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양의 탈을 쓴 늑대 (5)
용경이 가볍게 소매를 털자 바둑알이 순식간에 바둑판 위로 정갈하게 떨어졌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리 바둑알을 놓다니, 역시 경 세자의 무공은 훌륭하오!”
예 태자가 크게 칭찬하며 첫 수를 착수했다.
“예 태자의 바둑 기술 역시 소문처럼 치밀하군요. 대단하십니다!”
용경이 재차 가볍게 손을 흔들어, 바둑판 위에 바둑알을 내려놓았다.
“본 태자, 십년 전 경 세자와 영은 대사님이 영롱기국을 두었다는 것을 들었소. 그 당시 영은 대사님께서도 영통기국을 간파하지 못했다고 들었었는데 아직도 가지고 계신지 모르겠군.”
예 태자가 물었다.
“영롱기국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판에 불과합니다. 영은 대사님과 저도 간파하지 못해 하마터면 마도에 빠질 뻔했지요. 세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흉한 물건이라 그냥 향천산 절벽 아래로 던져 버렸습니다.”
용경이 담담하게 말했다.
“거참 아쉽군! 하나, 세상을 위험에 빠뜨리는 물건이라면 남겨 두면 안 되는 것이지!”
예 태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내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 * *
그 후로 바둑알이 여러 차례 오고가자, 순식간에 바둑판 위로 10여개의 바둑알이 채워졌다.
점차 시간이 지나니, 예 태자의 속도는 현격히 느려져 있었다. 그에 반해 용경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때, 산 아래에서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그 발소리의 주인공은 무공이 뛰어난 사내일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여인 네 명이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산 위에까지 닿았다. 연지향도 은은히 풍겨오는 것이, 분명 여인임이 틀림없었다.
“음? 누가 오고 있는 거지?”
높은 산세에 기괴한 돌이 우뚝 솟아있고, 초목이 무성하여 산 아래의 상황은 전혀 볼 수 없는 곳이었다. 그 때문에 예 태자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돌아보며 시위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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