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7화. 계례를 마치다
교 큰부인은 당장이라도 소비의 뺨을 때린 다음, 규율이라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으나 이 자리에 있는 영양 대장공주를 보고는 꾹 참았다.
그때 교약란이 서운해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아야, 어째서 내 호의를 거절하는 거니? 은자 오백 냥이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 담긴 건데…….”
그러고는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폭 내쉬더니 당당하게 말했다.
“비아야, 난 네가 진심으로 백성들에게 무상으로 차와 약을 나눠 주는 거라 생각했단다. 그런데 지금 보니 결국 너도 온갖 수단을 다 써서라도 좋은 평판을 얻으려고 하는 자들과 다를 게 없는 사람이었구나.”
그 말은 곧 소비는 그저 좋은 평판을 얻고자 선행을 한 것일 뿐 백성을 위하는 진심 어린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교약란의 은표를 받지 않는 것도 그녀가 자신과 함께 좋은 평판을 가지는 게 싫기 때문이라는 뜻이었다.
이윽고 그 자리에 있던 몇몇 부인과 규수들은 교약란의 말에 공감하는 기색을 보였다.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녀들도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운안은 가만히 이 상황을 보고 있다가 조금 격분해서 그 사이에 끼어들려고 했다. 그런데 부운안이 나서기도 전에 어떤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약란 아가씨.”
남궁월이 문간을 넘어 들어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방금 전 문 앞에서 아가씨가 모아둔 돈으로 성 안 백성들에게 차를 나눠 주는 선행을 하고 싶다 말한 것을 들었는데, 맞나요? 참 따뜻한 마음이군요. 은자 오백 냥이라니, 아주 오랜 시일 동안 아끼면서 차곡차곡 모은 것일 텐데…….”
남궁월이 웃으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하자, 요 부인은 일부러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고는 손수건으로 입을 살짝 가렸다.
세자비는 참으로 짓궂었다.
하지만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아무리 부유한 사람이라 해도 적녀들이 받는 매달 용돈은 고작 은자 세 냥에서 다섯 냥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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