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화. 미쳤다
황제는 벌써 한참을 복도 저편에서 서 있었다.
호은이 이미 여러 번 재촉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나중에는 감히 더 이상 재촉할 수 없었다.
그는 이 길을 지나가면 냉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도무지 발을 뗄 수 없었다.
한참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저쪽에서 우산을 쓴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호은은 황제가 느닷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폐하?”
황제가 그쪽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저건 누구냐?”
호은이 목을 길게 빼고 보았다.
그 사람은 여우 가죽을 덧댄 비단옷을 입고 우산을 쓴 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눈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누군지 잘 보이지 않았다.
‘어느 궁의 마마님이시지? 좀 낯이 익은데…….’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호은이 소리쳤다.
“지, 지온 소저?”
그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지온 소저가 여기에 있는 것일까? 그가 머릿속으로 추측해 본 사람은 전혀 지온 소저가 아니었다!
황제의 표정은 풀렸지만, 지온을 바라보는 눈빛은 씁쓸했다.
“폐하?”
지온이 놀라서 앞으로 나서며 인사를 했다.
“폐하께서 여기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신녀가 실례했습니다.”
황제가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냉궁에 갔다 왔느냐?”
지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서 태후마마께서 신녀에게 냉궁에 가보라고 분부하셨습니다.”
황제가 조용히 말했다.
“어머니께서는 참 인자한 분이시지.”
지온은 웃어 보이고 인사를 하고 떠나려 했는데 그가 갑자기 물었다.
“너 조금 전에 왜 옥비의 걸음걸이를 따라 했느냐?”
황제의 질문이 꽤 날카로웠다. 호은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급히 지온을 살펴보았다.
‘폐하, 옥비마마를 잃으신 지 얼마 안 되셨더라도 순간에 잘못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이분은 이미 약혼했고, 신하의 아내를 강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지온이 부끄러워하는 기색으로 대답했다.
“폐하, 송구하오나, 신녀가 고의로 그리했습니다.”
Unterstützen Sie Ihre Lieblingsautoren und -übersetzer bei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