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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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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화. 나와 함께 가자

323화. 나와 함께 가자

세자비는 객원에서 나와 시녀 한 명만 데리고 천왕전 쪽으로 걸어갔다.

천왕전에 도착했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시녀가 약간 불안해하며 말했다.

“세자비마마, 사람을 불러와서 찾아볼까요?”

세자비는 잠시 생각해 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려 불탑 쪽으로 걸어갔다.

이른 아침이라 스님들은 모두 아침 수업을 하고 있었고 불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문이 없어 안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 * *

강세안이 문을 열었지만, 소현주는 꼼짝하지 않고 문 앞에 서 있었다.

“들어오세요.”

그는 말하면서 등불에 불을 붙였다.

촛불이 어둠을 몰아내자 불탑 안에 불빛이 아른거렸다.

소현주가 망설이며 걸어 들어갔다.

“강 아저씨, 날 왜 여기로 데리고 왔어?”

강세안이 뒤를 돌며 아이에게 물었다.

“아저씨가 며칠 전에 해줬던 이야기, 마음에 듭니까?”

소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세안은 매일 소현주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가장 많이 해준 이야기는 강호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었다.

무슨 무림대회라던가, 무예를 겨뤄 데릴사위로 삼는다든가, 길을 가다 무슨 불공평한 일을 당한다던가……. 순진한 소현주의 귀에는 아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강세안이 아이를 주시했다.

“그럼, 직접 보러 갈래요?”

소현주가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강, 강씨 아저씨…….”

강세안은 제사상 아래에서 보따리를 꺼냈다. 그 안에서 가죽 주머니 하나를 꺼내 손을 뻗어 풀자 두껍게 층층이 쌓인 은표 묶음이 쏟아졌다.

“이것 좀 보세요. 사실 이 아저씨는 돈이 많아요. 이 정도 은냥이면 현주가 평생 편하게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요. 아저씨와 함께 가면 절대로 현주를 고생시키지 않을 거예요.”

소현주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쭈뼛쭈뼛 말했다.

“아, 안 돼! 강 아저씨, 난 부모님을 떠나고 싶지 않아…….”

강세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넌 더욱 나를 따라와야지.”

Gesperrtes Kapi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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