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화. 비통
궁을 나오니 찬바람이 매섭게 볼을 할퀴었다.
어느덧 겨울의 초입이었다. 하루하루 날씨가 추워지고 있었지만, 지금 그의 마음보다 차갑진 않았다.
‘아서에게 도대체 뭐라고 해야 좋단 말인가…….’
태양은 두터운 구름에 가려 반쪽 얼굴만 내밀고 있었다. 하루 중 빛이 가장 강한 정오인데도, 거리는 우중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왕부로 돌아온 욱근은 곧장 육합원으로 향하지 않고, 서재로 가서 냉영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강담을 보호하기 위해 남지로 보낸 호위도 네 수하였지?”
“맞습니다.”
“남지에서 급보가 왔다. 강담이 전사했다더구나. 네가 받은 소식은 없느냐?”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던 냉영의 표정이 일순 조금 변화했다.
“소인은 아무런 소식도 받지 못했사옵니다.”
“네가 직접 사람을 데리고 남지로 가서, 강담에게 붙여놓은 수하의 생사를 확인하거라.”
“존명.”
욱근은 그제야 발걸음을 육합원으로 돌렸다.
그는 전원의 서재에서 그곳으로 가는 길이 너무 길다고 투덜댔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그런데 오늘은 이 길이 왜 이리 짧게 느껴지는 건지…….’
육합원 대문 앞에 당도한 욱근이 걸음을 늦췄다.
‘벌써 도착한 거야?’
아만이 그를 발견하고 아는 체를 했다.
“왕야, 어찌 문 밖에 서 계십니까?”
평소의 왕야 답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마마에게 고하기도 전에 문을 벌컥 열고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던가.
욱근은 아만을 흘겨보고는 무거운 발을 한 걸음 뗐다.
아만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의 뒤를 따랐다.
‘오늘 왕야께서 왜 저러시지? 일단 나도 들어가서 들어봐야겠다. 뭔가 낌새가 이상해.’
강서는 아환과 함께 놀고 있었다.
오 개월이 된 아환은 강서가 까꿍을 할 때마다 꺄르르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뜨렸다.
딸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욱근은 다시 걸음을 멈췄다. 기분이 착 가라앉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강서에게 다가가 아환을 함께 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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