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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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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화. 부족한 몸이 된 여덟째

113화. 부족한 몸이 된 여덟째

내실 밖으로 나온 원사가 황제에게 보고를 올렸다.

“폐하, 팔공자님의 열도 내리고 환부에서도 더는 피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제 목숨은 위험하지 않다고 여겨지옵니다.”

황제가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생했네.”

혼절했다 깨어난 강왕비는 원사의 보고에 눈물을 폭포수처럼 쏟기 시작했다. 황제는 그저 조용히 그녀를 다독이는 수밖에 없었다.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여덟째의 목숨을 붙들어 두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앞으로…….”

“앞으로가 있겠습니까?”

강왕비가 흐느꼈다.

“저리 불완전한 몸을 가지게 되었으니 다른 사람들이 뭐라 비웃겠습니까. 도성으로 돌아와 혼처도 알아보려 했었는데 이제 어떤 집안의 규수가 시집을 오려 하겠습니까!”

명망 높은 대갓집 규수는 당연히 이런 신랑감을 원치 않을 터였다. 고관대작의 규수들은 모두 체면이 너무도 중한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말이 없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반드시 고관대작의 규수와 혼인을 할 필요는 없지요. 평범한 가문의 금지옥엽이 오히려 더 따뜻하고 물정에 밝을 것입니다. 그러니 숙모께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짐이 반드시 여덟째를 위해 좋은 여인을 붙여주어 남은 반평생을 챙길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안됩니다!”

강왕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여덟째에게 어찌 한미한 집안의 여식을 붙여준단 말입니까! 우리 여덟째는 황족입니다! 천자(天子)의 친아우라고요! 그런 아이에게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집안의 여식을 붙여주면 다른 이들이 뭐라 하겠습니까? 황제이신 폐하께서 혼례를 주선하시면 될 게 아닙니까!”

황제는 내심 혼인할 수만 있어도 감지덕지라 생각했다.

‘그런데 짐더러 고관대작의 여식과의 혼례를 주선하라니……. 그럼 그들이 짐을 원망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그러고도 내가 어찌 신하들의 충심을 바라겠는가!’

그러나 생각은 그럴지라도 말로는 계속 강왕비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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