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사건 성립
황제의 낯빛은 푸르스름했다.
그가 제위에 올랐던 첫해는 선제 때문에 만수절을 그저 구색만 맞추어 보냈고 이듬해와 그 이듬해 역시 제대로 치르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제대로 만수절을 치를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런 일이 생긴 것이었다!
‘연회 중에 사람이 죽다니, 이 무슨 재수 없는 일인가!’
하지만 임창백의 아들이 죽었으니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는 치미는 노기를 누르고 그를 위로했다.
“임창백, 일은 유감이지만 우선 진정하고 자네 아들의 사인부터 조사하도록 하지.”
그리고 신하들을 훑었다.
‘사건 조사는 형부나 대리시 사람을 찾는 게 좋긴 하지만, 내가 가장 신임하는 이라면…….’
“폐하.”
돌연 들려온 강왕세자의 음성이 그의 상념을 비집고 끼어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황제의 물음에 강왕세자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정 공자가 물에 빠져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현장엔 서영왕세자가 있었지요. 이 일은 반드시 제대로 된 처결이 필요합니다. 만약 서영왕세자가 벌인 일이라면 임창백에게 제대로 그 빚을 갚아야 할 것이고, 만약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이라면 서영왕세자의 무고함을 밝혀야 할 테니, 둘 중 어떤 상황이든, 이 사건은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엄중하게 해결해야 하지요.”
강왕세자가 무슨 생각으로 저런 서두를 꺼내는지 알 순 없었지만, 황제는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그렇지요.”
강왕세자가 바로 말을 받았다.
“폐하, 이 일을 조사하라고 명하시어 진상을 밝힐 수 있도록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강왕세자의 말에는 잘못된 것이 없어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요. 그럼…….”
말을 이르려던 황제는 돌연 말문이 막혔다.
조사하라는 명을 내리는 것은 이 일을 사건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던가? 그리되면 루안에게 조사를 명할 명분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황제는 강왕세자를 흘긋 보았다.
‘고의?’
그러나 강왕세자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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