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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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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화. 신봉의 수양

273화. 신봉의 수양

“주지! 어쩐 일이십니까?”

청옥은 궁전의 잡무를 처리하고 밥을 먹으러 가려던 차에 능양진인이 들어오고 싶은데 못 들어오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았다. 청옥이 묻자, 그녀에게 들킨 능양진인은 바로 근엄한 척을 했다.

“청옥이구나! 바쁜가?”

“아닙니다. 잡일이 조금 있었습니다.”

대답한 청옥이 물었다.

“주지께서는 대사저를 찾으러 오셨습니까?”

“어, 그냥 지나가는 길에 자네들도 좀 보고……그래, 사질도 있으면 겸사겸사 보면 좋고 말이지.”

능양진인은 고인(高人)의 위신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안에서 지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능양 사숙이십니까? 어서 들어오세요. 제가 지금 하는 일이 있어 직접 마중을 못 나가니 용서해주십시오.”

‘이 아가씨야! 누가 감히 너더러 친히 마중을 나오라고 하겠느냐!’

능양진인은 웃음을 짜내기 바빴다.

“사질, 무슨 그런 말을 하고 그러는가? 내가 그냥 가면 되지, 내가 가면 되네.”

청옥은 방금까지만 해도 허세를 부리던 능양진인이 바로 얼굴에 아첨하는 웃음을 띠며 궁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능양은 문턱을 넘다가 하마터면 문턱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청옥은 자기 눈이 잘못된 줄 알고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옆에 있는 함옥에게 물었다.

“방금 저 사람 주지 맞지? 다른 사람이 사칭하는 거 아니지?”

함옥이 말했다.

“누가 사칭하겠어? 저 면상은 평생 가도 못 잊게 생겼구먼!”

예전에 능양진인에게 얼마나 처참하게 괴롭힘을 당했던지! 지금은 다행히 대사저가 있어 능양진인이 저리 돌변해 아첨을 떠는 것이었다.

‘이게 바로 세상사 다 돌고 돈다고 하는 것이지!’

“사저,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오후에 할 일이 많아.”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대사저가 분부할 게 있을지도 몰라.”

청옥은 좀 더 주의 깊게 생각해보았다.

“분부가 없더라도 우리가 다른 사람이 못 들어가게 문 앞을 지켜야 해.”

* * *

Gesperrtes Kapi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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