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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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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드리지 않았을 리가요

44화. 드리지 않았을 리가요

바쁜 와중에 잠시 쉬러 나온 화옥은 물을 마셨다.

그때, 여관 하나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밖에서 작게 그녀를 불렀다.

“사저! 대사저!”

작은 누각을 지켜보라 남겨둔 사제인 것을 확인한 화옥이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일이라도 생겼어?”

여관이 화옥의 귀에 대고 몇 마디를 속삭였다.

“세 명이에요. 운도 좋습니다.”

화옥이 입술을 비틀었다.

“어떤 사람들이야?”

“유씨 가문의 공자 두 사람과 형부, 태평사의 루 대인이에요.”

“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랐지만, 기분이 좋아진 화옥이 되물었다.

“유씨 가문의 공자? 전에 혼약이 있었던 그 공자?”

여관이 눈썹마저 아래로 쑥 내리며 대답했다.

“네, 바로 그 집안의 둘째 공자예요. 그리고 유씨 집안의 대공자 역시 함께 있고요.”

흥미진진하다는 듯 화옥이 말했다.

“인연은 인연인가보네! 전 약혼자에 전 큰아주버님까지 있으니 고르기도 어렵겠어!”

여관이 그녀를 따라 웃음을 지었다.

화옥이 다시 물었다.

“지금 그대로 남아있는 거야? 안 떠났어?”

“네, 지금 차를 마시고 있어요.”

화옥의 눈에 경멸의 빛이 번쩍이고 지나갔다.

“시녀도 없이 사내 셋과 함께 차를 마시다니, 아주 마음이 달았네.”

그 누각은 귀한 분들의 휴게용으로 준비된 장소였다.

화옥이 지온을 그곳으로 데려가 홀로 남겨둔 것도, 지씨 가문의 큰아가씨인 지온이 기회를 잡는지 아닌지 확인을 해보기 위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이 기다렸다는 듯 기회를 덥석 붙잡지 않는가!

‘하긴, 혼약도 억지로 파기했을 텐데, 지씨 가문의 큰아가씨가 조방궁에 틀어박혀 수행이나 하고 싶었겠어?’

화옥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왔던 그 사매가 조방궁에 모습을 보였던 그날, 그녀가 당장 돈 많고 부귀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 내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스승님의 상을 치르기 위해 궁관으로 돌아와 수행한다고 한 것도, 혼인할 다른 방법을 찾으려는 것일 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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