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초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오월의 날씨는 각종 연회를 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장흥후 세자 부인 강청이 연회에 도통 얼굴을 비추지 않자 귀족 가문의 부녀자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악령이 붙어 제 조모를 해할 뻔했으니, 사람들 앞에 설 낯짝이 있겠느냔 말이었다.
백부에서 돌아온 후로 강청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세자 부인의 침소는 아침부터 낯부끄럽고 퇴폐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장흥후 세자 조흥욱(曹興昱)은 무표정한 얼굴로 당의의 허리띠를 매며, 한 발로 강청의 가슴을 지르밟고 있었다.
“시킨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소식이 없는 것이오?”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채, 부군의 밑에 깔린 강청은 눈썹이 파르르 떨려왔다.
“소, 소첩이 근래에 백부에 가지 못하여…….”
풍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그녀가 누구보다 똑똑히 알고 있었다.
안 그래도 후부의 사람들이 그녀가 친정의 눈 밖에 난 것이 아닌지 호시탐탐 주시하고 있는데, 만일 그녀가 친정에 갔다가 쫓겨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정말 낯짝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것이었다.
후사도 없고 친정의 지원도 잃은 여인이 시댁에서 어떤 취급을 받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이치였다.
“누가 부인더러 가라고 했소? 강서를 불러오면 되지 않소.”
조흥욱이 발을 치우고 강청의 턱을 잡아당겼다.
“그 아이는…….”
강서의 차가웠던 눈빛이 떠오른 강청이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강청은 덜덜 떨려오는 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
“불러오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부인, 앓는 소리 하지 마시오. 내가 당신 여동생을 어찌하려는 것이겠소? 그저 가까이서 얼굴 한번 보려는 것뿐이오.”
조흥욱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밖으로 나갔다.
조흥욱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강청의 두 눈에 절망감이 어렸다.
‘저 남자는 변태이며, 나는 저 변태의 아내인데, 이곳에서 빠져나갈 길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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