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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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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연락을 받은 채 소저

97화. 연락을 받은 채 소저

지온이 방으로 들어섰다.

정국공 노부인은 나한침상에 기대어 있었다. 시녀들은 조용히 노부인을 향해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늙으니 이렇게 아무 소용이 없네. 술 몇 잔도 견디질 못하는군.”

노부인이 웃으며 한쪽을 가리켰다.

“지 소저 앉게나.”

시녀들이 물러갔다.

여름의 문턱을 넘어선 날씨는 점점 무더워지고 있었다.

찻잔을 내려놓은 노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봉아(鳳兒)가 한 번도 다른 이를 대신 보낸 일이 없었는데, 소저를 무척 좋아하는가 보네.”

멈칫했던 지온은 대장공주의 아명이 봉접(*鳳蝶: 호랑나비)이었던 것이 떠올라 웃으며 대답했다.

“소녀의 큰 영광입니다.”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지온의 태도에, 노부인은 자신도 모르게 지온을 다시 눈여겨보며 물었다.

“그 아이는 조방궁에서 잘 지내고 있는가? 몸은 건강하게 지내고?”

지온이 대답했다.

“공주마마께서 얼마 전에 고뿔에 걸리셨으나 지금은 모두 나으셨습니다. 다소 여위어 보이긴 하시지만 정신은 여전히 좋으십니다.”

노부인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 아이도 전엔 건강했었지. 일 년이 가도록 몸 한 번 아픈 일이 잘 없던 아이였는데 이젠 자주 몸져눕는구먼.”

지온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지온을 보며 노부인이 말했다.

“자네가 지 재상님의 손녀라고?”

“그렇습니다.”

노부인이 기억을 더듬었다.

“자네의 부모님을 본 적이 있네. 지씨 가문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때였는데 자네의 부모가 그리 빨리 떠날 줄은 정녕 아무도 몰랐지.”

지온의 얼굴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저와 연이 짧으셨던 것이지요.”

“자네도 참 명이 박한 아이네.”

노부인이 탄식했다.

Gesperrtes Kapi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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