부를 전부 거느리는 건 우리 손녀 오필리아뿐이지!'

브라키오가 미리 김칫국을 마시며 다른 탑을 거느릴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켈리온의 손자 아작스가 조금 걸렸지만, 아작스는 500살, 오필리아는 800살로 300살이나 차이 난다. 몇천 년 후가 되면 모를까 지금은 오필리아가 압도적으로 강했다.

"할머니 빨리 검은 탑의 탑농부를 데려와 주세요. 감히 저보다 좋은 농작물을 만들다니······ 용서할 수 없어요!"

오필리아는 수확제에서 자신보다 좋은 농작물을 생산한 검은탑의 탑농부 박세준을 데려와 혼내줄 생각이었다.

"오필리아, 너무 조급해하지 말거라. 곧 기회가 생길 거다"

브라키오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

"냥냥냥! 테 부회장님 나가신다!"

테오가 힘찬 발걸음으로 탑 77층의 유실물 창고 앞에 도착했다.

"왔냐?"

경계를 서고 있던 타루가 테오를 보며 반가운 태도로 물었다.

"그렇다냥! 다른 유실물 창고에서 뽑기하고 싶다냥!"

"따라와라."

타루가 유실물 창고의 문을 잠그고 테오를 안내했다. 그곳은 폐가라고 불려도 이상할 게 없는 건물이었다. 좀 전의 유실물 창고도 이곳과 비교하면 나름 괜찮은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여기는 뽑기 한 번에 얼마냥?"

테오가 반짝이는 눈동자로 타루에게 물었다. 건물 안에서 느껴지는 많은 끌림. 빨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앞발이 근질거렸다.

188화. 잘 보관하고 있어라냥!

188화. 잘 보관하고 있어라냥!

"저번처럼 뽑기 한 번에 1000탑코인 그리고 1개만 가지고 나와라."

저번과 같은 조건.

"알겠다냥! 여기 1000탑코인이다냥!"

테오가 타루의 조건을 받아들이며 쿨하게 돈을 건넸다.

"좋아. 행운을 빌지."

철컹.

돈을 받은 타루가 쓰레기들만 모여있는 유실물 창고의 문을 열며 말했다.

"푸후훗. 나에게 행운은 필요 없다냥!"

테오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앞발을 뻗으며 유실물 창고로 들어갔다.

잠시 후.

"냐앙! 이게 뭐냥?!!!"

우다탕탕!

유실물 창고 안에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테오의 비명이 들려왔다.

"뭐지?"

서둘러 테오를 도우려 들어가려던 타루.

하지만

멈칫.

곧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유령이 나온다고 한 거 같은데······."

타루가 조용히 뒷걸음질 치며 문에서 거리를 벌리고 테오를 기다렸다.

***

"냥! 완전 난장판이다냥!"

테오가 유실물 창고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창고 안에는 거대한 쓰레기 바다가 있었다. 창고는 들어가자마자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완전히 트인 구조. 계속 물건을 쌓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았다.

그래도 전에 창고는 나름 정리를 한 흔적이라도 있었는데 이곳은 물건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

"근데 겉에서 볼 때마다 안이 더 넓은 것 같다냥!"

테오가 앞발의 끌림을 따라 물건들 위를 걸으며 말했다.

그때

-키키키킥.

-몸을 내놔라!

-내 물건은 줄 수 없어!

덜그럭.덜그럭.

음산한 목소리와 함께 주변의 물건들이 떠올라

슈슈슉.

테오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냐앙! 이게 뭐냥?!!!"

당황한 테오가 정신없이 날아오는 물건들을 피하며 소리쳤다.

우당탕탕!

물건들이 떨어지고 쓰러지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당황은 잠깐. 물건들의 속도는 테오보다 빠르지 않았고 테오는 점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냥?"

물건들이 던져질 때마다 검은 형상의 존재들이 잠깐 보였다 사라진다는 걸 발견했다. 저게 뭐냥?

테오가 자신에게 물건을 던지는 존재에 대해 궁금해할 때

-주인님 저건 악령들입니다!

개론이 테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악령이 뭐냥?"

-원한이나 어떤 물건에 집착하는 영혼이 부정한 기운에 계속 노출되면 저렇게 악령으로 변합니다. 저를 불러주십시오! 제가 제압할 수 있습니다.

"알겠다냥! 나의 노예 개론 나와라냥!"

테오가 개론을 소환하자 바닥에 작은 늪이 만들어지며 테오의 발바닥만 한 크기의 개구리가 나타났다. 주변 물건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 작은 사이즈로 나온 개론이었다.

개골!

개론이 크게 한 번 울자

-키이이익!

악령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 도망치기 시작했다. 개론은 한때 신이었던 존재. 개론의 영혼이 뿜어내는 영압에 악령들이 패닉에 빠진 것이다. 개론은 그렇게 도망치는 악령들을 사냥했다.

날름.날름.

개론이 혀를 내밀 때마다 악령이 개론의 혀에 붙잡혀 개론의 입으로 빨려들어 들어갔다.

그렇게 개론이 열심히 악령을 사냥하는 동안

"여기냥?"

테오는 다시 앞발을 들고 아이템 탐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아래다냥!"

앞발이 끌리는 위치에 도착한 테오가 쌓인 물건들을 헤치며 바닥을 팠다.

하지만

우르르.

생각보다 물건이 묻힌 깊이가 깊어 주변 물건들이 테오가 판 구멍으로 들어와 물건 탐색이 쉽지 않았다.

"이래서 언제 찾냥?"

의욕이 팍 줄어든 테오.

그때

"냥! 그거다냥!"

테오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악령들은 물건을 띄울 수 있다냥!

"푸후훗. 역시 나는 천재다냥! 개론 그만 먹어라냥!"

테오가 좋은 생각을 떠올린 스스로를 칭찬한 후 열심히 악령들을 잡아먹고 있는 개론에게 말했다.

-네? 갑자기 왜?

"악령들을 쓸 데가 있다냥! 악령들은 들어라냥! 빨리 여기로 와서 내가 원하는 물건을 찾아와라냥! 아니면 개론이 잡아먹을 거다냥!"

-물건만 찾으면 안 먹을 거죠?

테오의 말에 검은 악령들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물었다.

"그렇다냥! 나머지 녀석들도 빨리 오라냥!"

가까이 다가간 악령이 무사하자 다른 악령들도 테오의 주변으로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악령이 모두 모이자 대략 1000명 정도 됐다. 이 정도면 저주받은 창고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너희는 내가 말한 곳에서 물건들을 가져오라냥!"

테오가 끌림이 느껴지는 곳들 중 느낌이 좋은 5곳을 악령들에게 가리키며 말했고

-네!

악령들은 테오가 가리킨 곳에 파묻혀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띄워 테오에게 가져왔다.

그리고

척.

테오에게 검사를 받았다.

"아니다냥!"

휙.

테오가 아니라고 한 물건들은 끌림이 없는 구역에 버리며 물건이 섞이지 않게 했다.

2시간 후

"찾았다냥!"

테오가 가죽 문서에 손을 올리며 외쳤다. 문서에서 끌림이 느껴졌다.

-됐다!

-끝났어!

드디어 쉴 수 있게 된 악령들이 환호했다. 2시간 동안의 노동에 악령들은 거의 성불할 지경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작업 중 힘이 약한 악령들 일부가 힘을 다 소모하고 성불했다.

"이건 잘 보관하고 있어라냥!"

테오가 문서가 나올 때까지 찾은 아이템 3개를 보며 말했다.

-네?! 보관이요?

테오의 말에 악령들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길 또 오겠다고?!

"그렇다냥! 그럼 다음에 또 보자냥!"

테오가 인사를 하며 창고를 나갔다.

-아··· 성불하고 싶다······.

-나도······.

남은 악령들은 먼저 간 악령들이 부러워졌다.

***

세준은 흑토끼가 안전한 걸 확인하자 다시 밭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저녁 시간까지 열심히 일한 세준.

꼬르르륵.

드디어 배가 꺼졌다.

"흐흐흐. 꾸엥아 밥 먹자!"

라면을 먹을 수 있게된 세준이 서둘러 밭 주변에서 놀고 있던 꾸엥이를 부르며 취사장으로 달려갔다.

꾸엥!

[알겠다요!]

다다다.

꾸엥이가 서둘러 세준을 따라왔다.

그렇게 취사장에 도착한 세준과 꾸엥이.

"꾸엥아 흑토끼 잘 있는지 보면서 잠깐만 기다려."

꾸엥!

[알겠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청동 거울에 마력을 넣어 거울에 비친 흑토끼를 확인했다.

"그럼 시작해볼까?"

세준이 냄비 2개를 꺼내 처음 조난당했을 때 가져온 500ml 생수병으로 정확히 물량을 계산했다.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라면 끓이기에서 물 조절에 실패한 요리사는 용서할 수 없다.

콸콸콸.

세준이 오른쪽 냄비는 라면 1개 분량의 물을, 왼쪽 냄비는 라면 2개 분량의 물을 붓고 냄비에 올려 끓이기 시작했다.

오른쪽 냄비는 세준, 왼쪽 냄비는 꾸엥이의 것. 짜장라면은 에일린을 위해, 지옥불라면은 돌아올 흑토끼를 위해 남겨뒀다.

물을 끓이는 사이

탈탈탈.

냄비에 국물라면 수프를 넣고 물이 끓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물이 팔팔 끓자

"끓는다."

기다리고 있던 세준이 오른쪽 냄비에는 라면 1개를, 왼쪽 냄비에는 라면 2개를 넣었다. 라면 부스러기는 꾸엥이가 보지 못하게 몸으로 시선을 가리고 슬쩍 오른쪽 냄비에 쏟아 넣었다.

면이 삶아지는 사이

송송송.

세준이 빠르게 대파와 청양고추를 썰어 양쪽 냄비에 넣었다.

그렇게 라면이 완성돼가자

킁킁.

꾸엥!

[맛있는 냄새가 난다요!]

취사장에 라면 냄새가 퍼지며 꾸엥이가 냄새를 맡고는 발을 동동거리며 기뻐했다.

"흑토끼는 어때?"

꾸엥!꾸엥!

[작은 형아는 잘 있다요! 지금은 몰래 도망가는 녀석을 쫓아가고 있다요!]

"그래?"

거울을 슬쩍 보자 거대한 락솔트 스네이크의 머리 위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흑토끼가 소금 광산을 탈출한 일꾼(?)을 추적하는 게 보였다. 어디서 보고 배웠는지 일을 야무지게 잘했다.

"자. 이제 먹자."

세준이 냄비를 각자 앞에 하나씩 놓고 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먼저 숟가락으로 라면국물을 떠 마셨다. 크으! 이 맛이야! 그리운 맛!

후루룩.후루룩.

그렇게 국물을 5번 정도 떠 마시고

"후우!후우!"

세준이 면을 들고 바람을 불어 넣어 식혔다.

그리고

후루루룩.

면을 쭉 빨아들였다.

잠시 후

"크으. 어?!"

정신없이 라면을 먹던 세준이 마지막 국물을 마시면서 정신을 차렸다.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하지만

핥짝.핥짝.

꾸엥이는 양이 아쉬운지 열심히 냄비 바닥에 머리를 박고 바닥을 핥고 있었다. 하긴 꾸엥이를 만족시킬 양은 아니었다.

'나중에 배불리 먹여 줄게.'

세준은 나중을 기약하며 냄비에 백설기를 안쳤다. 이번에는 백설기 안에 꿀을 넣고 졸인 오색콩을 넣었다. 라면을 먹었더니 약간 달달한 게 당겼다.

꾸엥!

[떡이다요!]

세준이 새로운 요리를 시작하자 꾸엥이가 기쁜지 둠칫둠칫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췄다.

'그러면 배 금방 꺼질 텐데······.'

세준이 그런 꾸엥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원래 면요리는 금방 소화된다.

그리고

꼬르르륵.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역시나 금세 라면을 소화시킨 꾸엥이가 포악한 맹슈로 변하려 했다.

"10분을 못 버티냐. 자. 꾸엥이 이거 먹자."

생가보다 더 허무하게 소화된 라면. 세준이 백설기에 넣고 남은 오색콩 꿀조림을 꾸엥이의 입에 넣어줬다.

꾸엥!

[맛있다요!]

둠칫······

"꾸엥이 이리 와."

맛있는 걸 먹자 다시 신난 꾸엥이가 엉덩이를 흔들려 하자 세준이 서둘러 꾸엥이를 무릎에 올리고 가볍게 흔들며 꾸엥이의 흥을 대신 만족시켜줬다.

이렇게 안 하면 떡이 다 만들어지기도 전에 이 과정을 무한반복할 것 같았다.

***

"냥냥냥."

뽑기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콧노래를 부르며 유랑 상인 협회 본부를 나오던 테오.

"오늘 유랑상인 본부에서 땅문서 경매가 있다는데?!"

"정말?!"

"그래. 이번에 땅문서가 대량으로 풀렸다고 하더라고. 이번에 운이 좋으면 땅문서 하나 정도는 건질 수 있을지도 몰라."

"글쎄. 그 정도면 대상인들이 와서 물건을 쓸어갈 거 같은데."

"그래도 모르잖아. 가보기나 하자."

상인들의 대화에서 솔깃한 정보를 얻었다. 그렇지 않아도 땅문서 1개로는 조금 찝찝했다. 나도 땅문서 경매에 참가해야겠다냥! 테오가 뒤로 돌아 방금 얘기를 한 상인들의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여긴 들어갈 수 없습니다."

"냥?"

상인들을 졸졸 따라가던 테오를 경매장 입구에 서 있던 직원이 막아섰다.

"뭐냥?! 왜 나를 막냥?!"

테오가 직원에게 외쳤다. 앞의 상인들은 그냥 통과시켰는데 자신만 막았다. 그것도 감히 검은 용의 부하 치명적인 용발톱 노랑고양이 테오 박 님의 앞길을 막았다냥!

"비켜라냥!"

"이곳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비키라는 테오에게 유랑 상인 협회 직원이 패튼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리 봐도 어설프게 생긴 게 뜨내기 유랑 상인이 억지를 쓰는 거라고 생각했다.

"냥?! 아무나?! 그럼 앞에 상인은 왜 들어갔냥?!"

테오가 따져 물었다.

"앞에 분들은 제가 얼굴을 알고 있는 우수 유랑 상인분들입니다만."

패튼이 그러니 '너는 빨리 꺼져라'라는 경멸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볼 때

"곧 경매를 시작합니다!"

안에서 경매를 시작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척.

테오가 서둘러 자신이 최우수 유랑 상인임을 증명하는 황금패를 꺼냈다. 이 무례한 직원을 혼내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경매가 더 급했다.

"헉! 황금패?!"

"패튼, 네 이름을 기억해두겠다냥! 비켜라냥."

"······."

테오의 말에 패튼이 아무 말 못하고 옆으로 비켜섰다.

'오늘 일진이 왜 이렇게 안 좋냐······.'

패튼은 감봉이나 시말서를 생각했지만, 그것보다 훨씬 무거운 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앞으로 미래가 상당히 고달파질 패튼이었다.

'푸후훗. 나 방금 멋있었다냥.'

테오가 뿌듯해하며 경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189화. 내가 잘 못 해줬나?

189화. 내가 잘 못 해줬나?

"냥냥냥."

척.

경매장 안으로 들어간 테오가 경매장의 가장 중앙 자리에 앉았다. 왜냐하면 남은 자리도 별로 없었고 그 자리가 가장 화려했기 때문.

"푸후훗. 푹신하다냥~"

테오가 자리에 만족하며 몸을 식빵 모양으로 만들고 경매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그때

"네 놈은 누구지?"

거대한 그림자가 테오를 덮으며 위엄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비켜라냥! 안 보인다냥!"

테오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을 막은 크기 5m의 독수리 머리를 한 존재를 향해 짜증을 냈다. 탑 99층에서 생활한 테오에게 이 정도 거대함과 위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더 엄청난 존재들과 매일 살고 있으니까. 물론 세준의 무릎과 함께 있으니 블랙 미노타우루스든 드래곤이든 전혀 기죽지 않았다.

"감히 내 자리에 앉은 것도 모자라 나한테 꺼지라고?! 이노옴!!!"

테오의 말에 분노한 독수리 머리가 소리치자

"하악!하악! 내가 먼저 앉았으니 내 자리다냥!"

테오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뭐라?!"

"제토 님, 무슨 일이십니까?"

소란이 일어나자 패튼이 서둘러 달려왔다.

패튼은 테오가 경매장 참가자 중 가장 높은 존재가 앉는 자리에 냅다 앉아 버리자 쾌재를 부르며 소란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3대 대상인 중 하나인 대상인 제토가 온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

'저 고양이가 대상인 제토 님의 분노를 사면 내가 징계받을 일도 없어진다.'

소란을 일으킬 것 같은 존재를 먼저 막으려고 했다고 얘기하면 된다.

"대상인 제토 님, 제가 분명히 최우수 유랑 상인 테오 박 님에게 이곳에는 절대 앉지 말라고 말씀드렸는데 확인하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패튼이 제토에게 사과를 하는 척 테오가 최우수 유랑 상인임을 알려줬다. 마음껏 밟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준 것.

"어서 내려오세요! 거긴 테오 박 님이 앉으실 자리가 아닙니다!"

패튼이 테오에게 큰소리를 치며 무안을 줬다.

하지만

"테······ 테오 박?!"

패튼의 말에 대상인 제토는 테오를 박살 내는 게 아니라 기겁했다. 제토는 유랑 상인 협회의 협회장인 메이슨에게 만나면 조심하라며 고양이 유랑 상인 테오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스스로를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라고 소개하는 존재. 유랑 상인 협회가 운영하는 비밀감찰국에서는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테오의 말에 대한 신뢰도를 99.99%라고 보고했다.

블랙울프족, 실버울프족, 블랙오크족들의 교차 검증을 통해 테오의 말이 진실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탑 83층, 탑 77층, 탑 49층 보스들이 위대한 검은 용에게 받았다는 투구를 조사한 결과 용의 뼈와 일치한다는 성분 분석까지 마쳤다.

하지만 테오의 정체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한 달 후 개국식을 여는 탑 55층의 레드리본 왕국의 왕 흑토끼의 형.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의 짝사랑 대상.

정체 하나하나 대단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두 번째는 테오를 쫓아다니는 이오나를 보며 오해한 것이지만, 대답해줄 이오나는 마탑에서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중.

"저······ 대상인 제토 님?"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패튼이 슬며시 제토를 봤다.

그리고

'망했다!'

사색이 된 제토의 얼굴을 보며 뭔가 꼬였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줄을 잘못 선 것이다. 이 어설퍼 보이는 고양이 유랑 상인이 대상인 제토 보다 실세라니?!

"크흠. 죄송합니다. 제가 테오 박 님을 몰라보고 무례를 저질렀군요. 사죄의 의미로 오늘 경매에 나오는 물건 중 하나를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제토는 테오와 척을 지고 싶지 않아 서둘러 사과하며 선물로 테오의 마음을 풀어주려 했다.

하지만

"다 사주는 건 안 되냥?"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 테오 박은 염치가 조금(?) 없었다.

"크흠. 그건··· 좀······."

"그럼 5개는 어떠냥?!"

"2개는 어떻습니까?"

"그럼 5개는 어떠냥?!"

"네?!"

제토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며 되물었다. 자신은 분명 5개가 안 된다며 2개를 얘기했는데 다시 5개를 얘기하다니?

황당한 표정을 짓는 건 치열한 흥정 싸움이 시작될 거라 생각하고 구경하던 주변 상인들도 마찬가지. 이건 흥정이 아니라 협박에 가까웠다.

"5개다냥!"

"3개는 어떻습니까?"

"싫다냥! 5개다냥!"

"그럼 4개는······?"

도리도리.

테오가 고개를 격렬하게 저었다. 경매장에 들어오는 순간. 끌림이 느껴지는 게 5개 있었다. 5개가 필요하다냥!

"휴우. 알겠습니다. 5개로 하죠."

"푸후훗. 좋다냥! 여기 옆에 앉아라냥!"

자신의 돈을 하나도 안 들이고 세준에게 생색을 낼 수 있게 된 테오가 옆으로 자리를 옮기며 제토가 앉을 수 있게 선심 쓰듯 자리를 마련해줬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제토와 함께 앉은 테오.

"패튼, 어디 가냥?! 경매 끝날 때까지 대기하라냥!"

몰래 자리를 벗어나려던 패튼을 불렀다. 자신을 무시하며 입구를 막은 것도 모자라 다시 자신을 곤경에 빠트리려 했다. 푸후훗. 괘씸하다냥! 괘씸한데 앞으로 패튼을 굴릴 생각에 테오는 웃음이 나왔다.

그때

"오늘 팔 땅문서는 총 20개입니다. 그럼 첫 번째 땅문서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시작가는 50만 탑코인입니다."

경매사가 앞으로 나와 경매를 시작했다.

***

관리자 구역.

"크히히히. 작업 시작!"

에일린이 마력을 사용해 카이-라의 드래곤하트 파편에 마법을 각인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크힝······ 할머니 어려워요."

호기롭게 작업을 시작한 지 1분 만에 지쳐버렸다. 카이-라의 사념이 알려준 마법을 각인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마력이 필요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호기롭게 시작하고 빠르게 지친다.

"냠.냠.냠."

그럴 때마다 세준이 준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를 먹고 마력을 회복했다. 원래는 이대로 쉬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다시 시작해볼까! 세준아 조금만 기다려 내가 에밀라 걔보다 더 좋은 거 줄게!"

에일린이 각오를 다지며 다시 드래곤하트 파편에 마법을 각인했다.

***

"이제 7번째 땅문서를 판매하겠습니다. 시작가는 5만 탑코인입니다!"

"저거다냥!"

지금까지 자신의 몸만 열심히 핥아대던 테오가 외쳤다.

"정말 저거로 하실 겁니까?"

테오의 선택에 제토가 다시 물었다. 자신이야 고맙지만, 저런 땅문서를 산다는 게 상인으로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냥!"

제토의 말에 테오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돈 굳었다! 제토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워낙 인기가 없는 땅문서라 제토는 20만 탑코인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땅문서를 낙찰받았다.

"저거다냥!"

"저거다냥!"

테오는 이어서 8번째에서 10번째까지의 땅문서를 전부 낙찰받았다. 중간에 쉬어가는 타임으로 가장 인기가 없는 땅문서들. 제토는 그런 땅문서를 원하는 테오가 이상했지만

'푸후훗. 너희들은 이걸 가져가면 박 회장이 얼마나 기뻐할지 모른다냥!'

테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헤벌쭉 웃고 있었다.

그렇게 15번째 땅문서까지의 경매가 끝나자

"나머지 5개의 땅문서는 일부러 낙찰자분들의 재미를 위해 감정을 안 한 땅문서를 준비했습니다. 모든 땅문서의 시작가는 10만 탑코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경매사가 감정이 안 된 땅문서 5개의 경매를 시작했다. 땅문서 뽑기였다.

"11만 탑코인!"

"12만 탑코인!"

스릴을 즐기는 상인들이 경매에 참가해 호가를 올렸다. 그렇게 4개의 땅문서가 팔려나갔다. 대부분 20~25만 탑코인 정도에서 팔려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땅문서가 경매 장소로 올라왔다.

"이 마지막 땅문서는 조금 특별합니다. 원래 저희가 준비한 땅문서는 19개였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이 땅문서가 공간 이동으로 나타나더군요."

"뭐야? 땅문서가 공간 이동을 했다고?"

경매사의 말에 상인들이 웅성거렸다.

"네. 거짓말 같지만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이 마력을 분석했고 녹색 탑의 땅문서라는 걸 알아냈습니다. 저희도 공짜로 얻었기에 호가는 1만 탑코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저거다냥!"

"알겠습니다."

테오의 말에 제토가 마지막 땅문서를 낙찰받았다. 녹색탑의 땅문서를 원하는 상인은 별로 없었기에 3만 탑코인에 낙찰받았다.

***

투두둑.

[힘의 감자 20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770만 2173번 남았습니다.]

세준이 저녁으로 먹은 라면을 소화시키기 위해 감자를 수확하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라면을 소화시키고 에일린의 건강 주먹 고기 조각을 먹고 잘 생각이었다.

"흐흐흐. 알이 제대로 들었네. 내일은 감잣국 먹어야지."

세준이 감자 줄기를 따라 주렁주렁 딸려 나오는 감자들을 보면서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투두둑.

투두둑.

이제 힘과, 체력, 민첩이 모두 높아져서 수확이 엄청나게 빨랐다. 덕분에 감자 2만 개를 수확하는 데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1000평의 감자밭의 수확이 거의 끝나가자 배가 조금 꺼진 느낌이 들었다.

냠.

꿀꺽.

[에일린의 건강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음식을 모두 먹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77조각 남았습니다.]

배에 자리가 생기자 세준은 고기 조각을 삼켰다.

그리고

투두둑.

나머지 감자들을 수확했다. 10개 밖에 안 남았기에 그냥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감자를 수확할 때

[힘의 감자 20개를 수확했습니다.]

[독기를 품은 감자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770만 2173번 남았습니다.]

수확한 감자 중에 다른 감자 하나가 끼어 있었다. 누런 감자들 사이로 새카만 감자 하나가 보였다.

"응?! 독기를 품은 감자?"

척.

세준이 감자를 집을 때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탑에서 신품종에 대한 당신의 독점 재배권을 인정합니다.]

[당신의 허락 없이는 독기를 품은 감자를 재배할 수 없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직업 특성으로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신품종을 탄생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오!"

세준이 모든 스탯이 10 올랐다는 메시지에 환호했다. 마력 스탯은 잠재력 때문에 1도 혜택을 못 봤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얘는 이름이 왜 그러지?"

내가 잘 못 해줬나? 세준이 의아해하며 검은색 감자를 살펴봤다.

[독기를 품은 감자]

탑 안에서 자란 감자로 영양을 충분히 흡수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독기만을 쌓았습니다.

아주 쓴 맛이 납니다.

섭취 시 A급 마비독에 중독된다.

섭취 시 A급 산성독에 중독된다.

장복 시 재능 : 독 내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땅에 심을 시 주변 땅을 독으로 오염시킵니다.

해독 능력이 있는 작물을 같이 심으면 해독 작물의 해독 능력이 좋아집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20일

등급 : B

"그래도 나름 쓸모는 있네."

아주 쓴 맛과 A급 독에 중독된다는 말에 그냥 버릴까 했지만, 해독의 대파와 함께 심으면 해독의 대파의 능력을 올릴 수 있으니 괜찮은 것 같았다.

세준은 독기를 품은 감자를 씨눈이 포함되도록 4등분 해 해독의 대파밭 중간에 하나씩 심었다.

그때

"응?"

세준이 해독의 대파밭 바닥에 떨어진 땅문서 하나를 발견했다.

190화. 내가 뭘 만든 거지?

190화. 내가 뭘 만든 거지?

"이게 뭐야?"

덩그러니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땅문서. 그것도 자신의 밭에?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툭.툭.

세준이 마일러의 괭이로 땅문서를 살짝 건드려 보면서 위험하지는 않은지 살펴봤다. 다행히 위험한 건 없어 보였다. 당연했다. 땅문서가 공격할 리는 없으니.

그냥 땅문서에 크게 데인 경험이 있는 세준이라 유난을 떠는 것.

"흐하하. 하긴 이건 열기 전까지는 괜찮으니까."

뒤늦게 호기로운 척을 하며 세준이 땅문서를 집으려 할 때

펄럭.펄럭.

-뭐하냐?

카이저가 날아왔다.

"아. 카이저 님,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좀 전에 여기서 공간 이동 마법이 느껴져서 둘러보는 중이었지.

"공간 이동 마법이요?"

카이저의 말에 세준이 서둘러 주변을 둘러봤다. 뭔가 무서운 녀석이 침입했을지도 몰랐다.

-안심해라. 주변에 수상한 놈은 없으니까.

"휴우. 그래요?"

카이저의 말에 안도하며 세준이 다시 땅문서를 집으려 했다.

그때

-잠깐! 거기서 공간 이동 마법의 잔재가 느껴진다.

카이저가 땅문서를 보며 말했다.

"네?! 여기서요?!"

세준이 서둘러 땅문서에서 거리를 벌렸다. 역시 위험한 물건이 맞았다.

-흠. 브라키오의 마력이군. 감히! 이런 식으로······.

카이저가 땅문서에 남아 있는 마력의 흔적을 읽어내며 말했다.

"카이저 님?"

-세준아 너 방금 위험했다. 이걸 잡았으면 바로 녹색탑으로 끌려갈 뻔했어.

브라키오는 검은 탑에 보낸 녹색탑의 땅문서 일부에는 잡는 즉시 땅문서가 발동하는 마법을 걸어놨다. 땅문서에 데인 경험이 세준을 살렸다.

"정말요?! 말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크하하하. 고마우면 알지?

"네. 소주 5병 드릴게요.

-해제. 이건 내가 가져가서 거 살펴보마. 크하하하.

펄럭.펄럭.

세준의 대답에 카이저가 기쁜 표정으로 땅문서에 걸린 마법을 해제하고 땅문서를 들고 날아갔다.

그렇게 혼자 남은 세준.

"자야지."

세준이 집으로 돌아가 혼자 잠들었다.

***

"푸후훗. 제토, 고맙다냥!"

땅문서 5개를 봇짐에 넣으면서 테오가 제토에게 말했다.

"그럼 레드리본 왕국 개국식에서 뵙겠습니다."

"알겠다냥! 잘 가라냥!"

"네."

제토가 사라지고

"패튼은 따라오라냥!"

"네."

테오가 패튼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테오는 유랑 상인 협회 협회장 메이슨을 찾아가 자신을 무시하고 곤란하게 한 패튼을 혼내주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테오가 패튼과 협회장실을 향해 가고 있을 때

"테오 님?"

반대쪽에서 다가오던 제라스가 테오를 알아보고 불렀다.

"제라스 반갑다냥!"

"잘 지내셨어요?"

"그렇다냥!"

"단!결! 제라스 님을 뵙습니다."

사색이 된 표정의 패튼이 제라스에게 경례했다. 테오가 유랑 상인 협회장의 아들 제라스와도 인연이 있을 줄이야······.

제라스는 그리드에게 인질로 잡혀 협회장 메이슨의 아들이라는 신변이 공개된 이후 비밀감찰국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유랑 상인 협회 본부의 경비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라스는 패튼의 직속상관이었다.

"단.결. 근데 패튼 자네가 왜 테오 님과 같이 있지?"

"그게······."

"그건 내가 말해주겠다냥!"

테오가 패튼이 자신에게 한 짓을 설명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테오의 말에 너무 분노한 제라스가 패튼을 노려보며 말했다. 평소에도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해 주의를 줬는데······ 이런 대형 사고를 칠 줄이야.

"테오 님, 죄송합니다. 이 녀석은 제가 징계 처리 위원회를 소환해 잘라버리겠습니다."

"냥?! 그건 안 된다냥!"

제라스가 자신의 노예(?)를 잘라버리려고 하자 테오가 강하게 반대했다. 잘리면 자신이 먹여주고 재워줘야 했다.

"혹시 따로 패튼에게 원하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냥! 패튼에게 창고 정리를 시킬 거다냥!"

"창고 정리요?"

"그렇다냥! 저쪽에 있는······."

테오는 새로운 뽑기 장소인 악령이 가득한 유실물 창고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어 했다.

"아! 알았습니다. 패튼의 근무지를 그쪽으로 옮기겠습니다."

제라스가 테오가 원하는 대로 흔쾌히 패튼의 근무지를 바꿨다.

"그럼 가보게다냥!"

"네. 조심히 가십시오."

테오가 서둘러 탑 99층으로 떠났다.

다음 날.

"휴우. 여기가 내 새로운 근무지인가······?"

패튼이 한숨을 쉬며 허름한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으아아악!"

악령들과의 첫인사와 함께 기절하며 창고 정리 첫날을 마무리했다.

***

"읏차."

기분 좋게 잠에서 깬 세준이 무릎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손을 뻗었다.

"푸후훗······."

세준의 손길에 테오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울었다. 새벽에 돌아온 테오였다.

슥.슥.

세준이 그런 테오를 계속 쓰다듬으면서

꿀꺽.

에일린의 주먹 고기 한 조각을 먹었다.

그리고

"냐앙······."

테오를 들어 무릎에 착용하고

슥.

벽에 날짜를 표시하고 밖으로 나오며 세준의 조난 328일 차 아침이 시작됐다.

"으으으!"

세준이 따뜻한 햇살 아래서 만세 자세로 기지개를 켰다.

그때

꾸엥!

[아빠 보고 싶었다요!]

다다다다.

오늘따라 일찍 일어난 꾸엥이가 빠른 발걸음으로 세준을 향해 달려와

폴짝.

몸을 날렸다.

폭신.

"흐흐흐. 어제 봤는데 아빠가 또 보고 싶었어?"

꾸엥이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세준이 꾸엥이를 받으며 물었다.

꾸엥!

[그렇다요! 꿈에서 아빠가 멀리 날아가는 꿈을 꿨다요!]

세준의 물음에 꾸엥이가 불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꾸엥이의 말에 세준은 어제 밭에서 봤던 땅문서가 떠올랐다. 카이저가 아니었으면 꾸엥이의 꿈에서처럼 녹색탑으로 날아갔을지도 몰랐다.

"걱정 마. 그런 일은 없으니까. 배고프지? 밥 먹자."

세준이 꾸엥이를 안고 취사장으로 향했다.

꾸엥!

[꾸엥이 스뚜레스받았으니 매운 거 먹어야 한다요!]

"그······ 그래."

꾸엥이의 말에 세준이 당황했다. 근데 스트레스라는 단어는 어디서 배운 거지? 세준은 몰랐지만, 요즘 꾸엥이는 할머니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한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글씨를 완전히 읽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황금박쥐와 가끔 김미란이 보는 TV의 자막을 읽으며 한국 문화를 습득하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걸 먹어야 한다는 것도 TV에서 얻은 정보였다.

"그럼 오늘 아침 메뉴는 불타는 지옥의 오징어볶음이다!"

꾸엥!꾸엥!

[좋다요! 꾸엥이 신난다요!]

세준의 비장한 표정에 꾸엥이가 세준이 대단한 걸 만드는 줄 알고 기뻐하는 꾸엥이.

하지만 이름만 공포스러울 뿐 어차피 매운맛을 낼 재료는 고춧가루와 청양고추가 다였다. 세준이 만들 요리는 그냥 매운 오징어볶음이었다.

둠칫둠칫.

신이 난 꾸엥이가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안 돼! 저건 칼로리 소모가 너무 크다고!

"꾸엥이 이거 먹으면서 춤추자. 농작물 거대화."

세준이 엉덩이를 흔드는 꾸엥이에게 서둘러 거대 고구마를 주고 오징어볶음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치이익.

먼저 달궈진 냄비에 참치어죽을 만들 때 따로 떠내서 굳힌 참치 지방 덩어리를 넣어 녹인 후

다다다다.

빠르게 대파를 얇게 썰어 냄비에 넣었다. 파가 노르스름하게 될 때까지 볶으며 파기름을 만든 후 냄비에 오징어를 넣어 오징어의 색이 하얗게 변할 때까지 볶았다.

이어서 고춧가루, 소금, 후추, 꿀로 양념을 하고 양파, 당근, 청양고추를 왕창 썰어 넣었다.

"콜록! 콜록!"

요리의 연기를 마시고 사레가 들린 세준이 기침을 했다. 너무 맵게 했나? 색은 그렇게 빨갛지 않았지만, 냄새가 생각보다 매웠다. 냄새만 맡았는데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

퍽!퍽!

마지막으로 손도끼로 땅콩을 눌러 가루가 된 땅콩을 오징어볶음 위에 깨 대신 뿌려주자

[탑에서 최초로 지옥에서 절규하는 오징어볶음을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5에 지옥에서 절규하는 오징어볶음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5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요리 Lv. 5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업적 메시지와 함께 요리가 완성됐다.

"지옥에서 절규하는 오징어볶음?"

요리의 이름이 너무 공포스러웠다. 매운맛을 위해 청양고추 50개를 넣었는데 조금 과한 모양이었다.

그때

꾸엥!

[꾸엥이 배고프다요!]

어느새 거대 고구마를 다 먹었는지 꾸엥이가 배고프다고 보채기 시작했다.

'괜찮겠지?'

그래 봤자 음식이었다. 배가 불러 간을 볼 수 없는 세준.

"다 됐어. 얘들아 아침 먹자!"

잠깐 고민하던 세준이 동물들을 불렀다.

잠시 후

삐이익!

우끼이!

지옥에서 절규하는 오징어볶음을 입에 넣은 토끼와 원숭이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빠르게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매운맛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음식 먹는 걸 멈추지 않는 동물들.

"뭐지?"

세준이 이상함을 느끼고 서둘러 요리의 옵션을 확인했다.

[지옥에서 절규하는 오징어볶음]

해독의 대파를 심해의 거대 참치의 기름으로 볶아 파 향이 깃든 기름으로 심해의 거대 오징어와 다른 야채들을 볶아 파의 풍미가 음식에 골고루 베였습니다.

차분함의 청양고추가 과도하게 들어가며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부작용으로 음식을 한 번 맛보며 매운맛에 중독돼 절규하면서도 계속 먹게 됩니다.

중독은 지옥에서 절규하는 오징어볶음을 배불리 먹을 때까지 풀리지 않습니다.

민첩의 당근 효과로 음식을 빠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배출의 양파 효과로 음식을 먹으면 땀 배출이 많아집니다.

음식을 다 먹고 중독 효과가 풀리면 정신이 아주 차분해집니다.

아주 낮은 확률로 재능 : 명경지수(明鏡止水)를 개화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 : 탑농부 박세준

유통 기한 : 120일

등급 : A+

"내가 뭘 만든 거지?"

매운맛에 고통을 받으면서 계속 먹어야 되는 요리. 이 정도면 거의 고문 도구였다. 물론 먹고 난 후에 효과가 나쁘지는 않지만, 동물들의 모습을 보니 먹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근데 꾸엥이는 괜찮나?"

세준이 서둘러 꾸엥이를 찾았다.

하지만

꾸에엥!

[맛있다요! 스트레스 풀린다요!]

세준의 걱정과 다르게 신나게 오징어볶음을 먹는 꾸엥이. 꾸엥이에게는 그냥 매운 요리인 것 같았다.

삐익.

우끼.

빠르게 식사를 끝낸 동물들은 평온한 표정으로 일을 하러 갔다. 음식을 먹고 난 후의 효과가 차분해지는 거라 다행이었다. 아니면 엄청난 항의를 받았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동물들이 나가고

"박 회장, 수제 츄르를 달라냥!"

새벽에 잠들어 늦게 일어난 테오가 세준에게 말했다.

"알았어."

촵촵촵.

세준이 숟가락으로 푼 참치어죽을 테오에게 주며 테오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사이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 스뚜레스 풀렸다요!]

오징어볶음을 다 먹은 꾸엥이가 개운한 표정으로 세준의 등을 타면서 황금박쥐와 놀기 시작했다.

"근데 테 부회장 땅문서는 구해왔어?"

참치어죽 다섯 숟가락으로 배를 채운 테오에게 세준이 물었다.

"가져왔다냥!"

테오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하며 봇짐에서 땅문서 6개를 꺼냈다.

"오! 땅문서를 6개나 가져온 거야?! 테 부회장, 대단해!"

"푸후훗. 그렇다냥! 나는 대단하다냥! 앞으로도 박 회장은 나만 믿으면 되는 것이다냥!"

세준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발라당 누워 세준의 무릎에 자신의 등을 비볐다.

"흐음. 2개는 감정이 안 됐네? 에일린, 이것 좀 감정해줘."

[탑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합니다.]

세준이 에일린에게 감정이 필요한 땅문서 2개를 보내고 나머지 감정이 된 땅문서 4개를 확인했다.

191화. 만석꾼이 되다.

191화. 만석꾼이 되다.

[검은탑 98층 황무지 땅문서]

[검은탑 85층 황무지 땅문서]

[검은탑 57층 바위산 땅문서]

[검은탑 44층 호수 땅문서]

감정된 땅문서는 전부 검은탑의 땅문서였다. 검은 탑 땅문서를 4개나 구해오다니?! 테오의 능력에 세준이 감탄했다.

그때

펄럭.펄럭.

-내가 땅문서를 흑토끼에게 전해주마.

켈리온이 날아와 말했다.

"네? 괜찮은데요."

레드리본 왕국의 보물창고에 땅문서를 넣으면 흑토끼에게 전달할 수 있기에 세준은 켈리온의 제안을 거절했다. 켈리온이나 아작스가 찾아가면 흑토끼도 불편해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헛! 내가 가준데도!

켈리온이 억지를 부렸다. 세준의 부탁을 들어주고 보답으로 소주를 받아내려는 속셈이었다.

"그럼 부탁드려요. 대신 흑토끼가 놀라지 않게 해주세요.

세준이 흑토끼를 기다리고 있을 쀼쀼에게 빨리 갈 수 있도록 탑 57층의 땅문서를 켈리온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걱정 말거라. 내가 아주 빠르고 조용하게 갖다줄 테니.

켈리온이 대답하며 땅문서를 삼켰다.

1분 후

-전달했다.

켈리온의 말과 함께

"흑토끼가 땅문서를 받았다냥!"

꾸엥!

[땅문서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졌다요!]

세준의 옆에서 청동 거울로 흑토끼를 지켜보고 있던 테오와 꾸엥이가 흑토끼가 땅문서를 받았다고 알려줬다.

"감사합니다."

-그럼······.

"여기요. 정말 감사해요."

거울에서 흑토끼가 땅문서를 열어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을 확인한 세준이 감사의 의미로 소주 10병을 켈리온에게 건네며 말했다.

-뭘 이런 걸······ 으하하하! 다음에도 부탁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거라.

펄럭.펄럭.

켈리온이 소주를 챙기며 날아갔다.

***

"정말요?"

-그래. 나 아니었으면 세준이 녹색탑으로 끌려갈 뻔했다니까.

"할아버지 고마워요. 할아버지가 있어서 너무 든든해요."

-크하하하. 앞으로도 할애비가 세준이를 지켜주마.

에일린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은 카이저가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세준이를 구하면 세준에게는 술을 받고, 에일린과는 더 친해질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그렇게 얘기를 하던 중

"어?! 세준이가 저한테 감정을 부탁했어요! 크히히히. 세준아 조금만 기다려. 감정."

세준에게 땅문서를 받은 에일린이 감정을 시작했다. 그렇게 감정이 끝난 첫 번째 땅문서.

"어?! 이건 푸른탑의 땅문서네?"

테오가 악령이 깃든 창고에서 찾아온 땅문서는 푸른탑의 땅문서였다.

"감정."

이어서 에일린이 테오가 경매장에서 마지막으로 낙찰받은 땅문서를 감정했다.

"어?! 이건 녹색탑 땅문서네."

-뭐?! 녹색탑?!

녹색탑이라는 말에 카이저가 화들짝 놀랄 때

우웅.

녹색탑의 땅문서가 펼쳐지며 에일린을 녹색탑으로 이동시키려 했다. 땅문서에는 감정 마법을 사용하면 자동으로 땅문서가 펼쳐지는 브라키오의 마법이 걸려있었다.

"이익!"

에일린이 서둘러 마법을 해제하려 했지만, 어린 에일린이 해제하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그때

-괜찮다. 에일린 너는 탑의 관리자라 탑이 너를 보호해 주니까

잠깐 당황했던 카이저가 평정심을 되찾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탑의 관리자는 검은탑을 떠날 수 없습니다.]

[공간 이동이 강제 취소됩니다.]

카이저의 말대로 수정구에 알람이 나타나며 땅문서가 강제로 다시 말렸다.

-일단 이건 할애비가 보관하마.

카이저가 녹색탑 땅문서를 챙겼다.

-으득! 감히 우리 손녀를 납치하려 해?!!!

분노한 카이저가 브라키오에게 한 방 먹일 방법을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

[탑의 관리자가 감정이 끝났다고 말합니다.]

"에일린, 고마워. 어? 근데 땅문서가 1개밖에 없는데?"

되돌아온 땅문서가 1개밖에 없자 세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탑의 관리자가 한 개는 녹색탑의 땅문서로 위험해서 할아버지가 보관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또 녹색탑이야?"

[탑의 관리자가 자신도 방금 녹색탑으로 이동할 뻔했다고 말합니다.]

"에일린도?!"

에일린까지 끌려갈 뻔했다니······ 이거 열받네!

[탑의 관리자가 그대도 앞으로 땅문서는 무조건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응. 알았어."

세준은 앞으로 땅문서는 무조건 조심해야겠다고 결심하며 녹색탑에 대해서 뭔가 조치를 취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에일린과의 얘기를 끝내고

"테 부회장, 여기서 뭐가 가장 끌려?"

세준은 흑토끼에게 전달하고 남은 검은탑 땅문서 3개 중 어디를 먼저 갈지 정하기 위해 테오에게 물었다.

하지만

"푸후훗.푸후훗."

테오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계속 웃기만 했다.

"그렇게 좋아?"

"푸후훗. 당연하다냥! 나는 이제 완전한 테 부회장이다냥!"

세준은 땅문서 6개를 가져오는 엄청난 공을 세운 테오를 임시가 아닌 정식 테 부회장으로 임명하기로 했고 그것 때문에 테오의 웃음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푸후훗. 이제 나 테오 박은 진정한 이인자가 된 거다냥!"

빳칭!

테오가 왼 앞발을 허리에 손을 올리며 오른 앞발을 앞으로 내밀며 발톱을 뽑아 V자를 만들었다.

"그래. 그래. 그래서 뭐가 가장 끌려?"

세준이 그런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물었다.

"흠냥! 그게 이상하다냥!"

세준의 물음에 테오가 턱에 앞발을 올리며 고민에 빠졌다.

"뭐가 이상한데?"

"분명 저번에는 탑 44층이 가장 끌렸는데······ 지금은 탑 85층이 가장 끌린다냥!"

"그래?"

테오의 말에 세준도 생각에 잠겼다. 뭐지? 이러면 둘 중 하나다. 탑 44층에서 테오의 앞발을 끌던 것이 사라졌거나 아니면 탑 85층에 테오의 앞발을 끌 뭔가가 새로 생긴 것이다.

"일단 탑 85층부터 가자."

"그럼 엘카를 부르자냥! 엘카가 탑 85층 출신이다냥!"

"맞네! 그럼 엘카한테 먼저 가서 농장을 살펴보라고 얘기해야겠어."

테오의 말에 세준도 기억이 났다. 그렇게 세준이 백토끼 하나를 엘카에게 보내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자. 이제 일하자."

흑토끼를 다시 검은탑으로 데려오며 급한 일이 사라지자 세준은 다시 직업 퀘스트 완료를 위한 씨뿌리기를 준비했다.

세준이 밀짚모자를 쓰고 마일러의 괭이를 들자

"알겠다냥! 나도 박 회장을 보필겠다냥!"

"그래? 도와주면······."

찰싹.

"뭐하냐?"

보필한다며 자신의 무릎에 매달리는 테오를 보며 세준이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푸후훗. 이렇게 박 회장의 무릎에 매달리는 게 나의 보필이다냥!"

세준의 물음에 당당하게 대답하는 테오.

꾸엥!

[꾸엥이도 아빠 보필한다요!]

테오를 따라 꾸엥이도 아빠를 보필한다며 세준의 무릎에 매달렸다. 이럴 거면 말이나 말지.

"읏차! 읏차!"

"읏차냥!읏차냥!"

꾸!엥!

덕분에 세준은 테오, 꾸엥이와 구호를 맞추며 무거운 두 다리를 움직이며 밭에 씨를 뿌렸다.

"땅 움직이기."

[마력이 담긴 땅에 체력의 옥수수 씨앗 500개를 심었습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체력의 옥수수 씨앗이 뿌리를 내릴 확률이 증가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체력의 옥수수 씨앗의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721만 489번 남았습니다.]

오늘 뿌린 씨는 체력의 옥수수.

"휴우. 아직 멀었네."

메시지에 표시된 숫자를 보며 세준이 한숨을 쉬었다. 얼마나 대단한 직업 전투 스킬을 주려고 이렇게 고생을 시키는 건지?

"엄청 강한 거 주려나?"

세준이 직업 전투 스킬을 얻고 강해질 자신을 상상하며 계속 씨를 심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옥수수를 심자

[체력의 옥수수가 농사꾼의 발소리에 감사하며 힘을 보탭니다.]

[체력 스탯의 잠재력이 103에서 104로 상승합니다.]

체력의 잠재력이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흐흐흐. 보람차다."

세준이 잠재력이 늘어난 것에 기뻐하고 있을 때

[소유한 농장의 크기가 300만 평을 넘었습니다.]

[재능 : 천석꾼이 만석꾼으로 성장합니다.]

재능이 성장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밭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세준이 일구는 농장의 크기가 300만 평을 넘은 것이다.

"오! 만석꾼!"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환호했다. 탑 밖에서는 땅 1평 없던 자신이 300만 평의 땅을 가진 땅부자가 된 것이다. 부모님 기뻐하세요! 집 안에서 만석꾼이 나왔습니다.

혼자 기분을 낸 세준

"뭐가 변했나 볼까?"

세준이 새롭게 성장한 재능 : 만석꾼을 살펴봤다.

[재능 : 만석꾼]

-300만 평 이상의 농지를 가진 농부만이 가질 수 있는 후천적 재능입니다.

-만석꾼을 대신해 농장을 관리하는 마름 3명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마름은 자신만의 소작농 100명과 파수꾼 3명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농장을 지킬 파수꾼을 최대 15명까지 지정할 수 있습니다.(만석꾼의 주변 5km 안에서 파수꾼이 처치하는 적의 경험치 50%를 보상으로 받습니다.)

-소작농을 최대 3000명까지 지정할 수 있습니다.

-소작농들은 만석꾼의 농사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소작농이 만석꾼의 스킬을 사용하면 만석꾼은 7%의 스킬 숙련도 보상을 받습니다.)

-농장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재능이 성장합니다.

"오!"

세준이 변한 내용들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추가로 임명할 수 있는 마름, 파수꾼, 소작농의 수가 각각 2명, 5명, 2000명 늘어났다. 특히 소작농의 숫자가 엄청났다.

소작농이 쓰는 스킬 숙련도 보상이 5%에서 7%로 변한 것까지 생각하면 앞으로 엄청난 스킬 숙련도를 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흐흐흐."

요즘 정체기였는데 이렇게 재능이 성장해주자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 날은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오늘은 파티다!"

"파티냥?! 파티에는 새로운 츄르가 필요하다냥!"

꾸엥!

[파티에는 꿀이 많이 필요하다요!]

세준의 말에 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테오와 꾸엥이.

그때

쿵!

동굴 쪽에서 거대한 진동이 들려왔다.

"어? 설마?! 얘들아 가자!"

세준은 연못을 통해 멸망의 사도가 침입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꽃이를 걱정하며 서둘러 테오와 꾸엥이를 다리에 달고 열심히 동굴로 달렸다.

"휴우."

동굴에 도착한 세준은 멀쩡한 불꽃이를 보며 안도했다.

[심해의 거대 크레이피시]

동굴에는 연못에서 나온 거대한 크레이피시가 있었지만, 무슨 일인지 벽면에 바짝 붙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만 있었다. 운이 좋았다. 아직 낯선 장소라 경계하는 것 같았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냥?"

꾸엥?

세준이 테오와 꾸엥이를 다리에서 뗀 후 크레이피시를 향해 달려갔다. 다리가 가벼워진 덕분에 날아갈 것 같았다.

"받아라!"

세준이 그 기세로 크레이피시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자신의 힘과 체력 스탯은 거의 99에 도달한 상태. 삼국지의 여포급이라고 할 수 있다. 저런 크레이피시 정도는 가볍게 해치울 수······

퍽!

"커억!"

[강력한 공격에 육체가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가 발동합니다.]

[마력을 소모해 육체가 부서지지 않게 보호합니다.]

어라? 아니었나?

세준이 크레이피시의 거대 집게발에 맞아 날아가면서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그려지는 그림에 당황하는 사이

콰앙!

우르르.

세준의 몸이 동굴의 벽에 부딪히며 부서지는 돌더미에 깔렸다.

"박 회장 괜찮냥?!"

꾸엥?

[아빠 괜찮다요?]

테오와 꾸엥이가 세준을 돌더미에서 꺼내며 물었다.

"응. 괜찮아."

다행히 몸은 튼튼해져 다치지 않은 세준. 세준이 서둘러 크레이피시의 공격을 대비했다.

하지만

[심해의 거대 크레이피시를 처치했습니다.]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아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어? 죽었네?"

그사이 죽어버린 크레이피시.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당황할 때

[주인님 대단해요! 주인님 공격에 크레이피시가 휘청이다 쓰러지는 걸 제가 봤어욧!]

불꽃이가 세준을 칭찬했다.

"흐흐흐. 그래?"

세준이 자신의 주먹을 보며 헤벌쭉 웃었다. 역시 나 좀 센 듯.

그렇게 세준이 잡은 거대 크레이피시를 꾸엥이가 동굴 밖으로 옮길 때

땡그랑.

심해의 거대 크레이피시는 집게에서 녹색 코인 2개와 회색 코인 3개가 떨어졌다.

"응? 얘가 왜 코인을?"

세준이 의아해하며 코인을 집어 서둘러 취사장으로 갔다. 거대 크레이피시 구이를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리고 혼자 남은 불꽃이.

[휴우. 위험했어요.]

일부러 막타를 남긴 크레이피시가 마지막 힘을 내서 세준을 후려치다니······ 예상 밖의 상황에 간이 철렁한 불꽃이였다.

192화. 퀘스트는 모르겠고 일단 복수부터

192화. 퀘스트는 모르겠고 일단 복수부터

"뭐지? 왜 이렇게 잡것들만 걸려?"

땅문서를 통해 검은탑에서 녹색탑으로 이동한 존재들을 수정구로 살펴보며 브라키오가 투덜거렸다. 원하는 검은탑의 탑농부는 걸려들지 않고 있었다.

"가서 수거해와."

브라키오가 수하로 부리는 몬스터들에게 땅문서 수거를 지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감정이 끝나고 하루가 지나면 발동하게 마법을 걸어야겠어."

새로운 마법을 건 땅문서를 다시 검은탑으로 전송시켰다.

***

"저녁 먹자!"

세준이 취사장 마당에서 구워지고 있는 거대 크레이피시 구이 앞에서 동물들을 불렀다. 거대한 크레이피시를 통째로 굽다 보니 안까지 완전히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어느새 저녁이 됐다.

물론 불꽃이의 불꽃 버프인 친화의 불꽃을 쓰거나 다른 방법으로 점심에도 먹을 방법이 있었지만, 아직 에일린의 건강 주먹 고기 조각이 소화되지 않았기에 세준은 일부러 천천히 했다.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세준의 몫은 남아있지 않을 테니까.

"꾸엥아 크레이피시 좀 분리해줘."

꾸엥!

[알았다요!]

세준의 부탁을 받은 꾸엥이가 거대화해서

콰직.

콰직.

크레이피시의 양쪽 집게를 가볍게 뜯어냈다.

그리고

뿌직.

크레이피시의 허리를 꺾어 몸통과 꼬리를 야무지게 분리했다. 역시 먹을 줄 아는 녀석은 달랐다.

"자. 먹을 만큼 잘라가."

세준의 말에 분리된 크레이피시 앞에선 동물들이 줄을 서서 먹을 만큼 잘라갔다. 크레이피시의 크기가 워낙 컸기에 아무리 잘라도 집게발 크기도 먹기 힘들었다. 물론 꾸엥이는 빼고 얘기한 것이다.

꾸엥!

[맛있다요!]

꾸엥이는 집게발 하나를 잡고 이미 절반 이상 먹은 상태였다.

"테 부회장, 발톱."

"알겠다냥!"

빳칭.

세준은 테오의 용발톱을 이용해 크레이피시 살을 나중에 먹기 편하도록 적당한 크기로 잘라 아공간 창고에 보관했다.

그리고 카이저, 켈리온, 에일린에게까지 크레이피시 구이를 돌리고 나서야 드디어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테 부회장, 츄르 먹자."

물론 테오부터 챙기면서. 분명 자신이 회장이고 테오가 부회장인데 왜 내가 보좌하는 것 같지?

"기다리고 있었다냥!"

테오가 당당히 대답하며 세준의 무릎에 발라당 누워 츄르를 받아먹을 준비를 했다. 이렇게 기다려 준 것만으로 나는 박 회장을 보좌한 것이다냥!

"자."

세준이 참치어죽을 숟가락으로 떠서 테오의 입에 가져갔다.

촵촵촵.

"푸후훗. 박 회장의 정성이 들어가서 맛있다냥!"

"그래."

테오가 맛있게 먹는 것을 확인하고 세준도 크레이피시를 먹기 시작했다.

"크레이피시는 내장을 찍어서 먹어야 제맛이지."

세준이 크레이피시의 다리살을 크레이피시의 내장을 담은 그릇에 깊게 담근 후 입에 넣자

"으음."

먼저 치즈와 버터의 풍미가 세준의 후각과 미각 세포를 일깨웠다.

오물오물.

본격적으로 크레이피시를 씹자 찰진 식감과 함께 바다의 풍미를 담은 짠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짠맛은 파도에 씻겨나가듯이 금세 씻겨나가고 크레이피시를 씹으면 씹을수록 올라오는 단맛이 세준의 입안을 즐거움으로 가득 채웠다.

그렇게 모두가 맛있게 크레이피시를 먹고 있을 때

"세준 님, 저희가 왔습니다!"

세준의 부름에 열심히 달려온 엘카가 부하들과 도착했다.

"엘카, 마침 잘 왔어. 같이 먹자."

세준이 크레이피시의 살을 잘라 늑대들에게 권했다.

"세준 님,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엘카가 세준에게 감사를 표하자 부하 늑대들도 따라 감사를 표하고

우적우적.

크레이피시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세준의 부름에 서둘러 달려온다고 식사도 거른 늑대들이었다.

"엘카, 근데 농장은 찾았어?"

엘카의 식사가 끝나자 세준이 물었다.

"네. 원래 알고 있던 장소입니다."

"원래 알고 있던 장소?"

"네. 그곳은······."

엘카가 탑 85층에 있는 농장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농장에서 자란 칡이 다른 곳으로 퍼져 탑 85층의 다른 식물들을 모두 죽였다고?"

"네. 칡이 땅의 영양분을 흡수해 칡 주변에는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대기근 때 더 큰 피해를 입은 겁니다."

칡은 땅속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리고 생명력이 억센 것으로 유명하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대기근 때 칡은 안 먹었어?"

칡을 구황작물의 하나로 알고 있는 세준이 물었다. 칡이 층에 가득했다면 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저희도 처음에는 칡으로 배를 채웠는데 칡을 오랫동안 먹은 늑대들이 이유도 없이 죽는 것을 보고 이후로는 칡을 먹지 않았습니다."

"그래?"

엘카의 말에 세준이 생각에 잠겼다. 칡에 독이 있었나? 일단 만일을 대비해 해독의 대파를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꾸엥!

[아빠 꾸엥이가 이거 찾았다요!]

다다다다.

온몸에 크레이피시 내장을 묻힌 꾸엥이가 푸른 옥빛의 구슬을 들고 달려왔다.

꾸엥!

[이거 아빠가 먹는다요!]

척.

자랑스럽게 세준에게 구슬을 내미는 꾸엥이. 크레이피시의 내단 같았다. 아마 쓴맛이 나겠지.

"고마워."

세준이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단을 살펴봤다.

[심해의 거대 크레이피시 내단]

차원의 바다 깊은 심해에서 2000년 이상 산 크레이피시의 내단입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이 20 상승합니다.

쓴맛이 납니다.

사용 제한 : Lv. 50 이상, 모든 스탯 50 이상

등급 : B+

예상대로 쓴맛이 나는 내단. 그래도 이번에는 '강하게'라는 말이 빠져있어 안심이 됐다.

쏙.

세준이 과감하게 내단을 입에 넣었다. 그래도 몇 번 먹었다고 쓴맛에 익숙해진 건지 먹을만했다. 말 그대로 '먹을만'만 했다.

꿀꺽.

[심해의 거대 크레이피시 내단을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20 상승합니다.]

"크으."

세준이 입 안에 남은 쓴맛을 없애기 위해 서둘러 꿀젤리를 입에 넣었다.

사르르르.

입에 넣자마자 꿀젤리가 녹아 사라지며 쓴맛도 함께 가져갔다.

[독꿀벌의 방울토마토 꿀젤리를 섭취했습니다.]

[재능 : 강화된 마력 회로의 재능이 미세하게 조금 강화됩니다.]

쏙.

재능이 강화됐다는 메시지를 보며 세준이 자신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꾸엥이의 입에도 꿀젤리를 넣어줬다.

꾸엥······

하지만 하나로는 만족스럽지 않은지 입을 다물지 않고 불쌍한 소리를 내며 세준을 계속 바라보는 꾸엥이.

쏙.쏙.쏙.쏙.

마음이 약해진 세준이 꾸엥이의 입에 꿀젤리를 10개 넣어줬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그제야 만족했는지 기분이 좋아진 꾸엥이가 다시 크레이피시를 먹으러 달려갔다. 아직 식사가 끝나지 않은 꾸엥이였다.

그렇게 꾸엥이가 남은 식사를 하는 사이

[해독의 대파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했습니다.]

세준은 해독의 대파들을 뽑아 아공간 창고에 담았다.

그리고

다다다.

꾸엥!

[꾸엥이 이제 배부르다요!]

꾸엥이가 식사를 끝내고 세준에게 달려왔다. 크레이피시 내장을 털에 잔뜩 묻힌 상태로.

"잠깐. 꾸엥이 목욕부터 하자."

꾸엥?

세준이 다리에 매달리려는 꾸엥이를 들어 분수대로 옮겨 목욕을 시켰다.

잠시 후

꾸엥!

[개운하다요!]

"얘들아 잠깐 아공간 창고에 들어가 있어."

꾸엥이를 목욕시킨 세준이 테오, 꾸엥이, 엘카를 아공간 창고에 들어가게 했다. 탑 85층으로 내려가 농장의 상태를 볼 생각이었다.

촤륵.

세준이 땅 85층의 땅문서를 펼치자

[검은탑 85층 농장 땅문서의 최초 소유자 각인을 위한 소환 기능이 발동합니다.]

세준이 탑 85층으로 사라졌다.

***

[검은탑 85층 농장에 도착했습니다.]

[최상층인 탑 99층에서 탑 85층으로 이동했습니다.]

[14층을 내려갔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14 상승합니다.]

"와."

탑 85층에 도착하자 녹색 넝쿨들이 주변을 완전히 덮고 있었다.

"저게 다 칡인 거야?"

끝이 보이지 않는 칡넝쿨들. 거기다 땅속으로도 깊이 박혀 있을 게 뻔했다.

철컹.

"얘들아 나와."

세준은 일단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동물들을 아공간 창고에서 나오게 했다.

"박 회장, 하늘에서 끌림이 느껴진다냥!!"

아공간 창고에서 나온 테오가 갑자기 앞발로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

설마?! 탑 49층에서 사라진 에밀라의 화단이 이곳에 있는 것 같았다.

퍽.

"땅 움직이기."

세준이 하늘에 닿는 콩 하나를 꺼내 바닥에 심었다.

[마력이 담긴 땅에 하늘에 닿는 콩을 심었습니다.]

[하늘에 닿는 콩이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어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하늘에 닿는 콩의 성장 속도가 2배 빨라집니다.]

그러나

[땅에 영양분이 없습니다.]

[주변의 농작물들이 땅의 마력을 흡수합니다.]

[주변의 농작물들이 하늘에 닿는 콩의 영양분을 뺏기 시작합니다.]

칡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

세준이 메시지를 보고 서둘러 다시 땅을 파보자

꿈틀.꿈틀.

칡뿌리들이 하늘에 닿는 콩에 뿌리를 박고 영양분을 흡수하고 있었다. 세준이 땅에 공급한 마력 덕분에 더욱 움직임이 좋아진 칡뿌리였다.

처음에 얻은 하늘에 닿는 콩의 수는 3개. 원래라면 이게 마지막 콩이다.

하지만

"미리 늘려놔서 다행이다."

세준이 풍요의 황금 상자에 넣어둔 덕분에 지금 세준의 주머니에는 하늘에 닿는 콩이 5개나 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안도할 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칡에 잠식당한 농장을 정상화하고 땅의 권리를 되찾아라.]

보상 :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 귤나무 한 그루

세준의 앞에 퀘스트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 귤나무?"

칡에 잠식당하기 전에는 이곳이 귤나무 농장이었던 모양이다.

"좋아! 꾸엥아 거대화해서 땅을 뒤집어버려!"

꾸엥!

[알았다요!]

세준은 일단 힘으로 해결해 보기로 했다. 어차피 칡이 땅에 박혀있어봐야 꾸엥이의 힘을 버텨낼 수는 없을 거다.

쾅!

거대화한 꾸엥이가 땅에 손을 박고

꾸에엥!

힘을 줘서 땅을 들어 올렸다. 거의 10m 두께에 1000평 정도의 땅이 들어 올려졌다. 하지만 10m보다 더 깊은 곳까지 내려간 칡뿌리. 꾸엥이가 뒤집은 땅의 칡뿌리는 대부분 끝이 잘려 있었다.

"땅 움직이기!"

세준이 깊이 10m의 땅을 다시 한번 뒤집었다.

퍽.

꾸엥이와는 다르게 50평 정도의 땅이 5m 정도 두께로 뒤집혔다.

"뿌리가 저렇게 깊이 내려갔다고?"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칡뿌리를 보며 세준이 당황했다.

꾸엥!

[다시 해보겠다요!]

꾸엥이가 깊게 파인 땅으로 내려가 다시 한번 땅을 뒤집었다. 이번에는 전보다 힘을 더 줘서 20m 두께의 땅을 뒤집었다. 그제야 끝이 잘리지 않은 칡뿌리들이 나타났다.

그래도 절반 정도는 아직도 뿌리가 끊어져 있었다.

"땅 움직이기."

세준이 다시 땅을 움직이자 그제야 모든 뿌리의 끝이 보였다.

"이거 어렵겠는데······."

탑 85층을 전부 40m 깊이까지 파야 칡을 뿌리까지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상황에 세준이 고개를 저었다.

농장 주변이야 어떻게 칡을 전부 제거한다고 해도 탑 85층의 칡을 전부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 제거하는 속도보다 다시 자라는 속도가 더 빠를 것 같았다.

그리고 농장의 칡을 전부 제거해도 주변의 칡이 금방 넘어올테니 제거하는 의미가 크게 없었다.

"어쩌지?"

[칡 열매 4개를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6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세준은 답이 보이자 않자 일단 칡의 열매를 수확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칡 열매를 수확하는 세준. 역시 탑농부다웠다.

그때

"어?!"

세준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칡 열매를 녹색탑에 심으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흐흐흐. 얘들아, 일단 열매를 따자!"

퀘스트는 모르겠고 일단 복수부터. 세준은 감히 자신과 에일린을 납치하려 한 녹색탑에 대한 복수를 먼저 하기로 했다.

193화. 가라! 아작스!

193화. 가라! 아작스!

"황금박쥐, 탑 83층에 가서 고슴도치들이랑 독꿀벌들 좀 불러줘."

(네!)

세준의 등에 매달려 쉬고 있던 황금박쥐가 세준의 지시에 바로 탑 83층으로 날아갔다. 세준은 칡 열매를 빠르게 수확하기 위해 가까운 층에 있는 고슴도치들의 노동력을 빌리기로 했다.

그리고 독꿀벌을 부른 이유는 칡넝쿨들 사이에 핀 칡꽃 때문. 칡꽃에서 꽤 달콤한 향기가 나기에 혹시나 독꿀벌들이 칡꽃에서 꿀을 수확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아니래도 칡꽃의 꽃가루는 얻을 수 있으니 나쁠 건 없었다.

황금박쥐가 탑 83층으로 지원군을 데리러 간 사이

퍽.퍽.

세준은 칡뿌리를 캐내 깨끗이 씻은 후

"꾸엥아 꽉 짜봐."

칡뿌리를 주먹 크기 정도로 잘라 꾸엥이에게 짜게 했다. 칡즙을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실제 먹어본 적은 없지만, 칡즙을 많이 파는 걸 봤기에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맛인지 궁금했다.

꾸엥!

[알겠다요! 꽉 짠다요!]

꾸엥이가 두 앞발로 칡뿌리를 잡고 가볍게 누르자

드드득.

뚝.뚝.

뿌리가 눌리는 소리와 함께 칡즙이 나오기 시작했다. 세준이 서둘러 바닥에 텀블러를 놓고 칡즙을 받았다.

꾸엥!

[이건 이제 안 나온다요!]

꾸엥이가 손에 쥔 칡뿌리를 버리고 새로운 칡뿌리를 잡고 다시 짜기 시작했다. 세준이 꾸엥이가 버린 칡뿌리를 만져봤다.

"와 이 정도면 바로 마른 장작으로 써도 되겠는데?"

꾸엥이가 버린 칡뿌리는 물기가 쪽 빠져 거의 마른 나뭇가지 같은 상태. 꾸엥이 착즙기의 성능은 놀라웠다. 착즙된 칡뿌리들은 따로 모아 나중에 장작으로 쓰면 될 것 같았다.

찰랑.찰랑.

그렇게 칡즙의 양이 어느 정도 모이자

홀짝.

세준이 칡즙의 맛을 봤다. 칡즙을 마시자 일단 칡 특유의 향이 입안을 맴돌며 쓴맛이 강하게 났다. 하지만 쓴맛에 적응이 된 세준에게는 그렇게 쓴맛은 아니었다.

꿀꺽.

칡즙의 맛을 음미하고 삼키자 입 안에 남은 달짝지근한 맛이 느껴지며 마지막을 기분 좋게 마무리해 줬다.

"음. 좋네."

세준이 미소를 지으며 칡즙의 여운을 느끼고 있을 때

핥짝

아빠가 좋다고 했다요! 세준의 표정을 주시하고 있던 꾸엥이가 자신의 앞발에 묻은 칡즙에 혀를 댔다. 은근히 단내가 났기에 기대가 됐다.

하지만

꾸엑!!!

[쓰다요!!!]

칡즙을 혀로 핥은 꾸엥이가 오만상을 하며 진저리를 쳤다. 이런 쓴맛을 경험한 적이 없는 꾸엥이에게는 너무 강렬한 쓴맛이었다.

"자. 여기."

세준이 그런 꾸엥이의 입에 꿀젤리를 넣어 줬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이제 괜찮다요!]

꿀젤리 덕분에 얼굴이 펴진 꾸엥이가 다시 칡뿌리를 짜려 했다. 이건 이제 아빠만 먹는 거다요! 칡즙은 세준에게 양보하는 통 큰 결정을 내린 꾸엥이였다.

하지만

"꾸엥아 그만 짜."

세준도 자주 먹을 맛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텀블러의 뚜껑을 담아 남은 칡즙을 보관했다.

"다시 열매나 따자."

그렇게 세준이 칡 열매를 수확한 지 5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세준 님!)

위잉!위잉!

황금박쥐와 5000마리 정도의 독꿀벌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꼬싯!꼬싯!

황금박쥐와 독꿀벌들 뒤로 고도리를 따라 1만 마리의 고슴도치들이 열심히 달려오는 게 보였다.

"얘들아 와줘서 고마워."

세준이 여기까지 와준 지원군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위잉!

[세준 님을 뵈어요. 어머님께 말씀 많이 들었어요]

5000마리의 독꿀벌들을 이끌고 온 여왕이 세준에게 인사했다.

여기 있는 독꿀벌 여왕은 탑 83층의 독꿀벌 여왕이 낳은 새로운 여왕으로, 독꿀벌 여왕은 세준의 지원 요청을 받자 겸사겸사 새로운 여왕을 일벌들과 함께 독립시킨 것이다.

"응. 반가워. 일단 여기 꽃에서 꿀을 수확해줘."

위잉!

[네!]

세준의 말에 독꿀벌들이 흩어져 칡꽃에 달라붙어 꿀을 빨기 시작했다.

꼬싯?

[저희는 뭘 할까요?]

고슴도치들의 우두머리 고도리가 무슨 일이든 맡기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희들은 나를 도와서 칡 열매를 따줘. 이게 칡 열매야. 이렇게 수확하면 돼."

세준이 칡 열매를 수확하는 시범을 모여줬다.

꼬싯!꼬싯!

세준의 시범에 고슴도치들이 이해했다며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럼 각자 1만 개씩만 수확하자."

꼬싯!꼬싯!

샤샤샥.

세준의 지시에 고슴도치들이 빠르게 흩어져 칡 열매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고슴도치 1만 마리가 칡 열매 1만 개를 수확하면 총 1억 개의 칡 열매가 생긴다.

"흐흐흐. 조금만 기다려라."

세준이 1억 개의 칡 열매 폭탄을 녹색탑에서 터트릴 생각에 즐거워하며 고슴도치들이 수확한 칡 열매를 상자에 담아 아공간 창고에 넣었다. 꾸엥이와 늑대들도 세준을 도와 열매를 옮겼다.

그때

[소작농이 채종하기 Lv. 6를 사용해 칡 열매 5개를 얻었습니다.]

[만석꾼이 7%의 스킬 숙련도 보상을 받습니다.]

[만석꾼의 채종하기 Lv. 6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6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세준의 채종하기 스킬의 레벨이 상승했다. 세준이 지원온 고슴도치들 중 500마리를 소작농으로 지정해 스킬 숙련도 보상을 받고 있었기 때문. 세준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그렇게 고슴도치들의 도움으로 1억 개의 열매를 수확하자

"나는 잠깐 올라갔다 올 테니까 여기 머물면서 계속 열매를 수확해줘."

꼬싯!

세준은 고슴도치들에게 칡 열매를 계속 수확하게 하고 탑 85층의 웨이포인트를 향해 이동했다.

"여기는 비어있네?"

세준이 웨이포인트를 보며 말했다. 붉은 크리스탈을 지켜야 할 보스가 보이지 않았다.

"네. 원래 지키고 있는 보스가 있었는데 층이 이래서 포기하고 떠났습니다."

"그래?"

세준이 엘카의 말을 들으면서 붉은 크리스탈에 손을 올렸다.

[탑 85층 웨이포인트가 저장됐습니다.]

[저장된 다른 층의 웨이포인트를 불러옵니다.]

[저장된 웨이포인트]

-탑 99층

-탑 83층

-탑 77층

-탑 49층

"애들아 들어가."

"알겠다냥!"

꾸엥!

[알았다요!]

세준이 테오와 꾸엥이를 아공간 창고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엘카, 여기를 지켜줘."

"네. 걱정 마십시오!"

"응. 그럼 갔다 올게."

엘카에게 남은 고슴도치와 독꿀벌들을 부탁하고 탑 99층으로 이동했다.

***

자색탑 99층.

-땅문서 확보는 어떻게 됐지? 베카.

"현재 자색탑의 땅문서 77개, 검은탑의 땅문서 13개, 황금탑의 땅문서 12개, 푸른 탑의 땅문서 5개, 녹색탑의 땅문서 1개를 확보했습니다."

자색 용 조각상을 앞에 업드린 어두운 피부를 가진 탑농부 베카가 두려움에 떨며 대답했다.

-더 서둘러라!

"네!"

베카가 돌아가자

펄럭.펄럭.

티어 페덴이 탑 99층의 중앙에 세워져 있는 비석으로 날아갔다. 비석은 창조신의 비석으로 그곳에는 티어가 땅문서를 모으는 이유가 적혀 있었다.

[구계(九誡) - 탑농부가 다른 탑의 땅문서를 절반 이상 모으면 탑의 소유권을 뺏을 수 있다.]

한 마디로 땅문서만 모으면 탑농부가 다른 탑을 뺏을 수 있다는 말. 만약 탑의 소유권을 뺏긴다면 용들에게는 꽤나 자존심 상할 일이었다.

티어의 판단으로는 각 탑에 주어진 땅문서는 각 층마다 하나씩 총 99개가 있었다. 즉 50개의 땅문서만 모으면 다른 용이 지배하는 탑을 뺏을 수 있는 것이다.

-크큭큭. 방심하고 있거라. 그러다 순식간에 전부 다 뺏어줄 테니까. 창조신님이 주신 과업을 수행하는 영광은 나 혼자 누릴 것이다.

창조신의 과업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일단 자신 혼자 탑을 독차지할 생각인 티어 페덴이었다.

***

꾸엥!

[집에 도착했다요!]

세준과 테오를 태우고 달려온 꾸엥이가 외쳤다.

"수고했어."

세준이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 엄마랑 자러 간다요!]

꾸엥이가 웃으며 분홍 털을 향해 달려갔다. 늦은 저녁이었다.

"우리도 일단 자자."

"알겠다냥!"

다음 날 아침.

세준은 아침을 먹자마자 카이저를 찾아가 녹색탑에 칡을 퍼트릴 쉬운 방법이 있는지 물어봤다.

검은탑의 땅문서도 있으니 세준이 직접 녹색탑에 가서 칡을 퍼트리고 다시 돌아오면 되지만, 그건 싫었다. 안전제일을 추구하는 세준에게 그건 너무 위험도가 컸다.

-흐음.

세준의 물음에 카이저가 녹색탑의 땅문서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땅문서는 반드시 땅문서를 소유할 수 있는 주체가 있어야지만 공간 이동이 발동되기 때문.

-땅문서와 칡 열매만 보내는 건 불가능해.

답을 내린 카이저가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카이저의 대답에 세준은 실망하지 않았다. 녹색탑에 칡 열매를 뿌릴 다른 아이디어가 하나 더 있었기 때문.

-근데 녹색탑에 이런 걸 보내서 뭐 하게?

복수를 한다면서 쓸모없는 열매기는 한지만 어렵게 수확한 걸 1억 개나 녹색탑에 뿌려 주다니 카이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흐흐흐. 아마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겁니다. 켈리온 님, 아작스 좀 잠깐 녹색탑에 보내도 돼요?"

악당처럼 웃던 세준이 옆에 있던 켈리온을 보며 물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손자를 왜 녹색탑에 보내?!

세준의 말에 켈리온이 흥분했다.

"켈리온 님이 칡 열매를 아작스에게 주면 아작스가 잠깐 녹색탑에 가서 칡 열매만 뿌려주고 오면 돼요. 대신 소주 100병 드릴게요."

-뭐?! 이게 뭐 힘들다고 100병이나 줘?!

세준의 말에 카이저가 흥분했다. 세준에게나 위험했지 아작스에게는 전혀 위험할 것이 없었다.

물론 탑의 관리자가 자신의 탑에 침입했으니 가만있지 않겠지만, 금방 돌아올 거기에 그것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준에게는 나름 합리적인 거래였다.

칡 열매를 탑간 운송으로 옮기면 거의 1억 탑코인 정도의 돈을 소모해야 한다. 거기다 아작스는 하얀탑의 땅문서를 쓰고 돌아오면 되니 세준이 가진 검은탑 땅문서를 아낄 수 있었다.

-150병! 그럼 우리 손자를 보내지.

-야! 이 사기꾼아! 무슨 150병이나 받아 처먹어?!

켈리온이 가져가는 만큼 나중에 자신이 얻을 소주가 줄어들기에 카이저가 흥분했다.

-친구한테 처먹어가 뭐야?

-처먹으니까 처먹는다고 하지!

두 용이 싸우는 사이

"얘들아, 칡 열매 꺼내는 것 좀 도와줘."

'알겠다냥!"

꾸엥!

[알겠다요!]

세준은 테오와 꾸엥이의 도움을 받아 아공간 창고에 있는 1억 개의 칡 열매를 꺼내기 시작했다.

-크흠. 그럼 이따가 알지?

-그래. 알았다.

저녁에 세준에게 받은 소주 10병을 카이저와 같이 마시기로 한 켈리온이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카이저 녀석에게 말렸군.

-이걸 녹색탑에 뿌리면 된다고?

"네. 각 층에 반씩 뿌리면 돼요. 하얀탑에는 절대 흘리지 마세요. 흘리면 큰일 납니다."

세준이 켈리온에게 녹색탑 땅문서 2개를 주며 주의를 줬다. 칡 하나가 뿌리를 내리면 주변이 칡밭으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알았다.

대답한 켈리온이 땅문서와 칡 열매를 삼켰다.

잠시 후

-칡 열매를 아작스에게 전해줬다.

아작스가 불같이 화를 내며 자신이 왜 가냐고 대들었지만, 켈리온은 조용히 칡 열매만 전해줬다. 나머지는 세준이 알아서 할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여기 소주요."

세준이 켈리온에게 양조장에서 가져온 소주 150병을 건넸다.

그리고

"가라! 아작스!"

세준이 칡 열매 폭탄으로 무장한 폭격룡 아작스를 녹색탑으로 보냈다.

194화. 불태우다.

194화. 불태우다.

"으악! 망할 인간! 내가 이런 걸 왜 뿌려야 해?!!!"

녹색탑으로 이동한 아작스가 짜증을 내며 칡 열매를 녹색탑 78층에 성실하게 뿌렸다. 계약이기 때문에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짜증이 더 폭발했고 아작스의 감정에 맞춰 마력도 폭발하며 사방으로 마력이 퍼져나갔다.

덕분에 아작스와 가까이 있던 몬스터들이 아작스의 강렬한 마력에 노출되며 기절했다. 폭격룡 아작스가 자신도 모르게 세준의 복수를 도와준 꼴.

"제길! 왜 내가 이런걸······."

녹색탑 땅문서를 열어 탑 56층에도 칡 열매를 뿌린 아작스가 끝가지 투덜거리며 하얀탑으로 돌아갔다.

아작스가 사라진 후

꿈틀.꿈틀.

아작스가 뿜어낸 마력을 흡수한 칡 열매들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빠르게 자라기 시작했다.

***

"불꽃아 잘 있었지?"

[네! 주인님!]

아작스가 녹색탑에 칡 열매 1억 개를 뿌린 걸 확인한 세준이 동굴로 내려와 불꽃이를 찾아왔다. 불꽃이의 불꽃 버프 중 친화의 불꽃 버프를 받아 탑 85층의 칡밭을 불태우기 위해서였다.

세준은 칡밭을 불태우고 그곳에 다시 칡 열매를 심는 화전을 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탑 85층 전체가 칡밭이니 칡이 퍼질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고 확보할 수 있는 칡 열매가 많았다.

거기다 칡의 생명력이라면 대충 심어도 잘 자라니 직업 퀘스트 완료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히힛.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이얍!]

세준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난 불꽃이가 기합을 지르자 불꽃이가 가진 4개의 이파리 중 하나가 노란색으로 변하며 노란 불꽃이 세준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전보다 뭔가 불꽃이 강해 보였다.

[강화된 친화의 불꽃이 3시간 동안 육체에 스며듭니다.]

[강화된 친화의 불꽃이 사용자의 불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크게 돕습니다.]

"응? 강화된 친화의 불꽃?"

[히힛. 주인님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어요!]

"오! 불꽃아 정말 고마워."

세준이 기특한 불꽃이의 기특함에 불꽃이의 이파리를 열심히 쓰다듬었다.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4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사과나무의 성장이 조금 빨라집니다.]

그때

뿅!

불꽃이의 가지에서 이파리 하나가 더 돋아났다. 다섯 번째 이파리였다.

[오! 주인님 저 성장했어요!]

"오! 축하해!"

[히힛. 다 주인님 덕분이에요!]

"아니··· 뭘······ 흐흐흐. 더 쓰다듬어 줄게."

불꽃이의 칭찬에 세준이 부끄러워하며 불꽃이의 이파리를 더 쓰다듬으려 했다.

하지만

[아니에요. 저는 나중에 쓰다듬어 주셔도 돼요. 불꽃 버프 시간이 줄어들고 있잖아요. 어서 가세요.]

불꽃이가 세준을 만류했다.

"응. 알았어. 그럼 다음에 와서 쓰다듬어 줄게."

불꽃이의 배려에 세준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꽃이의 말대로 강화된 친화의 불꽃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서둘러 강화된 친화의 버프를 사용하기 위해 탑 85층으로 떠난 후

[흐흣. 들킬 뻔했어요.]

불꽃이가 본격적으로 성장을 시작했다.

쿠구궁.

탑 99층 전체가 흔들리며 탑 98층의 하늘에 나무뿌리 하나가 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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