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연락을 받은 채 소저
지온이 방으로 들어섰다.
정국공 노부인은 나한침상에 기대어 있었다. 시녀들은 조용히 노부인을 향해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늙으니 이렇게 아무 소용이 없네. 술 몇 잔도 견디질 못하는군.”
노부인이 웃으며 한쪽을 가리켰다.
“지 소저 앉게나.”
시녀들이 물러갔다.
여름의 문턱을 넘어선 날씨는 점점 무더워지고 있었다.
찻잔을 내려놓은 노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봉아(鳳兒)가 한 번도 다른 이를 대신 보낸 일이 없었는데, 소저를 무척 좋아하는가 보네.”
멈칫했던 지온은 대장공주의 아명이 봉접(*鳳蝶: 호랑나비)이었던 것이 떠올라 웃으며 대답했다.
“소녀의 큰 영광입니다.”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지온의 태도에, 노부인은 자신도 모르게 지온을 다시 눈여겨보며 물었다.
“그 아이는 조방궁에서 잘 지내고 있는가? 몸은 건강하게 지내고?”
지온이 대답했다.
“공주마마께서 얼마 전에 고뿔에 걸리셨으나 지금은 모두 나으셨습니다. 다소 여위어 보이긴 하시지만 정신은 여전히 좋으십니다.”
노부인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 아이도 전엔 건강했었지. 일 년이 가도록 몸 한 번 아픈 일이 잘 없던 아이였는데 이젠 자주 몸져눕는구먼.”
지온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지온을 보며 노부인이 말했다.
“자네가 지 재상님의 손녀라고?”
“그렇습니다.”
노부인이 기억을 더듬었다.
“자네의 부모님을 본 적이 있네. 지씨 가문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때였는데 자네의 부모가 그리 빨리 떠날 줄은 정녕 아무도 몰랐지.”
지온의 얼굴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저와 연이 짧으셨던 것이지요.”
“자네도 참 명이 박한 아이네.”
노부인이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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