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8화
무기(無期): 잘 가시오
해질녘.
마차가 길가에 멈춰 서자 당소가 다가와 말했다.
“바람이나 쐬시오.”
명미가 천천히 마차에서 내렸다.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보이는 곳은 전부 허허벌판이라 어디쯤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당씨 가문의 사사(*死士: 죽기를 각오한 무사)들이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절인 고기와 쌀이 냄비 안을 구르자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배고픔을 느낀 명미가 배를 만졌다. 새벽에 출발한 그들은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강연이 준비한 마차에는 먹을 것이 적지 않게 갖춰져 있어 명미는 점심도 제때 챙겨 먹었지만, 배가 고팠다.
‘그래도 딱딱한 간식보다 따뜻한 식사가 낫지.’
명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기유가 찬합을 들고 다가왔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기유가 죽을 것 같다는 듯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폐하께서 내게 저녁 식사를 전하라 했어.”
당소가 눈짓을 보내자 심복이 다가와 찬합을 열어 검사했다. 농밀하고 향긋한 냄새가 풍기자 함께 있던 이들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슬쩍 확인한 능방야가 웃었다.
“웅장, 상어지느러미, 녹근…… 팔진죽(八珍粥)이네. 황후마마는 역시 다르십니다.”
검사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당소가 기유를 들여보냈다. 그러곤 소매를 흔들며 다시 모닥불로 간 당소는 불을 관리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기유가 전해준 죽을 받은 명미는 한입씩 천천히 죽을 먹었다. 온종일 마차만 탔지만, 허기가 졌던 명미는 죽 한 그릇과 반찬 두 접시를 뚝딱 비우고서야 수저를 내려놓았다.
“맛 괜찮지?”
기유가 물었다.
“네.”
기유가 자신의 배를 뚫어질 듯이 쳐다보는 것이 우스웠던 명미가 물었다.
“오라버니, 뭘 보세요?”
기유는 조용히 구시렁거렸는데 명미는 그것을 용케 알아들었다.
“뭐가 이상한데요? 저 어디 이상한 것 같아요?”
잠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던 기유가 말했다.
“네 배 안에 아이가 들어있다는 게 상상이 안 가서.”
Unterstützen Sie Ihre Lieblingsautoren und -übersetzer bei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