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화. 퇴병(退兵): 군장을 싸다
각상부족의 막사 안.
곽허는 마치 중앙군에서 일어난 전투는 조금도 걱정되지 않는다는 듯 편안하게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옆에서 시중을 드는 이에게 다시 우유차를 달라하곤, 만드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여유까지 부리고 있었다.
그러나 각상왕은 그렇게 침착할 수가 없었다. 곽허의 말을 들은 이후로 그는 침묵에 빠진 상태였다. 부족의 왕으로서 그는 당연히 곽허가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것이 각상부족과 설랑부족의 관계를 깨기 위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좀 더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 바로 곽허가 자신이 고민하던 것을 정확하게 짚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수투는 분명 내실을 다질 것이었다.
‘그때도 우리 부족이 이대로 남아있을까?’
걸호부족이 이미 설랑부족에 완전히 삼켜져 사라졌다는 것을 기억해야했다. 걸호부족의 전사는 죽었거나 도망쳤고, 걸호부족의 아녀자들과 토지는 다른 부족들로 뿔뿔이 흩어져 넘어갔다.
막 내란을 겪은 터라 초원엔 죽은 시신들로 가득했지만, 수투는 야심을 낱낱이 드러내며 조금도 쉴 틈 없이 밀어붙였다. 공성전을 치를 때도 다른 부족들은 가장 위험한 곳으로 가야 했다. 두 달간 죽거나 다친 전사들을 생각하면 각상왕은 마음이 미어져 피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내전에 이미 많은 수의 전사들이 휘말린 것이다.
여기서 더 많은 전사가 죽으면, 걸호부족이 다시 과거의 규모를 되찾는 것은 어려웠다. 아녀자들이 많은 아이를 낳아, 그 아이들이 전사로 자란 다음에서야 회복할 수 있을 터였다. 적어도 한 대는 걸릴 터였다.
많은 이들이, 몰락한 걸호부족의 자산을 크게 나눠 받은 각상부족이 이득을 봤다고 떠들었다.
‘하지만 각상 부족의 부족원들이 다 죽어 양치는 이들조차 모자라게 되면,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저 중원인의 말을 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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