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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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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화. 사건 성립

257화. 사건 성립

황제의 낯빛은 푸르스름했다.

그가 제위에 올랐던 첫해는 선제 때문에 만수절을 그저 구색만 맞추어 보냈고 이듬해와 그 이듬해 역시 제대로 치르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제대로 만수절을 치를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런 일이 생긴 것이었다!

‘연회 중에 사람이 죽다니, 이 무슨 재수 없는 일인가!’

하지만 임창백의 아들이 죽었으니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는 치미는 노기를 누르고 그를 위로했다.

“임창백, 일은 유감이지만 우선 진정하고 자네 아들의 사인부터 조사하도록 하지.”

그리고 신하들을 훑었다.

‘사건 조사는 형부나 대리시 사람을 찾는 게 좋긴 하지만, 내가 가장 신임하는 이라면…….’

“폐하.”

돌연 들려온 강왕세자의 음성이 그의 상념을 비집고 끼어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황제의 물음에 강왕세자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정 공자가 물에 빠져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현장엔 서영왕세자가 있었지요. 이 일은 반드시 제대로 된 처결이 필요합니다. 만약 서영왕세자가 벌인 일이라면 임창백에게 제대로 그 빚을 갚아야 할 것이고, 만약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이라면 서영왕세자의 무고함을 밝혀야 할 테니, 둘 중 어떤 상황이든, 이 사건은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엄중하게 해결해야 하지요.”

강왕세자가 무슨 생각으로 저런 서두를 꺼내는지 알 순 없었지만, 황제는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그렇지요.”

강왕세자가 바로 말을 받았다.

“폐하, 이 일을 조사하라고 명하시어 진상을 밝힐 수 있도록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강왕세자의 말에는 잘못된 것이 없어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요. 그럼…….”

말을 이르려던 황제는 돌연 말문이 막혔다.

조사하라는 명을 내리는 것은 이 일을 사건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던가? 그리되면 루안에게 조사를 명할 명분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황제는 강왕세자를 흘긋 보았다.

‘고의?’

그러나 강왕세자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다.

Gesperrtes Kapi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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