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8화. 정황
그 뒤로 며칠간, 제왕은 단 하루도 마음 편히 보낼 수 없었다. 그와 마주치는 모든 이의 눈빛에는 알게 모르게 비웃음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구설수도 없이 좋은 명성만을 유지해왔던 제왕이었기에 사람들은 오히려 제왕부의 이야기에 크나큰 호기심을 가졌고, 그 관심은 오래도록 식을 줄 몰랐다.
제왕이 홀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중, 시간은 계속 흘러 어느덧 사월 초하루에 다다랐다.
자영궁의 상 마마가 출궁하는 날이 온 것이다.
* * *
변덕이 심한 4월 초의 날씨는 햇빛을 쨍하게 비추더니 어느새 가랑비를 내려 보냈다.
그 탓에 맑고 푸른 하늘에서 얇은 빗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그 빗방울을 뚫고 마차 한 대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마차 안, 상 마마는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마차 밖의 풍경에는 전혀 흥미가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궁녀들에게 궁 밖의 풍경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수년 간 같은 길을 동일하게 달리기도 하였고, 결국은 내려서 즐길 수 없다는 허탈감이 들면서 점점 흥미와 기대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도성의 서쪽에 위치한 복덕사(福德寺)는 주변에 단풍나무가 빼곡하게 세워져 있었다. 가을이 되면, 사방이 단풍으로 빨갛게 물들어 장관을 만들어 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가을만큼 볼거리가 없는 지금, 상 마마는 주변을 흘깃 보고는 그저 승려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후, 향화를 마친 상 마마는 곧장 황궁으로 돌아가는 대신, 그 주변을 천천히 산책했다.
신선한 자유의 공기를 마치며 반나절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는 상 마마의 오랜 습관이었는데, 이렇게 절 주변을 산책할 때는 사미승들과 함께 하기보다는 궁녀 둘 정도와 함께 조용히 시간을 보내길 좋아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상 마마는 어느새 화목이 무성하게 자란 숲 속 깊은 곳까지 걸어 들어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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