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발자국
강서가 방을 나섰을 때는 이미 비가 거의 그친 상태였다. 상쾌한 풀 내음과 흙내음이 서늘한 바람을 타고 폐부에 가득 들어찼다.
객방으로 돌아온 강서는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사내에 대해 천천히 곱씹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두 사내와 관련된 일은 최대한 빨리 욱근에게 알려야겠어.’
* * *
사찰 깊숙한 곳에 자리한 정자에서 정신을 차린 턱수염 사내가 장삼의 사내를 흔들어 깨웠다.
장삼의 사내는 이마에서 느껴지는 지끈지끈한 통증을 느끼며 신음을 흘렸다.
“이게 어찌된 거야?”
“나도 모르네.”
“모른다고?”
장삼의 사내에게 흉흉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기습을 당해 기절한 나는 그렇다 쳐도, 이자식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턱수염 사내도 황당하고 억울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정말이네. 나도 이곳에 다다르자마자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찔렸어. 그리곤 눈에 매운 것이 들어가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했지. 그런 내가 뭘 봤겠는가?”
“그럼 왜 나에게 경고하지 않았던 건가?”
턱수염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당시 나는 몸을 움직일 수도,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네. 나를 찌른 것에 독이 발려져 있었던 것 같아.”
장삼의 사내는 턱수염 사내의 팔뚝에 남은 작은 상흔을 살펴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런 작은 상처로 자네를 꽁꽁 묶어두었단 말인가. 실력이 보통이 아니겠군.”
눈물범벅이 된 턱수염 사내의 얼굴엔 옅은 홍색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맛을 본 장삼의 사내의 눈이 크게 뜨였다.
‘고춧가루?’
* * *
장삼의 사내는 손가락 끝에 묻어있는 붉은색 흔적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결론을 내렸다.
몸에 항상 고춧가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강호인이 분명하겠군.
턱수염 사내도 동조했다.
고춧가루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비열한 강호인 녀석들이 아니라면 누구겠는가.
놈들의 정체를 알고 나자, 치욕감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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