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9화. 용봉이 다시 나타나다 (1)
다음날, 오시(*午時: 아침 11시 ~ 오후 1시).
천월은 이제야 잠에서 깨어났다. 용경은 이미 나간 뒤였다.
창밖엔 어제 그 화창한 날씨는 온데간데없이 하얀 함박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눈은 어느새 발목 높이 정도로까지 쌓여 있었다.
천월은 이불을 더 똘똘 말고서 다시 침상에 누웠다.
머릿속에 어제 기억들이 눈처럼 쏟아졌다. 지금쯤 온 세상에 널리 퍼졌을지도 모를 이야기였다. 황성은 사람이 많이 사는 만큼 워낙 비밀을 숨길 수 없는 곳이었다.
그때, 발자국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능련이 들어왔다.
“아가씨, 7공주님이 오셨어요. 어떻게 할까요? 아직 주무신다고 할까요?”
“아니, 안으로 모셔줘.”
능련이 고개를 끄덕인 뒤, 문을 닫고 나갔다.
천월은 다시 탁자 위를 쳐다봤다. 원앙 등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아직 태연히 그곳에 놓여 있었다. 만약 어제 그 대단함을 보지 못했다면, 그냥 멋있는 장식품으로만 보일 것 같았다. 누구도 신등이라곤 생각지 못할 듯했다.
잠시 후, 능련이 7공주와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천월, 해가 중천에 떴는데 아직도 침상이에요?”
7공주가 천월이 아직 침상에 누워있는 걸 보고 웃었다.
“오늘 해가 어디 있다고요.”
하나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천월을 보고 7공주가 그녀의 볼을 콕, 찔렀다.
“어느 집 낭자가 오시가 지났는데도 침상에 누워있는지 한번 말해봐요.”
“일어나기 힘든 걸 어떡해요…….”
어젯밤 천월은 위에만 있으면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그냥 어떻게 해도 힘든 건 피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제 똑같이 천월과 함께했던 용경은 힘든 기색 하나도 없이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조회에 나갔다.
천월은 아직도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아 팔도 제대로 들 수 없었다. 이제야 천월은 성별의 차이를 생생하게 절감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영 왕가에 꼬마 세자가 생기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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