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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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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화. 미쳤다

296화. 미쳤다

황제는 벌써 한참을 복도 저편에서 서 있었다.

호은이 이미 여러 번 재촉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나중에는 감히 더 이상 재촉할 수 없었다.

그는 이 길을 지나가면 냉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도무지 발을 뗄 수 없었다.

한참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저쪽에서 우산을 쓴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호은은 황제가 느닷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폐하?”

황제가 그쪽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저건 누구냐?”

호은이 목을 길게 빼고 보았다.

그 사람은 여우 가죽을 덧댄 비단옷을 입고 우산을 쓴 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눈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누군지 잘 보이지 않았다.

‘어느 궁의 마마님이시지? 좀 낯이 익은데…….’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호은이 소리쳤다.

“지, 지온 소저?”

그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지온 소저가 여기에 있는 것일까? 그가 머릿속으로 추측해 본 사람은 전혀 지온 소저가 아니었다!

황제의 표정은 풀렸지만, 지온을 바라보는 눈빛은 씁쓸했다.

“폐하?”

지온이 놀라서 앞으로 나서며 인사를 했다.

“폐하께서 여기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신녀가 실례했습니다.”

황제가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냉궁에 갔다 왔느냐?”

지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서 태후마마께서 신녀에게 냉궁에 가보라고 분부하셨습니다.”

황제가 조용히 말했다.

“어머니께서는 참 인자한 분이시지.”

지온은 웃어 보이고 인사를 하고 떠나려 했는데 그가 갑자기 물었다.

“너 조금 전에 왜 옥비의 걸음걸이를 따라 했느냐?”

황제의 질문이 꽤 날카로웠다. 호은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급히 지온을 살펴보았다.

‘폐하, 옥비마마를 잃으신 지 얼마 안 되셨더라도 순간에 잘못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이분은 이미 약혼했고, 신하의 아내를 강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지온이 부끄러워하는 기색으로 대답했다.

“폐하, 송구하오나, 신녀가 고의로 그리했습니다.”

Gesperrtes Kapi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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