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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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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화. 하늘의 벌

325화. 하늘의 벌

강세안이 허허하고 차갑게 웃었다.

“내가 데려가는 것이 싫었으면 아이를 잘 가르쳤어야지! 윤이가 지금 이 모양인데 나더러 어떻게 안심하라는 거요? 나도 당신을 방해하고 싶지 않소, 그렇다고 그게 날 죽이려는 이유가 되오? 난 당신이 이렇게 독한 사람인 줄 몰랐소!”

“그래요! 나는 독한 사람이에요! 난 당신이 죽기를 간절히 바랐어요! 애초에 어쩌다 내가 당신 같은 사람한테 눈이 멀었었는지, 지금 당신이 그걸 약점 삼아 날 협박하고 있잖아요!”

세자비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금비녀를 줍고 다시 그를 향해 돌진했다.

“당신이 윤이를 데려가면 나도 살 이유가 없어요!”

강세안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눈이 빨갛게 변했다.

“당신 정말 윤이를 위해서 이러는 거 맞소? 사실은 입막음하고 싶은 것 아니오? 강왕부는 야심이 가득해서 그 당시 정해군에게 해적 행세를 시켜 태자를 죽이고 의안왕을 황위로 밀어 올렸소! 하지만 정말로 황위에 앉고 싶었던 사람은 강왕이지!

당신의 부군인 강왕세자는 아마 진즉부터 태자의 꿈을 꾸고 있었을 거요. 당신도 요 몇 년 동안 그를 내조하면서 온갖 나쁜 일들을 처리해 왔을 테니 그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겠지? 당신이 아까운 것은 윤이가 아니라 황후의 봉좌(*凤座: 황후의 의자, 황후의 자리)가 아니오!”

세자비는 한 번도 남에게 말하지 않았던 은밀한 속내를 그가 대놓고 폭로해버리자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강세안, 이 자식아!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날 그렇게 부드러운 말로 꾀어 뭘 하려고 했던 건데? 나한테 윤이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사실은 다 나를 속인 거였어. 비정한 남자 같으니라고!”

세자비는 강세안에게 손을 잡히자 미친 사람처럼 이빨로 물어뜯었다.

강세안은 오히려 그녀를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한 덩어리로 뒤엉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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